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
부산메디클럽

[리뷰] 731-마루타 진혼기도 Ⅱ 초연

음악회 상식깨고 퍼포먼스로 직감적 사유유발

  • 국제신문
  • 김희국 기자 kukie@kookje.co.kr
  •  |  입력 : 2015-08-16 20:19:07
  •  |  본지 18면
  • 글자 크기 
  • 글씨 크게
  • 글씨 작게
지난 14일 영화의전당 하늘연극장에서 열린 안일웅 작곡가의 '731-마루타 진혼기도 Ⅱ' 초연 모습. 영화의전당 제공
- 향 냄새 그윽한 낯설은 무대
- 클래식 선율 사이 낭송·아리아
- 일제 생체실험 만행 알리고
- 희생자 넋 위로 관객에 숙제

지난 14일 오후 부산 해운대구 영화의전당 로비에 향냄새가 그윽했다. 그 공간에서 그 냄새는 어색했다. 향냄새의 진원지는 곧 밝혀졌다. 하늘연극장 무대에 누군가가 피워놓은 향이 열심히 자기 몸을 태웠다.

무대는 낯설었다. 먼저 무대 양쪽에 각각 하나씩 천으로 덮은 무언가가 눈에 들어왔다. 그 옆에 피아노가 한 대씩 자리 잡았다. 무대 가운데는 북과 징 등 다양한 타악기가 배치됐다. 클래식 음악 연주회에 온 것인지, 퓨전 공연을 보러 온 것인지 헷갈렸다. 이윽고 시작을 알리는 음악과 함께 휴대전화를 끄라는 안내 대신 "본 공연은 음악극이 아니다"라는 친절한 목소리가 흘러나왔다.

그렇게 해서 안일웅 작곡가의 '731-마루타 진혼기도 Ⅱ'가 관객에게 첫선을 보였다. 2015 두레라움 실내악 축제 프로그램 중 하나로 진행된 이 음악회는 일본 제국주의 731 생체실험부대의 만행을 알리고 희생자 넋을 위로하기 위해 만든 것이다. 지난 2월 독일 다름슈타트 현대음악제에서 Ⅰ을 초연해 호평받았다. 이번 무대는 Ⅱ의 초연이다.

작품 메시지는 이미 제목에 담겨 있다. 눈여겨볼 부분은 연주 양식이다. 일반적인 클래식 연주회를 상상한다면 낭패다. 안일웅 작곡가는 오래전부터 그만의 표현 양식으로 무대를 꾸몄다. 그는 '직감적 사유유발 음악작품'이라고 표현한다. 악기 연주뿐만 아니라 무대 조형물과 조명 그리고 퍼포먼스를 총체적으로 활용하는 것이다. 그래서 음악회인지 음악극인지 혼란스럽다. 다양한 장치를 도입한 가장 큰 이유는 메시지 전달과 사유를 위해서다. 전통적인 클래식 음악이 음으로 관념을 만들어내는 것에 비해 안일웅 작곡가는 음에 퍼포먼스를 곁들여 관객이 소리와 장면을 통해 '직감적으로 사유'할 수 있도록 했다.

음악회는 타악기로 시작해 피아노, 클라리넷으로 이어졌다. 클라리넷 선율 사이로 남자의 신음이 섞이는가 싶었는데 조금 뒤 무대 왼쪽 천 속에서 하얀색 한복을 입은 바리톤 박대용이 기어 나왔다. 바리톤 박대용은 "마루타"를 외쳤고 '마루타'를 노래했다.

이번 무대에는 큰 파도도, 잔잔한 물결도 없었다. 각 악기의 짧은 연주가 있는가 하면 박대용의 낭송과 간단한 아리아가 반복됐다.

음악회에 관한 상식은 깨졌다. 각각의 악기와 인간의 목소리가 모여 아름다운 선율을 빚어내는 방식은 이번 무대에서 찾기 어려웠다. 각 악기는 일정한 선율이 아니라 제각각 분절된 소리만 냈다. 그 소리와 퍼포먼스, 낭송에 담긴 각각의 의미를 조합해 사유하는 것은 객석에 앉은 관객의 몫. 작곡가는 관객에게 어려운 숙제를 던져주는 것 같았다.

