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자신을 너무 사랑하기 때문에 고통이 끝이 없다. 중생은 자기라는 이미지를 만들고 애착을 가지므로 자아가 만들어지고 자아에 대한 사랑의 힘으로 인생을 만들어 간다.

그런데 이렇게 사랑하는 내가 만족하지 못함 즉 내가 바라는 수준이 못됨으로 갈증이 일어나고 내가 원하는 나와 환경을 얻으려는 것이다.

원하는 옷을 사고 머리를 하거나 방을 바꾸고 친구를 고르고 이사하거나 공부하거나 여행하고 직업을 바꾸거나 내 몸을 만들거나 기타 등등 모든 행동은 나의 관심을 따라서 주위나 나를 만들어 가는 과정이다. 그러니 우리가 현재 가진 모든 자기 모습이나 환경은 자기가 선택하고 실행한 결과다. 그런데 과연 나의 책임이기만 한 걸까 생각해보면 억울해도 보통 억울한 게 아니다.

도대체 내 맘에 안 드는 이 많은 불만은 누구 책임일까? 착한 사람은 대체로 자기 잘못으로 돌리고 수용하려 하지만, 대개는 거의 모든 것이 남이 책임이고 곳곳에서 불평을 토로하게 된다.

불교에서는 이 둘 다 잘못이라고 한다. 중생의 근본무명으로 이 모두가 초래된 것이니 문제의 원인을 따지지 말고 해결하는 방법을 찾는 것이 중요하다고 본다. 예를 들면 독화살을 맞은 사람이 화살과 독의 구성요소나 쏜 사람을 찾기보다 살을 먼저 빼내고 치료하는 것이 우선이다.

사실 우리의 모든 문제는 딱히 누구 잘못이라기에는 한계가 있다. 내 키가 작은 것, 내가 못생긴 것이 내 잘못이라기보다 부모한테서 유전 받은 것이다. 내가 기름진 고기를 좋아해 자꾸 살이 찌는 것도 딱히 내 잘못이라고만 말하기 어렵다. 물론 많은 사람이 절제하지 못하는 내 성격이나 의지 탓이라 하겠지만 미각의 성향이나 절제의 힘이 부모에게서 이어받거나 교육받아 만들어진 건 아닐까. 어떤 사람은 예민하고 어떤 사람은 인내력이 좋은 것도 심리학에서 보면 성장기 교육에 기인한 것이라 해도 무방하다.

그럼 우리 부모의 잘못인가? 이렇게 책임을 전가하기에도 문제가 많다. 내 부모라고 내가 왜소한 체격이나 까다로운 식성, 성격이 되길 바랐겠는가? 교육이 뭔지 철저히 이해 못 했고, 끈기와 세심함으로 키우시기에 한계가 있었을 것이다. 그러니 할머니 탓일까? 역시 아니다. 이렇게 보면 우리는 몇십억 년 전 아메바 탓을 할 수밖에는 없는데 이것은 분명 아니다. 그러니 우리의 숱한 잘못과 상황 대처 역량은 누구를 탓할까.

나를 바꾸는 데는 친구, 스승, 함께 하는 그룹이 너무나 중요하다. 사실 주변 인연을 선택하는 것도 내 뜻대로 되는 것은 아니다. 술 좋아하는 사람은 술꾼이 좋아 보이고 낚시나 등산 좋아하는 사람도 다 그 성향이 있다. 학습이나 수행을 좋아하는 사람과 놀기 좋아하는 사람 모두가 그리 쉽사리 선택할 수 있는 결정은 아니다.

나와 잘 맞지 않는 사람과 어울리기가 만만찮다. 그러나 내가 좋아하는 사람과 어울리고 조금이라도 불편을 참지 못한다면 이런 사람은 자기 일생을 바꿀 능력도 의지도 없는 사람이라고 단정할 수 있다.

자기 노력으로 주변 여건과 상관없이 나아갈 수 있는 사람을 나는 특별한 사람 즉 위인이라 하고 싶다. 그러나 보통 사람은 주변 선택을 통해 나 바꾸기를 할 수 있다고 본다. 이것도 안 된다면 주위 사람이 환경을 선택하도록 도와주어야 하고, 이 경우에만 우리는 자기 만들기에 성공할 수 있다. 이런 이유로 특정 환경에 대한 관심이 나를 바꾸는 힘이라고 감히 말한다. 결국, 내 관심에 걸맞은 책임감은 우리 몫이 아니겠는가?

원불교 정관교당 교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