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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부부 밴드 '실람'의 티베트인 남편 텐진 잉셀(왼쪽)과 부인 천명실이 공연하고 있다. 실람 제공 |
- 천명실 인도여행 중 남편 만나
- 내면의 리듬·소리 찾아가는 작업
- 무용가·퍼포먼스 팀들과 협업도
록 밴드 '헤디마마'와 2인조 여성 듀오 '뭄바트랩'에서 드럼과 퍼커션, 코러스를 맡았던 천명실은 2009년 인도여행 중 해발 2000m 인도 북부 다람살라의 작은 동네 맥그로드 간즈에서 'jji exile brothers' 라는 록 밴드를 만났다. 맥그로드 간즈는 인도 정부가 티베트 망명 정부로 허가해 준 곳으로 인도 사람보다 티베트 사람들이 더 많이 거주하고 있다. jji exile brothers 역시 난민 2세대인 3형제가 만든 밴드다. 티베트 독립을 염원하는 가사와 티베트 난민들의 애환을 록 음악으로 표현한 그들은 미국 유럽에 퍼져 살고 있는 티베트인들을 찾아다니며 투어도 하고 티베트의 존재를 알리는 중추적인 역할을 해왔다. 천명실은 깊은 산속 작은 동네에 이런 놀라운 밴드가 존재한다는 사실에 편견이 깡그리 무너지는 기분이었다고 한다. 아마도 운명적인 만남이었나 보다. 뮤지션으로서 함께 어울리고 잼 연주를 즐기며 놀다 보니 드럼과 각종 전통악기를 연주하는 팀 막내 텐진 잉셀과 청춘남녀로 자연스럽게 호감을 갖게 됐고 결국 부부의 연을 맺었다. 이들 부부는 현재 경남 양산시 서창에서 막걸리 바 '다와'를 운영하며 부부 밴드 '실람' 활동을 병행하고 있다.
실람은 티베트어로 '평화로운 길'을 뜻한다. 뭄바트랩의 멤버였던 조연희의 솔로 활동과 자신의 결혼 등으로 뭄바트랩의 휴식기간이 길어지며 오랫동안 음악활동을 쉬어야 했던 천명실은 문득 가장 가까이 있는 뮤지션인 잉셀과 함께 음악을 해보면 어떨까 싶어 실람을 결성했다. 명실은 과거 재즈 펑키 록 드럼을 지향했지만 뭄바트랩을 거치고 인도 네팔 여행을 경험하고 나선 점점 인도 티베트 아랍 아프리카의 전통 리듬과 악기소리 등 자연에 가까운 소리에 심취했다. 실람의 곡들은 대부분 즉흥적인 잼 연주를 기반으로 작업한 곡이다. 내면의 리듬과 소리를 찾아가는 작업으로 듣는 이들에게 치유와 긍정의 힘을 전해주고 싶고 그 순간만큼은 행복감을 느꼈으면 하는 포부를 가지고 곡 작업에 임한다.
부부이면서 동시에 팀 멤버인 명실(드럼, 퍼커션 코러스)과 잉셀(드럼, 퍼커션, 티베트 기타 단옌, 반수리, 보컬)은 곡 작업이나 연습할 때 따로 스케줄 약속을 잡지 않아도 언제든 아이디어를 교환할 수 있다. 여느 팀들과 비교할 수 없는 엄청난 강점이다. 하지만 팀명처럼 늘 평화로운 길로 이어지지는 않는다. 서로 자존심과 고집, 기 싸움으로 불꽃이 튈 때도 잦다. 싸우기도 엄청나게 싸운다. 그 또한 결국 평화로운 길을 찾기 위한 치열한 모색일 것이다. 쉽게 얻어지는 평화가 어디 있겠는가. 그래도 남편 잉셀의 퍼커션과 피리 소리가 너무 좋아 앞으로도 계속 잔소리해가며 같이 연주할 것 같다고 한다.
공연이 있으면 잉셀과 명실 부부는 늘 생소한 악기들을 한 보따리씩 짊어지고 다닌다. 쉽게 들을 수 없는 낯선 소리의 향연 또한 실람의 매력이다. 티베트 전통기타인 단옌, 인도의 대나무 피리 반수리, 아프리카 북 젬베와 아랍 전통 북 달부카, 호주 아이보리진의 전통악기 디저리두, 파도치는 소리를 내는 오션드럼, 띵샤(티베트 종) 셰이크, 한국의 사물놀이 악기인 북과 징까지 각국의 대표 악기들이 총동원돼 실람 공연은 마치 악기들의 올림픽을 방불케 한다. 기회만 되면 세계를 여행하며 아직 만나보지 못한 여러 나라의 전통 악기들을 찾아보고 싶다고 한다. 실람의 음악은 가사가 거의 없다. 허밍이나 소리 위주의 멜로디 라인을 만든다. 노랫말 보다는 전체적인 곡의 흐름을 느꼈으면 하는 바람에서 의도적으로 가사를 많이 넣지 않으려고 한다. 이런 음악스타일 때문에 무용가들과의 협업도 자주 이루어진다. 오는 15일 오후 3시부터 부산진구 송상현광장에서 펼쳐지는 거리예술축제 '모너머 노마드'에서 무용가, 퍼포먼스 팀들과 함께 출연할 예정이다. '연행기획 면'에서 기획한 이 공연은 입장료 없이 무료로 관람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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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끔 공연 때는 잉셀이 한 두곡 정도 티베트 전통노래를 부르기도 한다. 주로 티베트의 자연과 사람에 관한 노래들이다. 하지만 정작 다람살라에서 나고 자란 잉셀은 한 번도 티베트에 가본 적이 없고 갈수도 없다. 우리가 북한에 갈 수 없듯 잉셀 역시 티베트 방문이 법으로 금지돼 있다. 이해할 수 없는 잉셀의 티베트어 노래가 유달리 구슬프게 심장을 쿡쿡 찌르는 것은 어쩌면 이 때문인지도 모른다. 현재 잉셀 형제들이 인도 다람살라에서 녹음스튜디오를 만들어 녹음 중에 있는데 실람도 다람살라에서 음반 작업을 고민하고 있다. 물론 홈 레코딩으로도 간편하게 녹음할 수 있지만 멀리 떨어진 잉셀의 고향에서 오랜만에 만난 형제들과 함께 즐겁게 만드는 음반은 분명 어떤 기술로도 채울 수 없는 감성이 가득 찬 귀한 앨범이 될 것이라고 믿어 의심치 않는다. 그리고 언제가 될지는 몰라도 이 부부가 티베트 땅에서 고향 노래를 부를 날이 꼭 오길 기원한다.
작가·다큐멘터리 감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