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저는 소피."

'영원한 첫사랑의 아이콘' 소피 마르소(49)가 짧은 한국어로 인사말을 건넸다. 이날 그녀는 흰색 쟈켓과 검은색 스키니진을 입고 등장했다. 그녀의 출세작 영화 '라붐' 속 앳된 얼굴이 여전히 남아 있었다. 소피 마르소는 쉰을 앞둔 나이가 무색할 만큼 싱그러운 미소를 지으며 취재진을 맞았다. 9일 오후 부산 해운대구 파크 하얏트에서 소피마르소 기자간담회가 열렸다. 부산국제영화제 방문은 처음이다.

소피 마르소는 "2년 전 광고촬영차 한국을 찾았는데 이번에는 제가 출연한 영화 '제일버드'로 초청돼 한국에 와서 기쁘다"며 소감을 밝혔다. 부산국제영화제(BIFF) 월드 시네마 부문에 초청된 제일버드는 소피 마르소의 연기 변신이 화제를 모았다. 극 중 소피마르소가 맡은 마틸드는 감옥에 갇힌 연인의 탈옥을 돕는 대신 감옥에 갇힌다. 살아 남기 위해 그의 도움이 절실하지만 투옥된 이후로 아무 소식도 없다. 그녀의 아들만이 고립된 그녀를 지지해주는 내용을 담았다.

소피는 "보통 사람들이 어둡고 무거운 역할을 힘들다고 하는데 강렬한 역할인 만큼 꼭 출연하고 싶었다"며 "특히 30세의 젊은 여성감독인 오드리 에스트루고의 전작을 보고 감명받았다. 이후 감독과 만나 꼭 한 번 작업을 같이 해보고 싶다고 뜻을 나눴는데 이뤄져서 기뻤다"고 말했다. 프랑스 영화를 추천해달라는 취재진의 질문에 "제일버드 밖에 없다"고 답해 웃음을 자아냈다.

소피 마르소는 10대에 출연한 '라붐'으로 전 세계적으로 인기를 얻었지만, 이는 그녀에게 벗어날 수 없는 족쇄이기도 하다. 여전히 사람들의 기억 속에는 소피 마르소는 늙지 않는 10대 청춘스타로 남은 게다.

소피 마르소는 "길에서 사람들을 만나면 '당신은 내 젊음의 일부'라고 말해 고맙다"며 "이런 말을 들을 때마다 갑자기 확 젊어지는 느낌"이라고 말했다. 이어 "여배우는 영원하지 않다는 걸 알고 있다. 최선을 다해서 다양한 모습을 관객들에게 보여주려고 노력한다. 언젠가 때가 되면 이 자리를 후배들에게 넘겨줘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소피 마르소는 마릴린 먼로가 자신의 우상이라고 꼽았다. 그는 "마릴린 먼로는 보기만 해도 매료되는 특별한 무언가가 있다"고 답했다. 영화감독이기도 한 소피 마르소는 차기작으로 코미디 영화나 액션 영화에 도전해보고 싶다고 밝혔다.

소피 마르소는 "코미디 영화만의 특별한 리듬감을 연출해보고 싶다"면서 "평소 몸을 움직이는 것을 좋아하는데 달리고, 뛰고, 떨어지는 액션영화도 만들어 보고 싶다"고 말했다.

한국영화에 대한 깊은 관심도 드러냈다. 임권택 감독의 취화선을 자신이 본 한국영화 중 명작으로 손꼽았다. 소피 마르소는 "무인도에 가면 꼭 가져가고 싶은 영화 10편 중 '취화선'이 있을 것"이라며 "'설국열차'를 만든 봉준호 감독도 눈여겨봐야 할 좋은 감독"이라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스무 살을 맞은 부산국제영화제에 대해서도 애정을 아끼지 않았다. 소피 마르소는 "부산국제영화제는 아시아에서 명실상부한 최고의 영화제"라며 "한국영화의 이미지 제고에도 부산국제영화제가 큰 기여를 했다. 항상 한국에 올 때마다 변함없이 큰 사랑을 주셔서 기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