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1년 '자본주의의 심장부' 미국 뉴욕 월스트리트에서 진행된 반(反)월가 시위. 시위대는 소득계층 상위 1%에만 유리한 자본주의 사회·경제적 모순을 비판했다. 국제신문DB

- 큰 사이즈 커피의 경제적 효용
- 먹어도 배가 고픈 괴물의 속성
- 상이한 시각서 친절하게 설명

'경제학'이 지배하는 세상이다. 그것도 자본주의 시대다. 제대로 모르면 '호갱님(호구 고객님)'이 된다. 아는 것이 힘이라는데, 어떻게 할 것인가. 우리가 속한 자본주의를 명쾌하게 해석한 두 권의 책이 나왔다. 물론 자본주의에 대한 두 책의 시각은 너무 다르다. 경제학이 필요한 시간은 일상생활 속에 숨어 있는 경제 원리를 찾아내는 '실용적이고 합리적'인 내용을 담고 있다. 이와 달리 위험한 자본주의는 자본주의가 어떤 모순을 안고 있으며, 이 모순은 어디에서 비롯되는지 등에 관해 신랄하게 비판한다. 사뭇 다른 두 책으로 경제학과 노닐어 보는 것도 좋을 듯하다.

■ 복잡한 세상, 실용·합리로 풀어

스타벅스의 가장 작은 쇼트 사이즈(8온스)에 비해 그란데 사이즈(16온스)에는 배나 많은 커피가 담긴다. 그런데 가격은 배가 아니라 1000원만 추가될 뿐이다. 왜 그럴까. 경제학이 필요한 시간이 친절하게 설명해준다. 쇼트 대신 그란데를 팔 경우 카페가 추가로 버는 한계수입이 1000원이기 때문이다. 큰 사이즈일수록 이윤이 더 많이 생기니 카페는 고객에게 큰 사이즈의 커피를 사도록 유도한다. 그것도 '적당히 비싼' 가격으로.

이처럼 이 책은 난해하고 딱딱할 것 같은 경제학을 쉽고 재미있게, 머리에 쏙쏙 들어갈 수 있도록 해준다. 또 '어떻게 하면 복잡한 자본주의 사회에서 똑똑하고 합리적인 의사결정과 후회 없는 선택을 할 수 있을까'에 관해서도 얘기해 준다. 이를 통해 청소년이 어른보다 싸게 영화를 보는 이유(가격 차별), 소고기가 왜 돼지고기보다 늘 비싼지, 국가는 성장해도 우리네 살림살이는 늘 팍팍한 이유, 돈이 돈을 낳는 부익부 빈익빈의 역학 등을 살펴볼 수 있다.

주문제 식당의 음식량이 뷔페보다 적은 까닭에 대한 설명도 흥미롭다. 주문제 식당에서는 음식을 주문할 때마다 양(+)의 한계비용이 발생하지만, 뷔페는 한계비용이 0이다. '엎질러진 물'인 뷔페 요금은 일단 지출하면 회수할 길이 없기에 '아깝더라도 과감히 마음속에서 떠나보내야 한다'고 저자는 충고한다.

■ 자본주의 '진실' 제대로 꿰뚫기

카를 마르크스의 '자본론'을 읽다 보면 단순재생산·확대재생산 부분에서 '좌절'하기 일쑤다. 너무 어렵다. 그런데 이 자본론에 뿌리를 둔 위험한 자본주의는 다르다. '마르크스에게 배우는 살아 있는 자본주의 세계사'를 다룬 책. 묵직한 주제들인데도 술술 읽힌다. 이 책의 저자는 40여 년간 '자본론'을 연구한, 일본의 대표적인 마르크스주의 경제학자이다. 이 책은 자본주의 200년 역사를 한눈에 살펴보고 톱니바퀴처럼 맞물려 돌아가는 자본주의의 메커니즘을 날카롭게 파헤쳤다. 일본과 한국, 중국 등 극동아시아 사례를 많이 들고 있는 점도 이 책의 큰 장점이다.

저자는 '선한 자본가' 빌 게이츠와 워런 버핏이 자본주의의 영웅이 될 수 없다고 못 박는다. 왜 이렇게 평가할까. 자본주의의 치명적인 위험성이 '악한 자본가'가 아니라 '자본의 메커니즘'에서 비롯되기 때문이라고 한다. '선한 자본가'가 '악한 자본가' 자리를 대신해도 자본주의의 모순은 해결되지 않는 까닭이다.

결국, 이 책은 '먹어도 먹어도 배가 고픈 괴물' 자본의 근원적인 속성에 꼽힌다. '숙련된 노동자를 만들어 자본가의 이익을 극대화하기 위해 시작된 의무교육', 정규직과 비정규직의 양산, '체제 순응적인 예비노동자를 길러내기 위한 대기업의 대학 인수와 투자' 등에 관한 숨어 있는 진실을 이해하기 쉽게 밝히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