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순철 작 '들꽃'

굳이 여름의 색깔을 꼽으라면? 아마 대부분 파란색을 말할 것이다. 파란 바다 때문이다. 그래서 파란색은 바다의 도시인 부산과 떼려야 뗄 수 없는 관계다.

그렇다면 파란색에 대해 곰곰이 생각해보자. 바다뿐만 아니라 하늘과 자연을 나타내는 대표적인 색깔이 파란색이다. 그런데 파란색은 의외로 서양 미술사에서 늦게 등장한다. 빨강, 검정, 노랑, 흰색이 고대부터 일찌감치 모습을 드러냈지만 파란색은 12세기에 가서야 존재감을 나타낸다. 그리스·로마시대에 파란색을 꺼린 데다 중세를 지배했던 교회는 파란색에서 뚜렷한 의미를 찾지 못했기 때문이다.

중세 성직자 쉬제가 12세기 프랑스 생 드니 수도원의 부속교회를 지으면서 파란색을 천상의 빛, 모든 창조물을 비추는 빛으로 사용한 뒤 파란색은 중요한 색으로 자리 잡았다.

갤러리 이배에서 여름휴가철을 맞아 색채의 의미를 되새기는 기획전시 'BLUE' 전을 마련했다. 사진은 데이비드 걸스타인 작 'Water'.

미술작품에서 파란색이 어떻게 사용되고 있는지 보고 싶으면 오는 9월 12일까지 해운대구 갤러리 이배에서 열리는 'BLUE' 전을 찾으면 될 듯하다. 이배가 마련한 'BLUE' 전은 색채가 갖는 의미를 되새겨 보기 위해 마련한 기획전시다. 매년 여름 휴가철에 개최하며 이번이 첫 번째다. 이배는 올해 다양한 기획전시를 시도하고 있는데 지난 1월 첫 번째 판화전을 열어 천경자와 앤디 워홀의 작품을 전시하기도 했다.

'BLUE' 전에 전시된 작품은 20여 점. 회화나 조형, 도자기 등의 소품이 대부분이다. 작가는 다양하다. 외국 작가로는 현재 세계 미술계에서 가장 뜨거운 야요이 쿠사마와 데이비드 걸스타인 등이 눈에 띄며 국내 작가로는 권순철, 김현식, 오순환 등이다. 작품은 기존 갤러리 소장품 외에 이번 전시를 위해 별도로 구입한 것도 있다.

야요이 쿠사마 작 'A Pumpkin'

자, 이제 작품을 보자. 야요이 쿠사마의 판화는 파란색 호박으로 자연과의 교감과 순수함을 표시했다. 디지털 프린트인 데이비드 걸스타인의 작품은 푸른 바다가 눈길을 끈다. 국내 작품으로 눈을 돌려보면 권순철의 작품은 흔들리는 꽃을 표현했다. 파란색이 주는 강렬함과 깊은 감정의 폭을 느낄 수 있다. 김현식은 시원하게 떨어지는 폭포의 생동감을 표현했고 전혁림의 작품은 통영 바다를 연상시킨다. 모두 파란색이 주는 시각적 효과뿐만 아니라 감정의 울림까지 전해준다.

전시회에 가기 전에 이런 생각을 한번 해볼 것을 권한다. '내게' 파란색은 어떤 의미인가. 색깔이 주는 의미를 되짚어보는 시간이 될 것이다. 오는 9월12일까지 갤러리 이배(일요일 쉼). (051)747-771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