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우칩스(cowchips)는 미국 서부개척시대에 연료로 쓰였던 말린 쇠똥을 뜻한다.
보잘 것 없지만 쓰임새가 많은, 구수한 시골내음이 물씬 풍기는 말린 쇠똥처럼, 과거 60, 70년대 향수에 흠뻑 젖을 수 있는 그런 음악을 만들어보자는 뜻에서 카우칩스라는 팀명을 지었다. 4년 전부터 블루스의 매력에 빠져있던 기타리스트 유원석과 보컬 최세련이 세션 연주자들과 함께 시작해 지난해 5월에야 정식 멤버로 박성하(드럼) 이원지(베이스)를 영입해 밴드 카우칩스로 출발했다.
올해 2월 10일 발표한 3곡이 담긴 싱글 앨범 'woman's cry'는 네이버에서 선정한 '2015년 상반기 놓치면 아까운 앨범들' 중 하나로 뽑혔다. 이 앨범은 지난해 부산 금정구 회동동 예술지구P 금사락의 앨범 제작 지원 프로젝트 '밴드 스타트업'의 지원을 받아 녹음했다. 특히 앨범 타이틀곡인 'Walk in the rain'은 쓸쓸히 빗속을 걷는 여인의 모습을 묘사한 가사가 보컬 최세련의 깊고 무게감 느껴지는 두터운 음색과 절묘하게 어우러져 마치 쏟아지는 장대비를 맞는 듯 묘한 쾌감까지 드는 곡이다.
나날이 현란하고 화려한 비트의 새로운 변종 음악이 쏟아져 나오는 요즘, 대중음악의 뿌리라 할 수 있는 블루스가 상대적으로 투박하게 느껴질 수도 있지만, 음악의 뼈대라고 할 리듬부터 멜로디, 가사까지 사람의 감정을 가장 솔직하게 표현할 수 있고, 연주하는 이의 절절한 감정을 고스란히 전달할 수 있다는 것이 블루스의 가장 큰 매력이다.
■고 채수영 씨와 맺은 인연
카우칩스 리더이자 기타리스트 유원석은 음악을 시작할 무렵부터 40, 50년대 또는 60, 70년대 과거 음악을 열심히 찾아서 들었다. 생활이나 정신적으로나 힘든 시기였던 그 시기에 가장 큰 위안을 주었던 음악이 바로 블루스였다고.
앨범 소개글에 지난해 타계한 대한민국 블루스의 거장 채수영 씨에게 많은 영향을 받았다고 밝혔다. 채수영 씨가 서울에서 블루스 바 '저스트 블루스'를 운영할 때 찾아갔던 적이 있었는데, 부산 광안리로 이전한다는 소식을 듣고 작은 도움이라도 드리고 싶다는 마음에서 몇 개월 동안 하우스 밴드로 공연하며 오히려 많이 배웠다고 한다.
채수영 씨는 카우칩스에게 "블루스 음악에 한국적인 감성이 깃들어야 한다. 카우칩스만의 블루스를 연주해야 한다"고 늘 강조했다. 그 가르침에 따라 한국적이고 개성 있는 블루스, 더 많은 이가 공감하는 블루스를 만들어 아직도 한국에선 생소한 블루스라는 장르(누군가에겐 아직도 '블루스'는 네온 불빛 아래 남녀가 껴안고 빙글빙글 도는 춤을 연상시킬지도 모르겠다)가 더 널리 알려지는 것이 목표다.
대한민국 블루스의 거장들과 인연은 이뿐이 아니다. 오는 24일 오후 7시 예술지구P 금사락에서 김현식 한영애 정경화 등등 전설적인 보컬리스트들이 거쳐간, 기타리스트 엄인호가 이끄는 신촌블루스 부산 공연에서 오프닝 공연으로 막을 열 예정이다. 11월 28일엔 선글라스, 서울블루즈 출신의 블루스 맨 김마스타(a.k.a김성민), 스윗덕과 함께 부산대 앞 그루(groo)에서 '데스페라도'라는 공연으로 블루스의 참맛을 유감없이 펼칠 계획이다.
■내년 5월 첫 정규앨범 목표
부산 로컬 인디 씬의 밴드와 뮤지션들은 자신들의 음악에 자부심이 무척 강한 편이 특징이고 그만큼 개성도 뚜렷하다. 하나, 많은 기대를 받았던 팀들이 불과 5년 사이에 이런저런 이유로 해산해버렸다는 것이 가장 아쉽다고 카우칩스 멤버들은 말한다. 예전보다 관객이 많이 줄어든 탓도 있을 것이다. 이런 악조건을 타계할 가장 빠른 지름길은 카우칩스를 포함해 모든 뮤지션이 좋은 곡을 쓰기 위해 노력하는 것이라는 생각을 밝힌다. 장르의 유행과는 상관없이 명곡은 어떤 장르이건 간에 통할 수 있다는 믿음이다.
카우칩스는 현재 소속된 레이블 없이 민락 인디트레이닝센터와 장전동 블루호텔 스튜디오를 오가며 내년 5월 첫 정규앨범 발매를 목표로 곡 작업과 합주를 병행하는 중이다. 아시아의 대표적인 블루스 축제인 자카르타 블루스 페스티벌 무대에 언젠가는 서고 싶다고 한다.
시간이 흐를수록 맛과 향이 깊어지는 위스키처럼 연륜이 더할수록 진해지고 제맛을 내는 음악이 블루스라, 내년에 발표할 정규앨범이 그리고 그다음에 발표할 앨범이 더더욱 기대된다. 언젠가는 부산을 대표하는 블루스 밴드로 ,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블루스의 거장으로 자리매김하기를 기대해 본다.
작가·다큐멘터리 감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