공연 후반부. 박대용은 등을 들고나와 무대 위로 길게 늘어진 밧줄에 걸고 무대 오른편에 남아 있던 또 하나의 천을 젖혔다. 나무 막대기 위에 걸쳐 놓은 전투모. 그것은 누군가의 죽음이었다.

관객을 열광에 빠뜨리는 클라이맥스가 있었는지 고민하는 사이 연주는 끝났다. 러닝타임 55분. 작곡가는 무대 위에 올라 인사만 했을 뿐 한마디도 하지 않았다. 그는 끝까지 관객에게 숙제를 주려는 듯했다.


※작곡가 안일웅

1940년생 안일웅 작곡가는 국제적 명성의 현대음악가이다. 연세대 작곡과를 나와 부산에서 수십 년 활동하며 관현악곡과 무용음악 등을 왕성하게 작곡했다. 특히 세계적 권위의 독일 다름슈타트 현대음악제가 그를 주목해 1998년부터 꾸준히 초청하거나 작품을 소개해온 것은 유명하다.


[국제신문 공식 페이스북] [국제신문 인스타그램]
국제신문 뉴스레터
국제신문 네이버 뉴스스탠드 구독하기

 많이 본 뉴스RSS

  1. 1부산 맛집 탑쓰리 <2> 빵
  2. 2“고소공포증 딛고 오른 10m 다이빙대…제 살점 같은 작품”
  3. 3행안위 피한 부산시, 국토위 국감 날벼락
  4. 4이낙연 “후보 낼지 늦지 않게 결정” 부산 공천에 무게
  5. 5의대생 국시 응시 여부 투표, 대국민 사과와 별개로 진행
  6. 6경영학을 쉽고 재밌게…인제대, 시뮬레이션 게임 도입
  7. 7근교산&그너머 <1195> 경남 거제 왕조산
  8. 8로맨스 고픈 가을밤, ‘설렘 맛집’이 온다
  9. 9코로나 의료진에 보내는 문 대통령 추석 선물
  10. 10삼척항·묵호등대·바람의 언덕…동해안 명소 기행
  1. 1행안위 피한 부산시, 국토위 국감 날벼락
  2. 2이낙연 “후보 낼지 늦지 않게 결정” 부산 공천에 무게
  3. 3문 대통령 ‘종전선언’ 다시 불 붙였지만…북미 호응이 관건
  4. 4기장읍·일광면 특별재난지역 지정
  5. 5하태경 의원 ‘빌딩풍’ 재난 포함 법안 발의
  6. 6안철수, 야권 통합 놓고 국민의힘과 샅바 싸움
  7. 7‘특혜 수주 의혹’ 박덕흠 국민의힘 탈당
  8. 8신공항 침묵하더니…야당 보선 후보군 속보이는 가덕 사랑
  9. 9여당, 부산시장 공천 물밑 타진
  10. 10정세균 총리도 코로나 검사…여당 PK의원 신공항 담판 차질
  1. 1금융·증시 동향
  2. 2센텀2지구, 첨단산업·주거·문화 융합된 ‘부산의 판교’로
  3. 3부산 1~7월 출생아 1만 붕괴…인구도 60개월 연속 순유출
  4. 4주가지수- 2020년 9월 23일
  5. 5대형 재개발·재건축사업 ‘속도’
  6. 6“북항-원도심 연결통로 뚫어 수정·초량동 연계개발 나서야”
  7. 7부산시, 대형학원 등 고위험시설 추석 전 100만 원 준다
  8. 8부산 사장님들 유동인구·매출동향 물어보세요
  9. 9부산 사망자 줄었지만…극단 선택은 7년 만에 최다
  10. 10‘홈추족’ 위한 가정간편식 잘 나가
  1. 1의대생 국시 응시 여부 투표, 대국민 사과와 별개로 진행
  2. 2한국남동발전, 석탄회 함유 플라스틱 상용화 나서
  3. 3성범죄 연루 예비교원, 교원자격 취득 제한
  4. 4오늘의 날씨- 2020년 9월 24일
