몽환적이고 묵직한 사이키델릭 록을 구사하던 여성 4인조 록 밴드 '헤디 마마(heady mama)'와 역시 헤디마마 출신인 드러머 천명실과 함께(현재 천명실은 '시람'이란 팀으로 활동하고 있다) 결성한 '뭄바트랩(Moombatrap)'을 거쳐 오랫동안 싱어송라이터로 활동해온 조연희(사진)가 오는 27일 싱글 '살랑살랑'을 발표한다. 크고 작은 무대는 물론 야외 버스킹까지 관객이 있는 곳이면 어디든 찾아가 노래해 왔지만, 음원 발표는 뭄바트랩의 정규 앨범 'Looking For The Sunrise'(2007)이후 8년 만이다.
■ 싱글 '살랑살랑' 파격적 변신
이번에 발표하는 싱글 '살랑살랑'은 내면의 성장 과정에서 오는 혼란을 가벼운 바람으로 표현한 곡이다. 살랑살랑 부는 바람에 자신을 맡기자는 메시지를 담고 있다. 어쿠스틱 기타를 안고 눈을 감은 채 청아하게 노래하는 조연희의 모습이 익숙한 팬에겐 어쩐지 형형색색의 조명이 돌아가는 롤러스케이트장이 연상되는 복고적인 느낌의 일렉트로닉 사운드로 편곡된 싱글 '살랑살랑'이 낯설게 느껴질지도 모르겠다. 최근 밴드로 컴백한 원더걸스만큼이나 파격적인 변신이다. 허나 특유의 몽환적이고 따듯한, 가끔은 주술적인 느낌까지 드는 마성의 음색은 여전하다. 조연희는 자신의 신곡 '살랑살랑'을 들을 때마다 춤을 춘다고 했다. 과연 라이브 무대에서 '경대여신' 조연희의 숨겨왔던 춤사위를 볼 수 있을까? 앞으로의 무대가 기대된다.
우선 오는 10월 3일 오후 7시. 부산대학교 앞 카페 '전람회의 그림'에서 치명적인 음색의 자칭타칭 인기가수 손지연과 앞서 '우리 동네 록스타'에 소개한 바 있는 싱어송라이터 곡두와 함께 공연할 예정이다. 조연희는 함께 공연하는 곡두와 손지연을 자신의 색깔을 어떻게 표현해야 하는지 정확히 아는 뮤지션들이라고 소개한다. 찬바람이 불어와 싱숭생숭한 가을날 저녁 손지연과 곡두, 심지어 조연희라니…. 울고 싶은 놈 뺨을 도리도리 소리 나게 후려치는 무시무시한 감성깡패 드림팀이다. 놓치고 서럽게 울지 마시고 달력에 표시해두었다가 공연장에 모여서 우리 함께 울자.
■ 장르 다채로운 정규앨범 준비
현재 조연희는 10월께 발표를 목표로 첫 번째 솔로 정규앨범 녹음에 집중하고 있다. 정규앨범에 수록될 곡들은 주로 혼란과 방황에 대한 이야기를 다룬다. 혼란과 방황을 거쳐 더욱 단단해진 자신을 발견하게 되고, 다시 시작하게 되는 과정. 리프레쉬(Refresh)의 의미를 담을 예정이라고 한다. 유아기 때부터 지금까지 계속 이어지는 질풍노도의 시기를 걷는 나 같은 사람에겐 필요한 앨범이 될 듯하다. 록과 재즈, 일렉트로니카 등 다채로운 장르가 어우러진 음악을 선보일 계획이다. 밴드보다 솔로 활동은 뭐든지 좀 더 간편하게 결정할 수 있어서 좋지만 모든 것을 혼자 결정해야 하는 부담감도 크다고 한다. 지금도 항상 밴드를 꿈꾸며 멤버를 구하는 중이다. 솔로 앨범 발표 후 조연희 밴드로 국내외 활동을 이어가고 싶다고 하니 이 글을 읽고 있는 연주자들은 한 번 도전해 보시길.
■ '경대여신'으로 불리는 이유
헤디마마, 뭄바트랩 시절부터 정평이 나 있는 미모와 노래하는 동안에는 어쩐지 무릎 꿇고 들어야 할 것만 같은 범접할 수 없는 아우라 탓에 '경대여신' 이란 별명으로 불리기도 하지만, 정작 조연희는 마치 놀리는 것만 같다며, '경대여신'이란 별명에 거부감을 나타냈다. 처음으로 그 별명을 우발적으로 지어 붙였던 입장이라 죄책감이 들기도 하고 혹시 겸손이 아닐까 의심도 들지만, 이제는 어디서든 '경대여신'이라 불리는 만큼 사실상 누구나 인정할 만한 적절한 수식이었다고 생각한다(간혹 드물게 반발하는 이들도 있지만, 그게 다 믿음이 부족한 탓이다). 서로 원조를 주장하는 식당들처럼 널리고 널린 '홍대여신'들보단 '경대여신'이 훨씬 근사하고 독보적인 느낌이다. 누구나 '경대여신'이 될 수 있다면, 조연희는 결코 '경대여신'이 되지 않았을 것이다. 순순히 운명을 받아들이길 바란다. 나를 원망하지 말고, 나를 이렇게 만든 사회를 원망하길 바란다.
■ 수년 전부터 '반했나?' 기획공연
조연희는 부산의 여러 여성 뮤지션들과 함께 '반했나?'라는 도발적이고 요망한 타이틀의 기획 공연을 몇 해 전부터 진행해오고 있다. 서울에선 여성 뮤지션들이 모여 종종 공연하는 데 비해 부산에선 그런 기회가 별로 없는 것 같아서 직접 만들어 보았다고 한다. 예상했던 것보다 훨씬 반응이 폭발적이라 내친김에 대구, 진주, 서울에서도 '반했나?' 투어 공연을 했다. 각자 바쁜 활동 때문에 언제 다시 이어질지 아직은 불분명하지만, 앞으로도 계속 지속하고 발전하여 한국의 릴리즈 페어(사라 맥러클란이 만든 여성 뮤지션들의 음악축제)로 자리 잡았으면 하는 바람이다.
흔히 '홍대 여신'이라 불리는 숱한 서울의 여성 뮤지션들보다 부산의 여성 뮤지션들의 음악은 상대적으로 무겁거나 진지한 경향이 있는 것 같다고 한다. 어쩌면 바다 때문일지도 모른다. 환경적인 영향이 분명히 있을 것이다. 가령 시애틀 사운드나, 브리티시 록, 아일랜드 음악을 들으면 장르가 다르더라도 그 지역의 정서나 색깔이 드러난다. 단순히 특정 지역을 위해서가 아니라 한국의 대중음악 전체가 깊고 풍성해지기 위해서라도 그런 다양한 지역적 색깔의 로컬 음악 신이 지켜져야 한다.
그런 이유에서 싱어송라이터 조연희가 '홍대여신'이 아니라 '경대여신'이라는 사실이 얼마나 다행인지 모른다.
작가·다큐멘터리 감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