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진아, 할머니가 또 없어지셨어!"

집에 도착하자마자 엄마의 다급한 목소리가 들려 나는 심장이 덜컥 내려앉았다. 할머니께서 사라지셨다는 소리를 듣고 나는 급하게 집안을 살폈다. 내 예상이 맞았다. 할머니와 함께, 내 책가방도 사라졌다. 때마침, 엄마께 할머니를 찾았다는 경찰 아저씨의 전화가 왔다.

할머니는 우리 학교 근처 파출소에 앉아 계셨다. 할머니의 등 뒤로는 내 책가방이 있었다. 할머니는 내 책가방을 메시고는 놓지 않으셨다. 엄마는 다행이란 말만 연발하셨고, 나는 할머니의 손을 꼭 잡아드렸다.

우리 할머니는 치매에 걸리셨다. 할머니 댁에 놀러 가면 '어서 오너라, 우리 똥강아지' 하고 반갑게 맞아 주셨던 할머니가 어느새 어린아이가 되어 있었다. 할머니가 치매 판정을 받은 뒤로는 할머니도 우리 집에서 함께 살게 되었다.

"어무이, 학교 다…다녀오겠습니다이."

우리 할머니는 종종 집을 나가신다. 금방 돌아오실 때도 많지만, 오늘처럼 어둑어둑해질 때까지 할머니가 집에 안 들어오시면 엄마는 경찰서에 전화를 하신다. 할머니가 사라지실 때면 대부분 내 책가방도 함께 사라졌다. 할머니께서 내 가방을 메고 가신 것이다. 할머니는 학교 다녀오겠다는 말씀을 자주 하신다. 할머니께서는 어렸을 때 학교에 다니고 싶으셨던 것일까?

"할머니께서는 어렸을 때 학교를 못 다니셨대. 할머니네 집이 가난해서 오빠들만 학교에 보내주고…그래서 할머니께서 그토록 학교에 가고 싶어하는지도 몰라."

엄마께서 말씀하셨다. 할머니가 태어나셨을 때는 1943년이었는데 집이 가난하기도 했고, 할머니께서 학교에 다니실 나이 때는 해방 후 이념 대립과 6·25전쟁이 일어나 학교에 다니지 못하셨다고 한다. 할머니께서 내 책가방을 메고 늘 학교에 가시려 했던 이유를 알 것 같았다. 어렸을 적 다니지 못했던 학교, 다시 어려진 지금도 학교로 향하는 마음은 변함이 없다.

뒤늦게 아빠께서 허겁지겁 달려오셨다. 소파에 태연히 앉아있는 할머니를 보시곤 안도의 한숨을 내쉬는 아빠. 나는 할머니를 위해서 그리고 아빠를 위해서 할머니와 학교에 함께 가기로 다짐했다. 내일은 주말이라 괜찮을 거다.

"할머니, 저랑 학교 가요!"

"학…교?"

할머니는 학교라는 말을 들으시자마자 싱글벙글 아이처럼 웃으시며 또다시 내 책가방을 집어 들었다. 나는 할머니 손을 꼭 잡고 학교로 향했다. 교문을 넘어 학교로 들어섰다. 넓은 잔디밭과 쏟아지는 햇살이 우릴 반겼다. 나는 조심스럽게 학교 건물로 들어가 우리 반 교실로 할머니를 데리고 갔다. 할머니께서는 학교 복도를 보시자마자 얼굴에 미소가 번졌다. 나도 덩달아 웃었다.

텅 빈 교실. 하지만 할머니에게만큼은 즐겁고 행복한 교실. 할머니는 의자에 앉아 책을 펼치셨다. 할머니는 더할 나위 없이 기쁜 얼굴이셨고, 나도 행복했다. 나는 할머니와 단둘이서 수업을 했다. 치매에 걸리신 할머니도 즐겁게 수업했다. 할머니께 진정한 행복을 선물해드린 것 같아 미소가 지어졌다.

공부가 하고 싶고, 학교에 다니고 싶었던 할머니의 어린 시절. 그때 그 시절로 돌아가지는 못했지만, 할머니께선 지금 이 순간이 정말 행복하신 것 같다.


부산교대부설초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