옛 조선총독부 건물과 그 앞에 박정희 정권이 복원한 광화문. 천년의상상 제공

딱 20년 전 일이다. 1995년 8월15일 정부는 광복 50주년, 경복궁 창건 600주년을 기념한다며 구 조선총독부 건물을 철거했다. 당시 김영삼 정부는 역사 바로 세우기 차원에서 단행했다고 주장했다. 일본 식민주의의 상징인 조선총독부 건물은 그렇게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졌다.

여기서 잠깐. 옛 기억을 되살려 보자. 바로 조선총독부의 외관이다. 1926년 지어진 조선총독부 건물은 당시 국내에서 보기 어려운 건축 양식이었다. 뭉뚱그려 서양식이라고 편하게 부를 수도 있는데 구체적으로 따지면 중앙부와 돔을 구심점으로 삼아 좌우 대칭구조를 펼친 것은 네오르네상스 양식으로 불린다.

이는 근대 독일 공공건축의 주된 양식이었으며 근대 일본에서도 제국의 권위를 대변하는 데 적합한 양식으로 선호도가 높았다. 근대 독일의 공공건축 양식이 서울 한복판에 이식됐다는 것은 무엇을 의미할까.

상상의 아테네, 베를린·도쿄·서울은 그 수수께끼를 풀어준다. 저자는 연관성이 없어 보이는 세 도시 베를린, 도쿄, 서울의 공통분모를 찾아낸다. 베를린과 도쿄는 위로부터의 근대화를 이룩한 후발 제국의 수도였고, 도쿄와 서울은 동일문화권 내의 제국과 식민지 관계였다.

세 도시를 이어주는 매개체는 아테네였다. 고대 그리스를 동경했던 프로이센이 수도 베를린을 상상 속의 아테네처럼 만들었고 도쿄가 그 길을 따라갔다. 마지막에는 서울까지 영향을 받았다. 결국 상상 속의 아테네가 베를린에서 시작해 도쿄를 거쳐 서울까지 오게 된 것이다.

부산교대 사회교육과 교수인 저자는 독일 현대 지성사 및 문화사 등을 연구했다. 그는 이 책을 위해 서양사(독일), 일본사, 한국사를 넘나들었고 건축사, 도시사까지 파고들었다. 또 자료 수집과 연구, 집필에 10년이 걸렸을 만큼 많은 공을 들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