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 잣대없는 연결망의 대표 사례인 인터넷 구조.밝은색으로 표시한 것이 연결선이 많은 중요한 연결망 노드다. 노드는 대부분 연결선이 한두 개에 불과하지만, 엄청나게 많은 연결선을 가진 노드도 존재하는 것을 확인할 수 있다. |
- 우리 주변에서 흔히 발생하는
- 사회경제적 현상·문제점 등을
- 통계물리학 틀 안에서 분석
- 그 속에 담긴 의미와 대안 제시
"한국사회가 '한 줄로 세우고 앞사람에게 몽땅 몰아주기' 같은 분배 방식을 바꾸지 않는 한, 입시제도를 어떻게 바꿔도 개천에서 날 수도 있을 그 많은 아름다운 용은 계속해서 개천으로 아니면 하수구로 돌아갈 것이다. 그 용의 아이들도 그리고 그 아이들도."(59쪽)
물리학자'도' 세상을 본다. 세상물정의 물리학을 보면 이 표현이 확연하게 와 닿는다. 이 책의 저자 김범준 성균관대 교수는 물리학자다. 그는 복잡한 물리학의 이론 틀 안에서 사회경제 현상을 설명하고 연구하는 시도를 계속해 왔다. 저자는 단순하게 현상을 통계물리학이란 도구로 분석하는 데 그치지 않는다. 비판적이면서 지혜로운 '한 마디'를 보탠다. 쉽고 재밌게 풀어쓰는 글솜씨도 뛰어나다.
 |
| 개미가 표면이 서로 다른 길 위를 이동할 때 직선이 아닌 꺽은선 모양으로 경로를 만들어 내는 모습을 형상화한 그림. 개미는 집단 지성을 통해 문제를 해결한다. |
저자는 자녀 교육비 그래프로 '승자독식' 사회구조를 지적한다. "수능 점수가 높아질수록 월수입이 점점 가파르게 늘어나고, 최상위자 소수의 월수입은 엄청나게 많은 반면, 중간 정도까지도 최상위자보다 훨씬 적은 월급을 받는" 승자독식 사회 그래프로 사교육 열풍의 원인을 진단한다. 문제는 이러한 증가함수 모양이 너무 가파르다는 사실이다.
'개미는 알고 정치인은 모르는 비밀'. 집단지성에 대한 분석도 흥미롭다. 개미는 수많은 경로 중 이동 시간이 가장 짧은 길을 찾는 데 집단지성을 활용한다. 전체 개미 집단은 똑똑한 행동을 보여줄 수 있다는 뜻이다. 물론 여기에는 "따라가기와 돌아다니기가 절묘하게 섞여 있어야" 한다. 저자는 "한국 사회에서 집단지성을 성공적으로 발현하려면 당연히 따라가기와 돌아다니기 둘 다 필요하다"고 지적한다. 바로 의견 나누기 등 상호작용이다. 이어 "정치인들이 많이 보여주는 '내 길이 옳으니 무조건 따르라'는 개미도 하지 않는다"고 일침을 가한다.
SNS(소셜네트워크서비스)와 같은 사람과 사람을 이어주는 사회 연결망 구조에 대해서도 '한 마디' 거든다. "많은 연결망은 잣대가 없어서, 소수지만 엄청난 수의 친구를 가진 마당발이 분명히 존재한다. 마당발은 사회 전체에 미치는 영향이 클 수 있다"고 말한다. 저자는 "2012년 대통령 선거 당시 국가정보원 인터넷 댓글 사건도 이런 연결망 효과를 이용해 여론을 움직여 보려고 한 시도였다"고 덧붙였다.
초등학교-병원, 커피전문점의 밀도와 인구밀도 간 상관관계를 분석한 대목은 많은 시사점을 던진다. 공공성과 경제효율의 딜레마에 대한 이야기이다. 초등학교는 학생의 이동 거리를 고려한 공익적인 성격을 띠지만, 커피전문점은 고객의 이동 거리와 관계없이 인구밀도에 거의 정비례해 들어선다. 학교는 커피전문점이 아닌 까닭이다. 그래서 "KTX나 인천국제공항 민영화, 진주의료원 폐업 같은 사회기반시설과 관련한 문제도 단지 그 시설 하나하나의 이익구조라는 면만 생각해 결정하는 것은 심각한 문제가 있다"고 따진다.
프로야구 구단이 원정경기를 다닐 때 발생하는 이동 거리 격차를 최소화할 '공평한 경기일정표' 역시 눈에 띈다. '몬테카를로 방법'이라는 물리학 계산법을 이용해 에너지-이동 거리가 낮은 상태를 찾아내면 된다는 것. 다른 방법도 있다. "KBO에서 약간의 상금을 걸고 경기일정표를 공모하는 것"이라고 한다. "평범한 대중은 우수한 극소수의 엘리트보다 더 합리적인 결정을 내린다"는 점에서 그렇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