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배우·제작자·바이어 등

- 세계 각국의 영화인 모여

- 인맥 쌓고 정보 공유까지

"감독이신가요? 아니면 언론인?" "아니요! 나는 인도의 영화 제작자예요."

프라카쉬 샤르마 씨와 나눈 '파티의 대화'는 이렇게 시작됐다. 지난 3일 오후 8시께 부산 해운대 노보텔 앰배서더 부산의 야외 가든. 어둠이 담요처럼 수평선을 덮었지만, 이곳은 제3회 부산국제영화제(BIFF) 아시아필름마켓 개막 리셉션이 시작하면서 낮보다 화려하게 깨어나고 있었다.

"어! 저분?" 한 신사가 수백 명의 파티 참가자 사이로 부지런히 다니며 사람들과 대화하는 모습이 눈길을 잡았다. 영화제 첫날 밤 10시30분 해운대 그랜드호텔에서 열린 그 복잡했던 개막파티에서도, 이튿날 밤 10시 요즘 잘나가는 중국 영화제작사 하이룬(海潤)픽처스가 같은 호텔에서 연 성대한 '하이룬의 밤' 파티에서도 그와 계속 마주쳤다.

"하하! 나는 제작자예요. 영화 수입도 하지요. 내 회사 프라카쉬 샤르마 프로덕션은 인도 뭄바이에 본사가 있고 러시아 스위스 영국에 지사가 있죠. 나는 바이어로 BIFF와 아시아필름마켓에 왔고, 우리 영화도 세계에 알려야 합니다." 샤르마 씨는 사업가답게 자신이 공동 제작자로 참여한 2014년 3D 영화 '랫츠'(Rats, 캐스퍼 반 디엔 주연) DVD부터 내밀며 홍보했다. "오늘 밤엔 대만 영화의 밤 파티(파크 하얏트 부산)에 갔다가 택시로 여기 왔고 CJ의 밤(해운대 그랜드호텔)에도 갈 참이에요. 내가 곧 브릭스(브라질 러시아 인도 중국)영화제를 창설할 계획이라 더 바쁘죠. 파티가 아니면 세계 영화인을 만나 인맥을 쌓거나 정보와 흐름을 파악할 수 없거든요."

BIFF에서 샤르마 씨 같은 사람을 수없이 맞닥뜨리는 곳이 밤의 파티다. 관객 시민에게는 낮을 중심으로 영화와 스타와 행사를 즐기는 게 '영화제 사용설명서'의 핵심이라면, 영화인에게는 여기에 더해 파티라는 마당이 하나 더 열린다. 특히, BIFF처럼 크고 중요도가 높은 영화제에서는 파티가 필수이며 'BIFF에 가는 이유' 가운데 하나가 됐다.

더구나 BIFF에서는 파티가 매우 다종다양하다. 다양한 파티가 '장터' 구실을 하면서 수많은 영화인, 영화산업 관계자가 이를 자기 목적에 맞게 활용한다. 지난 2일 밤 해운대 그랜드호텔에서 열린 '하이룬의 밤'에서 만난 중국 영화사 화책집단의 젊은 직원 첸 씨는 "오늘 부산에 도착해 이 파티부터 찾았다"고 말했다. 하이룬의 영화산업에 관심과 정보가 쏠리고 있음을 짐작게 했다. 그 파티에서 한국의 거장 김기덕 감독의 인기가 높았는데 그가 가는 곳마다 여러 나라 영화 관계자가 몰려 이야기꽃을 피웠다. 김 감독은 세계 영화인과 친목을 다지는 데 파티를 활용했다.

20년 파티 변천사를 주도한 전양준 BIFF 부집행위원장은 "상황에 맞춰 파티에도 변화를 꾀했다. 지금은 한결 성숙한 문화가 생겼고 계속 변화를 모색할 것"이라며 "영화제에서 파티가 지극히 효율적이고 중요한 자리인 점은 변함없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