배우 조승희(왼쪽)와 배보람이 뮤지컬 '울고 있는 저 여자'를 연습하고 있다. 극단 가마골 제공

- 16~22일 거제동 한결아트홀


울고 있는 저 여자

왜 울고 있지? 왜?

자정이 다 돼가는 지하철역,

도대체 왜 이곳에, 이 시간에

-'울고 있는 저 여자' 중에서


'울고 있는 저 여자'라는 제목의 방점은 '저'에 있다. 오늘도 어김없이 입사지원서를 내고 오는 남자. 그는 지하철에서 내리면서 플랫폼 의자에 앉아 울고 있는 한 여자를 발견한다. 이대로 지나갈 것인가, 말을 걸어볼 것인가. 남자가 후자를 선택하면서 이야기는 시작된다. 뮤지컬 '울고 있는 저 여자'(이하 울녀)가 오는 16일 부산 연제구 거제동 한결아트홀에서 막을 연다.

■울녀, 우리가 연극을 봐야 하는 이유

이 작품을 관통하는 콘셉트는 '타인에게 말 걸기'다. 연출을 맡은 이채경 연출가(35)는 이 작품의 의미를 이렇게 정의했다. "점점 개인들이 고립화되는 시대에 사람들이 연극을 보기 위해 모이고, 타인에게 말을 건다는 것이 우리가 가장 인간다울 수 있는 방법인 것 같다"면서 "이 작품은 청년실업 같은 사회적인 이슈를 다루면서도 누구나 공감할 수 있는 보편적인 감수성에 호소한다. 전 세대가 자기 삶에 대해 되돌아볼 수 있는 작품"이라고 말했다.


마음의 부상을 알아줄 그 누군가

상처투성인 마음 안아줄 그 누군가

그 누군가가 있다면 좋겠어

그 누군가가 다가와 준다면

-'울녀' 중에서


극에서 남자는 여자에게 끊임없이 묻는다. 당신은 왜 울고 있나. 그러나 관객은 남자에게 묻는다. 당신은 왜 여자를 그냥 지나치지 못하나. 두 개의 질문이 이끄는 대로 극을 따라가다 보면 오랫동안 기억될 '어떤 결말'에 도착하게 된다. 늦가을에 어울리는 클래식 기타 라이브 연주도 극에 여운을 더한다.


해 보고 싶은 게 두 가지 있었어

누구든 붙잡고 사랑한다고 말하고 싶었어

함께 왈츠를 추고 싶었어

그러면 이 세상이 좀 아름다울 것 같아서

-'울녀' 중에서


■젊은 여성 연출가의 홀로서기

이 연출가는 고려대 신문방송학과를 졸업한 뒤 2007년 연희대거리패에서 연극을 시작했다. 2010년 뉴욕대에서 예술석사(뮤지컬 극작)를 마쳤고 2014년 셰익스피어어워즈 젊은연출가상을 수상했다. '울녀'는 그의 극단 가마골 상임연출 데뷔작이다. "지금까지는 연극 그 자체만 고민했는데 가마골 상임연출을 하면서 '부산 연극'이라는 것, 지역성의 의미에 대해 처음으로 제대로 고민하기 시작하는 중이다" '부산에 말 걸기'를 시작한 이 연출가의 '울녀'. 작품을 보고 난 뒤에는 지하철 플랫폼에서 타인의 얼굴을 한번쯤 바라보게 될 지도 모르겠다. 16~22일 평일 오후 8시, 주말 오후 3·6시 한결아트홀. 일반 3만 원. 1588-915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