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2일 부산 해운대 센텀벤처타운에서 열린 부산 영화비평지 '인디크리틱' 인디토크에서 감독들이 각자 작업 방식과 생각을 이야기하고 있다. 왼쪽부터 박배일, 김지곤, 차민철(영화평론가), 오민욱 감독, 김정근 감독. 부산독립영화협회 제공

- 김영조·박배일·김지곤 감독 등 참여
- 비슷한 경험과 고민 나누며 3시간 훌쩍

부산에서 활동하는 젊은 다큐멘터리 감독이 처음 한자리에 모였다. 맏형격인 김영조 감독('그럼에도 불구하고…')을 비롯해 개성과 주관이 뚜렷한 박배일('밀양 아리랑'), 김지곤('악사들'), 김정근('그림자들의 섬'), 오민욱('범전') 감독 등이다.

이들이 한자리에 모인 것은 (사)부산독립영화협회(부독협)가 발간하는 비평집 '인디크리틱' 12호 특집 '부산 다큐멘터리' 인디토크에 참여하기 위해서였다. '인디크리틱'은 부산 영화만을 평론하는 비평집으로, 올해 부산 영화계에서 가장 활발한 흐름을 보여주는 다큐멘터리(본지 6월 9일 자 23면 보도)를 특집으로 다루기로 했다. 정한석 남다은 박인호 강소원 김현수 김이석 차민철 등 내로라하는 평론가들이 비평에 참여하고, 감독들이 나오는 인디토크도 담는다.

지난 12일 오후 센텀벤처타운 회의실에서 열린 '인디토크'의 시작은 어색했다. 평소 알고 지냈으나 영화작업에 대한 생각이나 스타일이 달라 직접 얼굴을 대놓고 얘기하는 기회가 없었던 탓이다. 하지만 3시간 가까이 대화가 진행되면서 묘한 동질감과 공감대가 형성됐다.

중학교 시절 위안부 관련 다큐멘터리를 보고 영화에 관심이 생긴 김지곤 감독, 대학에서 우연히 다큐멘터리를 만들다가 사회의 새로운 모습에 눈을 뜬 박배일과 오민욱 감독, 사회를 향한 뜨거운 가슴을 주체하지 못해 카메라를 든 김정근 감독 등 김영조 감독을 제외하고 30대 또래인 감독 4명이 다큐멘터리를 시작한 계기는 비슷했다.

이들의 공통점은 다큐멘터리 공동체를 통해 작업을 이어간다는 점이다. 김지곤 오민욱 감독은 '탁주조합', 박배일 문창현 감독은 '오지필름', 영상공동체 '미디토리'에 몸담았던 김정근 감독 등은 공동체에서 협업과 분업을 하며 다큐멘터리 작업을 꾸준히 이어가는 원동력을 찾고 있었다. 김영조 감독은 혼자 작업하며 후배들의 참여를 이끌어 다큐멘터리 저변 확대에 힘쓰는 방식을 택했다.

다큐멘터리의 위상과 현실적인 어려움, 작업에서 부딪치는 한계에 대한 고민도 쏟아졌다. 박배일 감독은 "공적 지원을 통해 다큐멘터리를 만드는 사례가 늘었지만, 아직도 극영화와 비교하면 다큐멘터리에 대한 차별과 편견이 있다. 다큐멘터리도 열정 페이가 아닌 현실적인 비용을 지급하는 구조가 만들어져야 할 것 같다"고 말했고, 김정근 감독은 "다양한 영화를 찾는 관객이 점차 줄어드는 시점에서 비평이라도 다큐멘터리에 꾸준히 관심을 가져줄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오민욱 감독은 "영화를 예술로 봐주면 좋을 텐데 자본과 결합해 성과를 요구할 때 어려움을 느낀다"고 털어놨다. 김지곤 감독이 "영화작업에서 한계에 부딪히는 것 같아 시나리오, 사진 등 공부를 더 열심히 해야겠단 생각을 한다"고 하자 모두 공감했다. 김영조 감독이 "부산에 이렇게 다양한 다큐멘터리가 나오는 것은 기쁘고 흥분되는 일"이라며 훈훈하게 마무리 지었다.

박인호 인디크리틱 편집장은 "최근 부산 다큐멘터리가 주요 영화제 초청과 수상, 극장 개봉 등 극영화보다 더 많은 성과를 낸다. 인디토크에서 이들의 작업에 대한 생각과 방향, 고민을 느꼈고 관객에게 부산 영화의 현재와 가능성을 전달할 수 있을 것 같다"고 말했다. 인디크리틱 12호는 '2015 부산독립영화제(11월 20~24일)' 기간 발간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