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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해 미국 퍼거슨에서 백인 경찰이 흑인 청년 마이클 브라운을 총으로 쏜 뒤 미국 전역으로 퍼진 시위(오른쪽)와 경찰의 무력 진압 모습. 당시 일부 언론은 인종갈등 이면에 도사린 도시 문제를 지적했다. 국제신문DB |
- 도시 생성과 멸망의 역사 통해
- 미국의 병폐 '인종 충돌' 바라봐
- 군사 침략·자본·환경파괴…
- 다양한 갈등 얽히고설킨 도시
- "소설이 사건 풀어가듯 설계하라"
지난해 8월 미국 미주리주 퍼거슨에서 흑인 청년 마이클 브라운(당시 19세)이 백인 경찰관 대런 윌슨의 총에 숨졌다. 이 사건이 알려지면서 미국 전역에서 흑인과 유색 인종의 시위가 불길처럼 번졌다. 고질적인 인종차별이 사건의 원인으로 거론됐다. 그런데 일부 미국 언론은 인종차별에 가려진 사실을 지적했다. 바로 도시 문제다. 근거는 이렇다. 1980년대까지 퍼거슨 주민의 다수는 백인 중산층과 노동자들이었다. 그런데 2000년대 들면서 백인들이 더 좋은 교외 주거단지로 옮겼고 그 빈자리를 가난한 흑인들이 메웠다. 지난해 사건이 발생했을 때 퍼거슨 주민의 절대다수를 흑인들이 차지했지만 아이러니하게도 경찰은 90% 이상이 백인이었다. 충돌이 생길 수밖에 없는 구조였다. 문제를 제기한 언론은 퍼거슨처럼 갈등의 시한폭탄을 안고 있는 도시들이 미국 전역에 퍼져 있으며 결국 인종갈등과 함께 도시 문제도 해결해야 할 과제라고 주장했다. 이 부분은 단순히 미국만의 특수한 문제라고 가볍게 여길 수 없다. 내용은 조금씩 다르지만 대부분 도시는 비슷한 고민을 안고 있다. 물론 도시에 어두운 그늘만 있는 것은 아니다. 뉴욕, 파리라는 이름만 들어도 가슴이 설렐 만큼 도시는 매력적인 존재다.
인간과 떼려야 뗄 수 없는 관계가 된 도시. 그 도시에 관한 모든 것을 담고 있는 도시의 탄생이 나왔다. 칼럼니스트이자 영국 유니버시티 칼리지 런던에서 학생을 가르치는 저자가 도시 생활자를 위한 생활 안내서를 썼다고 보면 적당할 듯하다.
저자는 1519년 11월8일 에르난 코르테스가 이끄는 에스파냐 군대가 당시 세계 최고 도시였던 아스테카 제국 수도 테노치티틀란을 발견한 모습부터 시작한다. 현재의 멕시코시티 한 계곡 안쪽 고지대에 자리 잡은 테노치티틀란은 호수 위의 섬에 건설한 도시였는데 유럽인들조차 '꿈을 꿨다'고 말할 정도로 화려했다. 당시 테노치티틀란 인구가 20만 명으로 런던의 8만 명과 비교하면 얼마나 앞선 도시였는지 짐작할 수 있다. 하지만 테노치티틀란은 단 1300명의 에스파냐 군대에 무너져 사라졌다. 이처럼 역사에서 도시는 명멸을 거듭한다. 가장 오래된 도시는 기원전 5000년께 이라크 남부에서 수메르인이 건설했다고 알려진 에리두다. 그런 도시가 각 문명에 따라 생겨났는데 공교롭게도 격자형 건설방식이라는 공통점이 있다. 오늘날 가장 유명한 격자형 도시는 뉴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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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양을 조선의 수도로 건설한 정도전 |
도시는 근현대 들어 비약적인 발전을 했다. 불과 200년 전만 해도 세계 인구의 3%가 도시에 살았지만 현재는 세계 인구의 절반인 33억 명이 도시에 거주한다. 저자는 2050년이 되면 75%까지 증가할 것으로 예측한다.
이런 도시화로 인해 스카이라인과 다운타운 등 도시를 상징하는 단어들이 일상화됐다. 하지만 그 속에는 앞에서 언급한 갈등을 유발하는 도시 문제와 환경 파괴 등이 도사리고 있다.
그렇다면 한양을 조선의 수도로 건설한 정도전처럼 도시를 설계하려면 어떤 능력이 필요할까. 저자는 의미심장한 말을 던진다. "도시 설계 능력은 소설가들의 작문 능력과 비교할 수 있다. 머릿속으로 도시를 건설하는 것은 인물과 사건 등이 마구 얽히고 뒤섞인 소설을 쓰는 것과 같다. 도시 설계는 과학보다 예술에 좀 더 가깝다"(84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