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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왼쪽부터 현민호(기타·보컬), 변대성(베이스·보컬), 남상준(드럼) |
'인디'라는 생소한 말이 여기저기서 깃발처럼 펄럭이던 1990년대 중후반. 지금도 노래방에서 애창되는 펑크밴드 크라잉넛을 필두로 대한민국엔 수많은 펑크밴드가 생겨났다. 그중 부산 1세대 펑크 밴드 '런캐럿'의 '18noma'는 지금도 종종 후배 펑크 밴드들이 공연장에서 관객들과 함께 '떼창'하며 연주되는 부산 펑크의 구전가요다.
런캐럿을 거쳐 서울에 진출해 아이스크림 광고까지 촬영하는 등 아이돌 못지않은 인기를 얻었던 '게토밤즈'의 리더였던 현민호(34·기타·보컬)는 부산으로 돌아와 오랜 친구들인 멧돼지라는 별명이 더 친숙한 변대성(32·베이스·보컬), 최근 돌잔치를 성황리에 마친 남상준(34·드럼)과 함께 2011년 펑크밴드 '스톤드'(stoned)를 결성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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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스톤드의 앨범 발매기념 공연 포스터. |
과거 수많은 펑크밴드가 오래전에 해산하거나 좀 더 대중적인 방향으로 음악적 변신을 거듭하고 있는 가운데 멤버들 각자 오랜 활동으로 '부산 펑크의 조상들'이라는 별명으로도 불리는 스톤드는 대중들의 취향이나 트랜드 따위는 아랑곳없이 더욱 거칠고 야성적인 펑크록의 진수를 보여주고 있다.
끝까지 펑크록을 고집하고 있는 이유를 묻자 "펑크가 제일 쉬웠다"는 모범생 같은 답이 돌아왔다. 술과 친구, 파티가 펑크의 매력이라고 한다. 그들에겐 거의 매번 만취 상태로 오르는 라이브무대가 바로 신나고 즐거운 파티다.
스톤드라는 팀명 역시 '술에 취한' 이란 뜻을 담고 있다. 정신없이 휘몰아치는 굉음 속에 미친 듯이 날뛰는 그들의 무대를 즐기는 이들은 '또라이들' 이란 또 다른 별명으로 부르기도 한다. 이들은 자신 무대뿐만 아니라 다른 팀 공연에도 무대 난입을 일삼는 못 말리는 열정쟁이들이다. 현민호는 스스로 결코 부산 펑크의 조상도 아니고, 또라이는 더더욱 아니라고 밝힌다. 짐작건대 현재 부산에서 활동하고 있는 펑크밴드 중 나이는 가장 많지만 무럭무럭 성장하고 있는 현재진행형 밴드라고 겸손해한다.
2013년에 첫 번째 EP 앨범 '붉은 녀석'을 발표했고 같은 해 부산인디컴필레이션 앨범 '특별시부산'과 '동백락원'에도 참여했던 스톤드는 주말인 오는 31일 부산의 대표적인 인디레이블 리얼라이즈 레코드에서 첫 번째 정규앨범 'the rad'를 발표한다. 앨범 발표와 함께 같은 날 오후 7시 경성대 앞 라이브 클럽 리얼라이즈에서 'The Rad' 발매 기념 공연이 열린다.
30일까지 리얼라이즈 레코드 사이트에서 하는 예매(1만5000원)와 현장 판매(2만5000원) 입장 관객 전원에게 스톤드의 정규앨범 CD를 증정할 예정이다. 스톤드 앨범 발매를 축하하기 위해 사이드카, 알비온즈, B9, 뱅크럽츠, 사우스나인이 함께 무대에 오르니 록 페스티벌이라 해도 무방한 라인업이다. 근사한, 죽여주는 이란 뜻을 담고 있는 'the rad' 앨범은 클럽 리얼라이즈에서 멤버들이 직접 녹음과 마스터링을 거쳤다. 타이틀곡은 '머니머신'이다. '매일 뼈 빠지게 일하는 돈을 버는 기계'라는 서민들의 애환을 노래한 곡이다.
멤버들은 한 곡도 흘려들을 곡이 없다고 자신있게 말한다. 어쩐지 한국 펑크의 새로운 명반이 탄생할 것 같은 예감이 든다. 펑크란 대충 이런 음악이지라고 섣불리 판단하는 이가 있다면 31일 라이브 클럽 리얼라이즈에서 스톤드는 어떻게 다른지 직접 확인하길 바란다.
앨범 발매 전에 이미 4편의 자체 제작 뮤직비디오를 공개해 펑크록 팬들의 기대치를 잔뜩 높이고 있다. 자체 제작이라 하더라도 4편이나 제작하는 비용이 만만치 않았을 법한데 리얼라이즈 레코드의 배진수 사장이 직접 촬영에 나섰고, 멤버들이 기획 연출에 참여했고, 동네 친구들과 부산펑크 록커들이 우정 출연해 술값 외엔 제작비가 거의 들지 않았다고 한다. 펑크밴드답게 뮤직비디오를 제작하는 과정 역시 펑크의 기본정신인 D.I.Y (Do It Yourself)에 입각하여 좌충우돌 돌진하듯 신나게 시행착오를 즐기며 만들었다.
먼저 공개된 뮤직비디오 '계란말이'는 부산의 'cdgb'(뉴욕의 전설적인 펑크 클럽) 같은 곳이라는 부산대 앞 학사주점 '천탁'에서 지난 9월 20일 오후 현민호의 생일파티를 겸해 친구들과 함께 낮술을 마시며 흥청망청 즐겁게 촬영했다. 부산대 앞 천탁은 주말 늦은 밤이면 공연을 마친 부산 밴드들과 팬들의 뒤풀이 장소로 유명한 곳으로 스톤드의 노래 가사에도 종종 등장하는 곳이다.
앨범 발매 이후로는 전국 방방곡곡을 도는 투어 공연을 야심 차게 준비하고 있으며 해외진출까지 계획하고 있다. 우선 내년 1월 16일 일본 후쿠오카 공연이 잡혀있다. 큰 무대든 작은 무대든, 관객이 있건 없건 습관적으로 매번 무대를 결딴내는 그들의 평소 행실로 보아 세계 어느 무대에 선다 한들 거칠 것이 없을 듯하다. 왜냐하면 그들이 바로 스톤드니까.
작가·다큐멘터리 감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