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이가 들면서 통과의례처럼 겪어야 하는 많은 일이 있다. 그 가운데 일반적으로 중년에 들어서면 부모와 이별해야 하는 큰 아픔을 겪는다. 이탈리아의 거장 난니 모레티 감독의 '나의 어머니(사진)'는 누구나 한번은 겪어야 하는 아픔을 마치 우리의 일상에서 벌어지듯 섬세하게 담아낸다.

정리해고와 관련된 노동 영화를 연출 중인 영화감독 마르게리타는 괴짜 같은 할리우드 배우 배리 탓에 쉽지 않은 촬영을 이어간다. 그런 와중에 사춘기 딸과의 관계도 쉽지 않고, 애인과의 이별도 뭔가 애매하다. 무엇보다 그녀의 머리를 떠나지 않는 것은 병으로 죽음을 앞둔 어머니와의 이별이다.

인생의 나이테가 많아질수록 그만큼 고민과 선택의 상황도 많아진다. 특히 사회적으로 어느 정도 자리매김하게 되면 다양한 역할을 수행해야 하는 어려움이 있게 된다. '나의 어머니'는 사랑하는 어머니와의 이별을 앞두고 가족도, 일도, 사랑도 마음처럼 쉽지 않은 영화감독 마르게리타와 그녀가 관계를 갖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담담한 슬픔으로 그려낸다.

이 영화의 대단한 사실은 일상 속의 고민으로 버거워하는 가운데 언제나 곁에서 버팀목이 돼 줄 것 같던 어머니의 존재를 그렸다는 점이다. 어머니가 죽음에 이르는 과정을 마르게리타의 일상 속에서 자연스럽게 그려내 실제로 우리가 겪었거나 겪어야 할 삶의 일부분처럼 보여준다. 난니 모레티 감독이 직접 연기한 오빠 지오반니는 어머니의 죽음을 의연하게 받아들이지만 마르게리타 자신은 아직도 어머니에게 기대고 싶은 마음을 지니고 있음을 보여주는 장면도 공감을 불러일으킨다. 언젠가 있을 부모와의 이별이지만, 그것이 지금은 아니라고 생각하는 우리의 마음이 표현됐는데, 난니 모레티 감독이 겪은 자전적 이야기이므로 더욱 공감할 수 있는 영화를 만들지 않았나 싶다.

이탈리아 최고의 여배우 중 한 명인 마르게리타 부이는 마르게리타를 통해 감독으로서 가져야 하는 강인한 리더십과 그와 상반되는 내면의 불안감과 걱정, 죄책감을 잘 표현한다.

영화는 마지막 회상 장면에서 마르게리타가 병실에 누운 어머니에게 "무슨 생각해?"라고 묻는다. 그러자 어머니는 "내일"이라고 대답한다. 어머니의 죽음이라는 슬픔과 상실 속에서 '희망'을 찾아내는 난니 모레티 감독의 메시지가 많은 여운을 준다. 20일 개봉.