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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해를 중심으로 놓고 유라시아 역사 다시 보니

환동해 문명사 - 주강현 지음/돌베개/4만 원

  • 국제신문
  • 조봉권 기자
  •  |  입력 : 2015-09-04 19:09:02
  •  |  본지 1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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홋카이도에 살던 아이누족과 일본 어민이 물고기를 교역하는 모습을 그린 고다마 데이신의 그림.
- 땅·왕 관점의 주류사관 탈피
- 바다에서 바라본 환동해史
- 무려 730쪽 분량에 담아내

- 현재 한국 외교방향도 제시

새로운 관점에서 역사를 보면 어떤 일이 일어나는지, 아시아퍼시픽해양문화연구원(APOCC) 주강현 원장의 역저 환동해 문명사는 보여준다.

주강현 박사는 이름난 해양인문학자이며 제주대 석좌교수도 맡고 있다. 주 박사가 '환동해 문명사'에서 말하는 동해는 당연히 우리나라 동쪽 바다의 고유 명칭이다. 이 책이 말하는 '환동해'를 좀 더 자세히 설명하면 이렇다.

조선 순조 때인 1819년 조선 사람들이 표류하다 일본에 닿아 구조된 사실을 기록했다. 시마네현립박물관 소장. 돌베개 제공
"환동해라고 포괄적 영역을 지칭할 때는 중국 쪽에서 바라본 동쪽 바다, 러시아 연해주의 바다, 오호츠크와 인접한 사할린과 홋카이도의 바다, 일본 북서부의 바다, 그리고 다양한 북방 소수민족들이 바라본 바다 등을 포괄한다."('프롤로그, 환동해 문명의 회랑' 중) 저자의 설명을 조금만 더 들어보자. "이러한 환동해는 역사적으로 대체로 미궁의 바다이며, 유사무서(有史無書)의 변방 바닷가다. 환동해의 불연속성 같은 느닷없음은 역사적 서술의 연속성을 어렵게 하거나 빈 고리를 남겨두게 한다."(같은 단원)

이 책은 육지에서 바다를 보는 관점을 뒤집는다. 동해를 중심에 놓고 그 주위(환동해)에서 일어난 역사를 탐색하고, 정리하고, 집성한다. 그러자 놀라운 일이 일어난다. 먼저, '중화'니 '태정태세문단세'니 '표토르 대제의 시베리아 개척'이니 하는 땅 중심 왕 중심의 기성 주류 역사관으로는 제대로 다루지 못했던 역사가 무수히 살아난다.

몰랐던 역사 사건도 많이 나온다. 알았다 해도 기성의 땅 중심의 시각으로는 그러려니 넘어갔을 사항이 '환동해'라는 새로운 관점으로 보자 훨씬 중요한 의미를 갖는 대목도 많다.

저자는 흩어져 있던 역사사건을 해양 중심 사관, 환동해 문명사의 눈으로 하나하나 모으고 재배열한다. 예컨대 이런 식이다.

16세기 영국의 모피 수요가 급증하자 러시아의 검은담비 가격이 천정부지로 솟는다. 몇 마리만 잡아도 여생을 즐길 수 있을 정도다. 러시아 사람들은 미국 골드러시 열풍을 뺨치는 무서운 기세로 시베리아로 퍼져나가 검은담비를 닥치는 대로 잡는다. 시베리아는 신속히 '개척'되고, 환동해권 시베리아 민족의 샤머니즘은 처참히 파괴되고, 청나라와 러시아가 충돌해 청의 동해 진출 통로가 막힌다. 이때 한국과 일본, 사할린과 연해주가 환동해라는 무대를 중심으로 서로 얽히면서 역사는 소용돌이친다.
이 책은 무려 730쪽 분량이다. 유라시아 대항해, 시베리아 횡단열차와 동해 출구, 발해의 동해 출구와 차항출해, 아시아의 발칸 만주, 기타마에부네 시대와 태평양 시대, 거대한 문명의 육교 베링해…. 넓은 권역의 다양한 역사를 '환동해와 해양 중심'이라는 시선에서 풀어내는 야심 찬 작업을 저자는 해냈는데, 바로 이 점이 이 책의 재미다.

단순히 새로운 시선으로 역사를 읽는 재미에서만 끝나지 않는다는 점도 중요하다. 저자는 환동해권 한복판인 한국이 현재의 국제정세에 어떻게 대처해야 하는지 끊임없이 환기한다. 대체로 환동해 네트워크를 통한 경제협력과 교류 활성화라는 방향을 제시한다. 환동해의 역사를 살피다 보면 이런 제안이 무척 설득력 있음을 느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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