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은 나란히 고3, 고2가 된 아이들이 유치원에 다닐 무렵 즐겨보던 그림책 중 지금도 기억에 남는 두 권이 있다. '누가 내 머리에 똥 쌌어?'(베르너 홀츠바르트 글·볼프 에를부르흐 그림, 사계절)와 '강아지똥'(권정생 글·정승각 그림, 길벗어린이)이다. 당시 처음엔 "하필 웬 똥 이야기냐?"라고 '불편'하게 여긴 적이 있다.
누구나 누는 똥. 어른은 눈을 찌푸린다. 그런데 아이들은 똥과 방귀 얘기만 나오면 자지러진다. 거의 열광하는 수준이다. 왜 그럴까.
소아정신과 의사 서천석의 그림책으로 읽는 아이들 마음은 이를 설명해 준다. 저자는 MBC 라디오 '여성시대'에서 '우리 아이 문제없어요'를 진행했고, MBC의 '아빠! 어디가?', KBS의 '슈퍼맨이 돌아왔다' 등 육아 예능 프로그램에 자문의사로 활동하는 등 이 시대 대표 육아 멘토로 불린다.
이 책에서 저자는 똥을 비롯해 곰, 기차, 구름, 바다 등 그림책에서 많이 다루는 상징을 분석한다. 이들 소재가 그림책에 자주 등장하는 진짜 이유다. 단지 아이들이 친숙하게 느끼고 좋아하는 대상이기 때문만은 아니라는 것이다.
먼저 '똥 이야기'. 저자는 아이들이 똥 이야기를 꺼내면 질겁하는 어른들의 모습을 재미있게 여기면서 똥 이야기 탓에 어른들이 물러난 공간에서 해방감을 느낀다고 설명한다. 그는 또 똥을 '아이들의 소중한 분신'으로 해석한다.
그림책 '강아지똥'이 주는 메시지는 아이들의 마음에 큰 위로를 준다고 한다. '아이들은 늘 자신이 별것 아닌 존재, 거추장스러운 존재로 취급받지 않을까 불안하기 때문'이다. 강아지똥에 자신을 소중히 생각해 주는 민들레꽃이 필요하듯 아이들에게 부모가 필요하고 친구가 필요하다는 사실도 그림책은 전해준다.
저자는 아이들에게 왜 곰이 특별한 동물인지에 대해서도 이야기한다. 곰의 푸근한 몸집에서, 겨울잠을 자기 전 새끼들을 위해 먹이를 구하는 모습에서 아이들은 엄마의 모성애를 느낀다고 한다. 이는 아이들이 곰 인형을 끼고 사는 것에서도 엿볼 수 있다.
아이들, 특히 남자아이는 기차를 무척 좋아한다. 기차는 빠르다. '말괄량이 기관차 치치'(버지니아 리 버튼 지음, 시공주니어)의 주인공 치치는 어른들이 한눈파는 사이 한바탕 난리를 치며 내달리기 일쑤다. 기차는 '일탈을 원하는 아이들의 꿈'이라고 한다.
이처럼 그림책에는 아이들의 세계가 담겨있지만 저자는 "아이가 그림책을 어떻게 만나는지, 그림책을 만나는 순간 마음속에 어떤 반응이 일어나는지 관심을 기울이는 부모는 많지 않다"고 지적한다. 이 책에서 말하려는 대상은 '그림책을 보는 아이들'이다.
이 책의 1장은 아이들의 나이별 발달 과제를 13개로 나누고 각각 다른 그림책을 추천했다. 2장은 앞서 언급한 그림책에 많이 등장하는 '상징'들에 대한 분석을 담았다. 3장은 슬픔에 잠긴 아이, 화가 난 아이, 불안을 느끼는 아이, 두려움이 많은 아이, 부끄러움이 많은 아이, 떼쓰는 아이 등 심리적 어려움에 처한 아이에게 필요한 그림책을 다루고 있다. 4장은 '부모가 권하는 그림책, 아이가 원하는 그림책'에 대한 것이다. 부록으로 나이별 추천 그림책을 표물로 곁들여 요긴하게 활용할 수 있을 듯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