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부산시 내달 불꽃축제 요금 받아
- 서 시장 문화산업화 행보 본격화

- 록페스티벌 내년 무료폐지 추진
- 예산확보·행사발전 두개 시선속
- 조직위, 관객 줄어들까 고심거듭

- 市 "유료화로 고부가가치 창출"
- 문화계 "문화예술 현실 파악을"

서병수 부산시장이 지난해 7월 취임하면서 가장 강조한 공약은 '일자리 창출'이었다. 그 외침이 문화예술 분야에서 구체화한 것이 '문화 산업'이다.

부산시는 이미 부산불꽃축제를 유료화하면서 문화 산업을 위한 첫발을 내디뎠다. 다음 차례는 부산록페스티벌이다. 록페스티벌은 내부적으로 몇 년 전부터 유료화를 검토해왔다. 유료화 바람은 여기서 그치지 않고 문화예술 관련 공공기관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상황에 이르렀다.

그렇다면 과연 유료화가 답일까. 더 나아가 부산에서 문화 산업은 실현 가능한 목표일까. 이제 이 물음에 대해 고민하고 답을 구해야 할 때가 된 것 같다.

■ 공공기관도 유료화 가능성

시는 올해 불꽃축제 유료화를 확정하고 전체 1만 석을 판매한다. 이미 지난달 초 실시한 인터넷 개별판매에서 1000석이 두 시간여 만에 매진될 정도로 인기가 좋았다. 시는 유료 좌석 판매로 7억3000만 원가량 수입을 얻어 올해 추가로 투입되는 비용을 충당한다는 방침이다. 불꽃축제 유료화가 어떤 결과를 낳을지는 올해 행사가 끝난 뒤 판단할 수 있다.

불꽃축제에 이어 내년부터 록페스티벌도 유료화할 가능성이 크다. 행사를 주최하는 부산문화관광축제조직위(이하 축제조직위)가 몇 년 전부터 유료화를 추진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전임 허남식 시장 시절에는 무료 방침에 따라 번번이 무산됐다. 이와 달리 서 시장 취임 후 지금은 오히려 시가 적극적이다. 록페스티벌 유료화는 예정된 순서다.

불꽃축제와 록페스티벌에 이어 공공기관이 다음 차례가 될 것이라는 예상도 나온다. 2010년부터 전임 허 시장의 정책에 의해 부산시립미술관과 부산박물관 무료입장을 시행했는데 '산업'을 강조하는 현 서 시장의 기조에 맞춰 유료로 전환할 가능성이 크다. 부산시립미술관 내 '이우환 공간'이 유료화를 시행하는 것도 도화선이 될 수 있다. 시립미술관 관계자는 "미술관 운영뿐만 아니라 관람객이 책임 의식을 가지고 작품을 보기 위해서는 적더라도 입장료가 꼭 필요하다"고 말했다.

■ 엇갈리는 유료화 명암

유료화는 황금알을 낳는 거위일까. 일단 불꽃축제는 올해 행사가 끝나야 손익계산서를 따질 수 있다. 대신 록페스티벌을 통해 유료화의 명암을 분석해보자.

축제조직위가 록페스티벌 유료화를 추진하는 명분은 '발전'을 위해서다. 올해 록페스티벌 예산은 5억 원. 이 돈으로 국·내외 밴드를 섭외해 3일 동안 사상구 삼락공원 무대에 세워야 한다. 올해 출연 밴드는 10개국 50팀이 넘었는데 공연 시장에서 형성된 정상적인 출연료를 고려하면 사실상 행사 자체가 불가능했다.

그래서 축제조직위는 자구책을 마련했다. 공식 타이틀 중 '국제'를 뺐다. 어정쩡한 외국 밴드를 초청해 무늬만 국제록페스티벌 행세하는 것보다 내실 있는 국내 밴드 위주로 축제를 치르기로 했다. 그리고 국내 밴드는 친분을 앞세워 출연료를 깎았다. '단골'인 YB가 대표적인 경우다. 이런 자구책 역시 단기 처방이지, 장기 계획은 되지 못한다.

결국, 축제조직위는 지금처럼 적은 예산으로 무료입장을 고집한다면 앞으로도 그저 그런 행사를 개최하는 것에 의미를 둘 뿐 발전이 없다고 판단했다. 그래서 유료화 카드를 꺼냈다.

하지만 검토를 거듭하면서도 선뜻 유료화 결정을 내리지 못했다. 무료가 록페스티벌의 최대 매력이기 때문이다. 참고로 올해 같은 기간 열렸던 인천 펜타포트 록페스티벌의 경우 1일권 13만 원, 2일권 18만 원, 3일권 22만 원으로 상당한 고가였다.

