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훈민정음은 한자 공부를 위한 발음기호였다?

한글의 발명 - 정광 지음/김영사/1만9800원

  • 오광수 기자 inmin@kookje.co.kr
  •  |   입력 : 2015-07-24 20:31:54
  •  |   본지 1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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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인석보'(月印釋譜) 신편의 세조 어제서문. 김영사 제공
- 백성을 편하게 하려 세종이 창제
- 신화적 접근부터 없애고 읽어야
- 가장 큰 도움은 불가의 학승들
- 언해본을 월인석보에 담은 이유
- 20세기 음성학보다 500년 앞서
- 과학적 언어임은 분명한 사실

우리 민족문화의 가장 큰 자랑거리 중 하나인 한글. 지금까지의 한글에 관한 정설을 대부분 부정하는 '문제적' 학술서가 나왔다. 정광 고려대 명예교수가 쓴 한글의 발명이다.

전문학술서인 이 책은 '영명하신 세종대왕이 어리석은 백성의 문자생활을 편하게 하려고 사상 유례가 없는 문자를 독창적으로 창제하셨다'는 신화적 접근을 경계한다. 저자는 머리말에서 "그동안의 한글에 대한 지식을 버리지 않으면 한 장(章)도 읽기가 힘들 것이다. 아마 바로 책을 휴지통에 넣을 것"이라고 단언한다. 학계의 많은 이견을 고려한 듯, 책의 맺음말에서는 "필자가 여러 전거를 들어 주장을 입증하려고 한 것처럼 반론도 같은 과정을 거쳐 입증하기 바란다. 실증적 자료를 들어 반대 의견을 개진할 것을 기대한다"고 못 박기도 했다.

도대체 어떤 내용이길래…. 이 책은 제목처럼 한글이 어떻게 만들어졌는가에 관해 다룬다. 한글을 왜 만들었고, 누가 만들었고, 언제 제정되고 반포됐는지, 과연 한글이 사상 유례없는 문자인지 등에 대해 새로운 주장을 조목조목 펼쳐 나간다. 이게 '뜨거운 감자'다.

먼저 한글 창제의 근본 동기 부분. 결론은 원나라 건국에 따라 한자의 중국어 발음과 우리 발음이 크게 달라져 의사소통에 문제가 생기자 이를 해결하려고 만들었다는 것이다. 즉, 훈민정음(訓民正音)은 한자의 한어음(漢語音)을 표기하거나 우리 한자음을 수정해 백성에게 가르칠 때 필요한 '발음기호'로 만들어진 것이지 백성을 가르치기 위한 '새로운 문자'가 아니었다는 주장이다.

저자는 또 한글을 만드는 데 수양대군이나 정의공주 등 세종의 가족과 성삼문, 신숙주 등 젊은 학자들의 도움도 있었지만, 가장 큰 도움을 준 쪽은 불가의 학승들이었다고 주장한다. 훈민정음 '언해본'이 불교책자인 '월인석보'에 붙어 있는 게 우연한 일치가 아니라는 것이다.

이와 함께 저자는 한글이 이보다 170여 년 전 원나라에서 만든 파스타 문자에 큰 영향을 받았으며, 티베트 서장문자, 근본적으로 고대 인도 음성학의 영향을 받아 탄생했다고 주장했다.

'한글이 과학적인 진짜 이유'에 대해서도 소상히 설명하고 있다. 바로 한글은 서양에서도 20세기가 돼서야 발달한 조음음성학과 구조음운론보다 500년이나 앞서 이러한 언어학 이론을 동원해 문자를 제정하고, 이 문자들을 체계적으로 설명했다는 사실이다.

저자는 세계 언어학계가 인정하고 경의를 표할 만큼 학문적 입지가 탄탄하다는 평가다. 서울대 국어국문학과 출신으로, 고려대 문과대학 교수로 강단에 선 뒤 정년 퇴임했다. 미국 컬럼비아대학 객원교수, 일본 교토대학 초빙 외국인 학자, 일본 와세다대학 교환연구원, 중국 베이징중앙민족대학교 초빙강사 등 해외에서도 활발한 강의와 연구 활동을 진행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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