  5. 5사천 미래 이끌 항공기정비사업 ‘순풍’
  6. 6“김해 NHN센터에 수소 전력 공급”
  7. 7창원시 “방산매출 연 10조 시대 열겠다”
  8. 8 “소상공인 새희망자금 내일부터 접수 … 25일부터 지급 예정”
  9. 9부산 코로나 확진자 400명 코앞 … 신규 6명
  10. 10사춘기 누나·남동생…온 식구 한 방서 쪼그려 자요
  1. 1투수 성적만큼 안전도 중요…머리 보호패드 확산될까
  2. 2토트넘 오리엔트전 취소에 더 꼬인 살인일정
  3. 3수아레스 AT마드리드행, 연봉은 204억 원 반토막
  4. 425일도 ‘슈퍼 코리안데이’…류현진·김광현 동시 출격
  5. 5스포원 이혜진, 양양 전국사이클 3관왕
  6. 6롯데 승패마진 +5 ‘넘사벽’?…가을야구 기로
  7. 7‘강등 걱정’ 부산, 주말부터 파이널 라운드 돌입
  8. 84골 폭발 손흥민, BBC ‘이 주의 팀’ 선정
  9. 9조코비치, 로마 마스터스 5년 만의 정상
  10. 10강제휴가 끝낸 KLPGA, 모레 팬텀 클래식 개막
우리은행
정상도의 '논어와 음악'-세상을 밝히는 따뜻한 울림
제19곡 - 공자의 품격
삼국유사와 21세기 한국학
‘삼국유사’는 합작품이다
새 책 [전체보기]
빙글빙글 우주군(배명훈 지음) 外
로컬이 미래다(추창훈 지음) 外
신간 돋보기 [전체보기]
경이로운 땅, 남극 여행기
현대디자인·인문학으로 본 유물
아침의 갤러리 [전체보기]
‘Pharagraphe 21’- 김경선 作
‘심안의 흐름’- 김운규 作
이 한편의 시조 [전체보기]
부부 /최정옥
위로 /황란귀
이원 기자의 영화 人 a view [전체보기]
‘후쿠오카’ 장률 감독
유인택 예술의전당 사장
이원 기자의 클래식 人 a view [전체보기]
피아니스트 랑랑
이원 기자의 Ent 프리즘 [전체보기]
추석 개봉 앞둔 한국영화 속사정
‘청춘기록’ 하희라와 신애라, 30년 전 청춘을 추억하다
조재휘의 시네필 [전체보기]
‘여름날’ 관조와 침묵의 리얼리즘
SF 껍데기를 쓴 첩보물과 고전미학
현장 톡·톡 [전체보기]
서로 의지함이 곧 삶이더라…별이 된 연극인의 마지막 메시지
묘수풀이 - [전체보기]
묘수풀이 - 2020년 9월 24일
묘수풀이 - 2020년 9월 23일
오늘의 운세- [전체보기]
오늘의 운세- 2020년 9월 24일(음력 8월 8일)
오늘의 운세- 2020년 9월 23일(음력 8월 7일)
이기섭 8단의 바둑칼럼 [전체보기]
제27회 부산·서울 프로기사 초청교류전 2차전
제27회 부산·서울 프로기사 초청교류전 2차전
장은진의 판타스틱 TV [전체보기]
히든싱어, 숨은 매력
애로부부
정천구의 도덕경…민주주의의 길 [전체보기]
愼終若始
潔者有不潔
조해훈의 고전 속 이 문장 [전체보기]
말과 인격
언니의 꿈을 사 왕비가 되다
  • 2020국제환경에너지산업전
  • 행복한 가족그림 공모전
  • 국제 어린이 경제 아카데미
  • 2020 어린이 극지해양 아카데미
걷고 싶은 부산 그린워킹 홈페이지
국제신문 대관안내
스토리 박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