축제조직위의 고민은 유료로 전환했을 때의 관객 수다. 올해 관객은 수작업으로 알아본 결과 6만5000명이었고, 지난해는 경찰 추산으로 7만 명이었다. 여기에는 록음악의 상징인 젊은 마니아뿐만 아니라 다양한 연령대의 주민까지 포함됐다. 이들 중 일부는 유료화와 함께 삼락공원을 외면할 것으로 예상된다. 축제조직위가 올해 관객 500명을 대상으로 설문 조사한 결과 부산록페스티벌을 유료화했을 때 수도권 록페스티벌과의 경쟁력에 관해 묻자 '낮다'고 답한 관객이 40%, '높다'가 39.6%, '비슷하다'가 21.4%를 차지했다. 또 수도권 록페스티벌과 일정이 겹칠 경우 부산 록페스티벌에 참여할 의향에 대해서는 '있다'가 59.3%, '그저 그렇다'가 25.7%, '없다'가 15%였다. 섣부르게 유료화를 감행하면 최대 40%에 달하는 관객을 잃고 록페스티벌 자체가 위기를 맞을 수도 있다는 가능성이 설문조사에서 드러났다. 이에 따라 축제조직위는 개최 장소와 유료화 시 적정 요금 등 다양한 사안을 원점에서 재검토하고 있다.

■ 문화 산업 토대는 있나

시는 최근 엔터테인먼트 산업 활성화 전략 수립에 나섰다. 부산국제영화제와 부산비엔날레, 각종 국제 행사를 통해 축적된 엔터테인먼트 산업의 발전 방향을 모색할 필요가 있다는 것이 근거다. 시 자체 평가를 보면 록페스티벌, 코미디, 마술, 불꽃 등 각종 공연이 일회성 행사에 그쳐 시장 창출이 어렵다는 판단이다. 그래서 분야별 전문 공연장을 조성하고 축제 유료화, 관광 자원화로 외부 수요를 확충해 축제의 경제적 선순환 구조를 마련한다는 계획이다. 또 방송, 온라인 등을 통한 부가 상품 창출로 문화 행사의 고부가 가치화를 꾀할 예정이다. 이를 위해 내년 연구 용역을 시행한다.

하지만 이런 시의 계획에 문화예술계는 부정적이다. 한마디로 문화 산업화를 이룰 토대가 없다는 것이 이유다. 한 문화계 인사는 "부산영화제나 부산비엔날레 등의 행사는 도시 브랜드 개선에 도움이 되지만, 산업과는 크게 연관성이 없다"며 "문화 산업을 논하려고 해도 가능성 있는 토대가 없는데 도대체 무슨 근거로 자꾸 산업화를 주장하는지 이해되지 않는다"고 말했다. 또 다른 공연 관련 기획자는 "문화 산업을 위한 선순환 구조를 만드는 데 가장 중요한 콘텐츠가 없는데 어떻게 선순환 구조를 마련하고 산업을 달성할지 알 수 없으며 문화산업을 논하기 이전에 부산의 문화예술 현실부터 파악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 "문화융성의 출발점은 시민들 일상생활 속 문화 향유"

- '민선 6기 1년 부산문화' 토론행사
- 남송우 "당장 성과 매달려선 안돼"
- '기초예술 활성화 시급' 한목소리

지난 7월 '부산국제영화제를 지키는 범시민대책위원회' 주최로 '민선 6기 1년 부산문화를 돌아본다'는 행사가 열렸다. 이 자리에 발제자로 나선 남송우 부경대 교수는 서병수 부산시장의 문화 관련 공약 실행 여부를 점검하면서 "문화를 문화로 보지 않고 자꾸 경제 관점에서 이해하는 탓에 문제가 생긴다"며 "문화를 통한 돈벌이도 중요하지만 시민이 일상생활 속에서 행복을 느끼는 생활 문화를 활성화하는 게 문화융성이 지향해야 할 궁극적인 지점"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이어 "문화도 산업이 돼야 하고, 또 산업으로서 그 위상을 점차 높여가고 있는 게 21세기의 큰 흐름이다"며 "진정한 의미의 문화 산업 융성은 다양한 문화 영역에 오랫동안 투자하고 키우고 보살핀 결과로 나타나는 것이지, 문화 산업에 당장 투자한다고 생명력 있는 문화 산업이 융성해지는 것은 아니다"고 꼬집었다.

문화 산업에 대해 지역 문화예술계에서 활동하는 교수, 현장 기획자, 작가, 활동가 등에게 물었다. 대부분 단기간의 성과에 매달리지 말고 고사 위기에 있는 부산의 기초 문화예술 분야에 투자해서 천천히 열매를 기다리라고 조언했다.

미술 관련 한 대학 교수는 "문화 산업은 뜬구름 잡는 이야기다"며 "문화 산업이 나름대로 활발하게 움직이는 유럽도 오랜 기간을 거쳐 오늘날의 모습을 갖췄기 때문에 당장 열매를 얻겠다는 조급함부터 버려야 한다"고 충고했다. 또 다른 현장 기획자는 "불꽃축제나 록페스티벌을 예로 들면 이익을 낼 구조를 만들고 투자도 해야 하는데 전혀 그런 고민 없이 산업만 외치고 있다"며 "산업으로 발전시키려면 민간 전문가를 영입해서 사업 감각부터 갖추는 게 급선무"라고 강조했다.

한 활동가는 "그동안 부산에서 문화가 산업으로 제대로 발전한 사례가 없으며, 그 분야 개념을 이해하고 주도할 전문가도 없는데 도대체 어떻게 문화 산업을 이룩할 수 있는지 상상하기 어렵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