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문화계 특유 활력 저해 비판

- 추진 정책도 거의 재탕 수준

장면 1. 2009년 3월 5일 민간 전문가 주도의 부산문화재단이 출범했다. 지역 문화계는 부산시가 맡았던 문화예술 분야 지원사업 외에 지역 문화 정책과 문화 콘텐츠 개발, 지역 문화의 세계화 등을 문화재단이 주도할 것으로 기대했다. 또 500억 원 규모의 기금을 조성해 각종 문화 사업을 펼친다는 장밋빛 청사진도 세웠다. 4년 뒤인 2013년 3월 25일 허남식 전 부산시장은 '함께해서 행복한 문화도시' 실행 계획을 발표했다. 문화 행정 정책 방향을 민간과 문화예술인 중심으로 바꾸겠다는 게 골자였다. 또 문화재단 위상과 독립성을 높이기 위해 민간 이사장제 전환을 약속했다.

장면 2. 서병수 시장 취임 1년 후. 불과 1년 사이 부산국제영화제(BIFF) 이용관 공동집행위원장 사퇴 종용 파문, 최상윤 문화재단 이사장 임명 강행과 자진 사퇴 등으로 홍역을 치른 부산시는 지방자치단체 최초로 '청년문화 육성·지원 추진 계획'을 세웠다. 또 지자체 최초로 '부산 예술인 실태 조사 및 복지정책'을 만들고 있으며 지역문화진흥법 시행에 따른 조례 제정과 개정, '5개년 시행 계획'을 수립 중이다. 이뿐만 아니라 문화 산업화를 위해 부산불꽃축제 유료화에 이어 부산록페스티벌 유료화도 추진하고 있다.

지역 문화계에 부산시 주도의 문화행정이 부활했다. 이 때문에 행정기관에서 민간 운영 중심으로 바뀌던 지역 문화계는 특유의 활력을 잃고 경직돼 있다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서 시장 취임으로 전환점을 맞은 이후의 일이다. 시가 문화 정책 수립과 인사를 이끌면서 애초 민간 전문기관으로 출범한 문화재단은 시 위탁기관으로 전락했다.

시는 앞서 언급한 정책 외에도 '엔터테인먼트 산업 활성화 전략'을 수립하고 '문화예술·영상·관광을 연계한 부산문화관광 진흥 전략'을 세워 문화산업을 일으키겠다는 구상을 하고 있다. 이러한 전략과 계획, 정책 수립 과정에서 문화재단은 단순한 자문 역할에 그칠 뿐이고 시가 전면에 나서는 모양새다.

문화계 반응은 싸늘하다. 서 시장이 취임한 이후 뚜렷한 비전 제시도 없이 '문화 산업' 구호만 요란하다는 지적이 많다. 시가 의욕적으로 추진하고 있는 정책이나 계획도 대부분 기존 정책을 재탕하는 수준에 그치는 데다 일부는 예산 확보도 되지 않은 상태에서 홍보부터 한다고 비난했다. 심지어 시 내부에서조차 '함량 미달'이라고 평가절하하는 정책도 있다.

한 문화계 인사는 "서 시장 취임 1년간 시가 주도하면서 문화 부문은 오히려 후퇴한 느낌"이라며 "문화재단이 자기 역할을 할 수 없다면 민간 전문가와 행정이 만나 컨트롤타워를 구성해 장기적인 비전과 정책을 세워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시 관계자는 "정책 수립은 시의 고유 권한이며 문화재단은 시행기관"이라며 "앞으로 정책 수립 과정에서 문화재단과 전문가들의 다양한 의견을 수렴하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