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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상가 가라타니 고진이 일본 도쿄 자택에서 인디고연구소 회원들과 대화하고 있다.
궁리 제공 |
- 인디고硏 '가능성의 중심' 출간
- "일 군사력으로 경쟁 승산없어"
가라타니 고진(74)은 한국에서 인문학자나 문학연구자가 한동안 가장 활발하게 인용하고 참고한 일본의 사상가이다. 문학비평으로 출발한 가라타니 고진은 지금 이 시대가 풀어야 할 과제를 연구하고 고민하는 큰 사상가, 세계적인 학자로 인정받는다. 세상을 바꾸는 행동도 마다 않는 그에게 세계는 석학이자 실천적인 지식인이라는 호칭을 선사했다. 지금도 그의 영향력은 크다.
부산의 청소년 인문학 서점 인디고서원에 속한 인디고연구소(InK)의 청년들이 가라타니 고진 인터뷰집 '가능성의 중심'(궁리 펴냄)을 내놓았다. 박용준 선임 연구원 등 구성원은 인터뷰 후기에서 이렇게 밝혔다.
"이 인터뷰집이 나오기까지 2012년 1월 일본 도쿄 외곽 자택에서, 2014년 5월 부산 인디고서원에서 가라타니 고진 선생님과 두 번 만났다. 몇 년 전부터 이메일로 인터뷰를 준비했고, 인터뷰 후에도 수차례 메일을 주고받으며 보충했다. 일본에서 인터뷰 당시, 선생님은 먼 길을 처음 찾아오는 우리를 위해서 직접 지하철역까지 택시를 타고 나와 환대해주셨다." 초행길 젊은이들을 맞이하려고 지하철역까지 택시 타고 마중 와서 환대했다는 대목이 인상 깊다. 서로 예를 갖추고 반가이 만나는 모습에서 '논어'가 말하는 '유붕자원방래(有朋自遠方來)'의 온기가 올라온다.
인디고연구소 청년들은 까다롭고도 근원적인 질문을 내놓는다. '전쟁·탐욕·지배·파괴'의 구조가 자리 잡아 세계는 위기다. 우리(청년)는 '공동의 삶'에 대해 진지하게 고민하지 않을 수 없다. 개인으로서 조화롭게 잘 살면서도 그것이 세계의 개선과 변화로 이어지는 삶을 고민한다. 질문은 대체로 이렇게 요약할 수 있다.
이 책에는 까다롭고 낯선 개념과 사유가 적잖게 나온다. 몇 년간 준비한 인터뷰이니 그럴 법하다. 가라타니 고진은 청년들의 물음에 진지하게 인상 깊은 답변을 내놓는다.
"인간은 아무리 설득해도 움직이지 않지만, 구조적인 원인이 명백해지면 급격하게 움직이는 법입니다."(49쪽) 2011년 원전 사고 이후 일본에서도 청년들이 움직이는 모습을 보며 그는 변화의 조짐을 감지한다. 아예 2011년 9월 11일 도쿄 신주쿠역앞에서 열린 원전반대 시위 때 버스 위에 올라가 "국민주권을 자신들의 힘으로 투쟁하여 획득하지 않은 일본은 데모가 적다. 지금 데모는 (변화를 위한) 가장 근원적인 수단이다"라는 과격한(?) 연설을 했다고 책은 알려준다.
"…노동자와 소비자는 별개가 아닙니다.…그렇다면 그들이 가장 약한 입장이 되는 생산지점에서만이 아니라 오히려 가장 강한 입장에 서게 되는 유통의 장에서 싸워야 하는 것이죠."(80쪽) "일본은 경제력 면에서 쇠퇴하고 있고, 이제 와서 군사력으로 경쟁하는 것은 한심할뿐더러 승리할 가망도 없습니다. 남은 것은 오직 증여의 힘입니다"(105쪽)
그는 청년들에게 전했다. "현실에서는 타협하지 않으면 안 되는 것이 있기에 타협해도 좋습니다만, 이념만큼은 제대로 가져야 한다는 것입니다.…높은 이념을 가지라는 이야기를 하고 싶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