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 고흐 작품 '나무뿌리와 둥치'. 이처럼 흙이 있으므로 나무가 뿌리를 내리게 되고, 돌과 바위가 그 자리에 있게 된다.

세상 모든 것은 그 '기대임'을 원인으로 하여 그 존재를 이루고 소위 '있음'을 얻게 되는데 흙이 있으므로 나무가 뿌리를 내리게 되고, 돌과 바위가 그 자리에 있게 된다. 공기가 있으므로 동물이 호흡하고, 태양이 있으므로 온기를 얻게 되고, 해류가 있으므로 물고기가 살게 되고 등등 모든 것은 소위 조건이 되므로 있게 되는 것이다.

생명체 세계를 통틀어 생태계라고 하는데 아마 우주의 모든 존재도 이 생태계와 같은 어떤 서로 '기대임'을 통한 구성이 있을 것이다. 물질세계만이 아니다. 결과는 원인에 기대어서 서고(일어나고 존재함), 음양은 서로 기대어 존재하게 되며, 목표는 기대에 의지하여 그 꿈을 만들고, 가치는 역할에 기대어 그 무게를 얻는다. 세상 모든 것이 다 마찬가지이다. 이렇게 세상에 있는 모든 것은 서로 기대어 존재하는 까닭에 사람들은 '하필 그 자리, 혹은 하필 그 사람'이라고 하지만 꼭 그 사람이 아니래도 그 같은 사람 그 같은 수준의 혹은 성격의 사람을 만나서 그와 유사한 관계를 지어가게 될 것이다. 이렇게 만난 대상을 우리는 인연이라고 한다. 이렇듯 서로 '기대임'으로 모든 있음이 생기는데 만약 기대는 대상이 없어져 버리거나 기대에 미치지 못하면 그 어떤 것이든 찾아서 갈구하는 마음이 생기게 된다. 이것이 욕망이다.

인간은 언제 어디서인지 혹은 누구의 영향인지는 모르겠으나, 저마다 이런 기대는 마음이 생겼다. 아마 맨 처음은 인간의 무기력함이 만들어 낸 부모에 대한 의지가 시작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지만, 하여튼 한낱 조력자에 대한 의지를 넘어서 인간은 배를 채워주는 물건이나 대상, 기쁘게 해주는 대상, 기대하는 모습, 바라는 가치, 의식하는 사고의 기초까지 모두 소위 '설정'해 두고 거기에 맞기를 바라는 '원'이 생겨버리고 말았다.

마음이 의지하는 대상을 일으킴을 마음이 기울어진다고 한다. 마음은 어떠한 걸림도 없이 자유와 지혜와 공덕을 갖추고 대하는 사물이나 사람을 따라 그대로 응하여 가장 적절한 이해와 반응을 하는 것이다. 그러나 문득 어느 하나에 선입관이나 애증을 가지고 보면 소유욕이나 동일시하는 마음이 일어나 자유를 잃고 지혜가 무너지며 공덕이 사라지고 만다. 마치 우리가 몸을 나와 동일시함과 동시에 정신의 자유스럽고 무한한 지혜를 잃어버리는 것과 같다 할 것이다.

'기대임'을 무너뜨리고 새로 창조하는 세상은 너무나 다양하다. 그저 먹이에 기대어 살아가는 하등동물은 생각을 일으킬 필요가 없겠지만, 사고하는 동물 혹은 공감하는 동물이란 식욕을 넘어서서 의미의 세계, 애정, 가치, 권력이나 예술, 창조로 한없이 이어지며 이 의지를 일으키게 되고 이것을 혼자 혹은 집단으로 자기 세계를 만들고 한세상 그 속에서 도깨비 춤을 추며 허망한 삶을 살아가게 된다.

인간의 정신은 위대하다. 그래서 이를 불성(佛性)이라 한다. 인간의 정신은 모든 것을 상상할 수 있고 모든 것을 창조할 수 있고 그 의미를 지을 수 있고, 그 가치를 발견하고 만들어서 무한한 행복으로 갈 수도 있다. 인간 자신이 스스로 구축한 대상을 객관화하고 도리어 그것의 무한성을 창조하며 그것을 누린다는 것은 얼마나 위대한 일인가?

하지만 도리어 의지 때문에 무너지는 것이다. 즉 우리가 만들어낸 것에 의지하고 받들거나 동일시함 때문에 창조된 것은 결국 인연이 다하면 무너지는 원리(생자필멸)를 따라 그것을 갈구하며 허덕여 살다가 마침내 잃어버리는 사태를 맞는다. 이를 일러 고통의 바다(고해)라 한다.

원불교 정관교당 교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