극단 아센이 선보이는 2인극 '아일랜드'의 배우 신현규(왼쪽)와 박규남. 극단 아센 제공

- 극단 아센의 연출자 호민
- 젊은 배우 신현규·박규남
- "정통연극 보여주자" 합심

- 극 중 섬에 고립된 죄수들
- 제약에 갇힌 현대인과 닮아

세 남자가 있다. 본능적으로 평범한 것을 거부하고 팔팔한 무대를 찾아다니는 연출자와 두 배우, 극단 아센의 호민(53) 연출자와 배우 신현규(33), 박규남(27)이 2인극 '아일랜드'에서 만났다. 얼마 전 삭발식까지(호민 연출자는 마음만 동참했다는데 헤어스타일은 비슷하다) 치른 세 사람을 만났다.

"어쩌면 무모한 선택일지 모르죠. 통속극, 코믹극이 판치는 부경대 대학가에서 정통 연극, 그것도 남자 두 사람만 나오는 연극을 하다니. 하지만 현실과 타협한 연극이 너무 많고 관객들도 거기에 익숙해져 다양한 연극 작품을 접할 기회를 잃고 있어요. 제대로 된 연극을 선보여 대학가에 신선한 충격을 주고 싶어요."(호민)

연극 '아일랜드'는 남아프리카공화국 극작가 아돌 푸가드의 작품이다. 정치범 수용소인 로벤섬에 수감된 존과 윈스톤이 연극 '안티고네'를 준비하며 동지애를 느끼던 찰라 존이 예정보다 일찍 출소하게 되면서 겪는 갈등을 골자로 다룬다. 남아프리카공화국의 정치·사회적 문제와 인간 본성에 대한 고찰까지 골고루 담겼다.

"1980년대 처음 대본을 읽었어요. 유린당한 인간의 존엄성, 극한으로 몰리면서도 끝까지 놓지 말아야 할 인간의 정체성에 대한 고민이 매력 있더군요. 저는 이 작품의 배경과 현대사회가 비슷하다고 생각해요. 섬에 고립된 두 죄수의 갑갑한 상황은 눈에 보이지 않는 제약에 갇혀 사는 현대인과 비슷하잖아요. 물리적 환경만 다를 뿐 처참한 상황에서 몸부림치는 인간의 모습은 같아요."(호민)

경성대 연극영화과 선후배인 배우 신현규와 박규남은 이번에 쫄깃한 2인극의 매력을 보여주고자 머리를 박박 밀고 몸을 내던졌다. 이들은 지난해 부산소극장연극협의회가 주최한 에쮸드(즉흥 연기) 대회에서 수상한 젊은 배우다.

"셋이 술자리에서 '2인극을 하고 싶다' '정통 연극을 하고 싶다' 등의 얘기를 나누다 '아일랜드를 하자'고 뜻을 모았죠. 부산과 서울을 오가며 무대에 서는데 매번 새로운 영역에 도전하고 싶은 욕구가 있어요. 배우끼리 살을 부딪치며 짜릿한 화학 작용을 느끼는 2인극의 매력에 푹 빠졌어요."(신현규)

"아직 무대 경험이 많지 않아 도전에 대한 열망이 커요. 처음에는 현규 선배에게 기대어 하면 되지 않을까 했는데 시간이 갈수록 부담이 늘더군요. 하지만 두 배우가 주고받는 말로 표현하지 못하는 쾌감, 그리고 절박한 상황으로 몰리면서 드러나는 인간의 본능적인 모습을 찾아가는 재미가 있어요."(박규남)

"2009년 배우 구민주와 2인극 '주와민'을 100회가량 공연했는데 그때 2인극의 매력, 두 명의 배우가 한몸이 되는 듯한 느낌에 매료됐어요. 배우의 표정과 호흡의 미세한 변화로도 극의 흐름이 바뀌는 짜릿함을 관객들이 느꼈으면 해요."(호민)

16일~다음 달 16일 평일 오후 8시, 주말 오후 4시 하늘바람소극장(월요일 공연 없음). 균일 3만 원. (051)504-254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