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가 서양의 고지도를 주목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가장 중요한 사안이자 관심사는 과연 서양은 옛날 한반도의 지명을 무엇이라고 불렀는지, 그리고 동해와 독도가 어떻게 표기했는지를 살피는 것이었다. 아직도 독도를 포기하지 못한 일본에 '자, 여기 서양의 고지도에 동해와 독도가 이렇게 표기되어 있지 않느냐'고 내밀 역사자료를 찾는 것이 시급했기 때문이다.
부산대 지리교육과 교수인 저자는 그동안 동해와 독도 표기를 찾는데만 치우쳤던 서양 고지도 연구의 시야를 좀 더 넓혀, 서양 고지도 속의 한반도를 찾아내 지리적, 역사적 의미를 분석했다. 한반도, 서양 고지도로 만나다는 지도의 역사적 가치를 앞세워 당시 서양의 세계관과 한반도의 상황을 세밀하게 분석해 기존의 서양 고지도 연구에서 한 발짝 나아간다.
저자는 한반도에 대한 지리 정보가 빈약했던 중세부터 제국주의 시대인 19세기까지 유럽에서 발견된 고지도를 두루 살핀다. 성경의 세계관에 의해 만들어진 중세 유럽 지도에서 한반도가 어떻게 언급되었는지부터 시작해 17~19세기 포르투갈 네덜란드 프랑스 중국의 지도에서 발견된 한반도의 모습을 살피고, 19세기 외국의 상선이나 탐사선 선장(학자)의 이름을 붙인 한반도의 지명까지 꼼꼼히 추적한다. 이 과정에서 한반도가 길쭉한 섬으로 묘사된 이유나 서양에서 온 배가 한반도 연안을 측량하면서 지도의 정확도가 높아진 과정도 살펴볼 수 있다.
그러나 여전히, 가장 관심이 가는 대목은 서양의 고지도 속에서 발견한 '동해' 표기의 변천사다. 저자는 17세기 서양 고지도에 동해가 '중국해'로 다수 표기되었으나 '한국해'라고 쓴 지도도 존재했으며, 18세기에는 '동양해' 또는 '한국해'로 표기되었음을 밝혀낸다. 하지만 18세기 프랑스 탐험가 라페루즈가 항해 지침서에서 동해를 '일본의 바다들'이라고 표현한 이후부터 '한국해' 대신 '일본해'라는 용어를 사용하는 지도가 늘어났다는 사실을 소개하며, 영국 해협과 북해의 사례와 서양 고지도에 일본해의 표기가 많다는 현실적인 한계를 들어 동해와 일본해를 병기하는 것이 양국의 갈등을 해결할 방법임을 제시하기도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