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
부산메디클럽

은밀하게 거대하게…역사를 바꾼 뇌물

뇌물의 역사 - 임용한 김인호 노혜경 공저/이야기가있는집/1만6800원

  • 조봉권 기자 bgjoe@kookje.co.kr
  •  |   입력 : 2015-06-12 19:48:06
  •  |   본지 13면
  • 글자 크기 
  • 글씨 크게
  • 글씨 작게
   
이 음료 박스는 '성완종 리스트' 수사 과정에서 한때 금품 전달 용도로 쓰인 것으로 전해져 유명세를 치렀다. 뇌물은 상황에 따라 변신을 거듭한다. 국제신문 DB
- 기준 모호하지만 강한 파괴력
- 전쟁승패 국가운명 결정하기도
- 십자군전쟁부터 김영란법까지
- 흥미로운 사례로 인류사 비춰

'뇌물'이란 낱말을 우리는 주로 대중매체에서 만난다. 정치 뉴스에서 접할 때가 많다. 최근 우리 사회를 뒤흔든 '성완종 리스트'를 비롯해 숱한 정치인이 뇌물을 받았다는 이유 또는 뇌물을 받았다는 의혹으로 국민에게서 지탄받고, 정치 생명에 치명상을 입었다.

이런 현상은 뇌물이 주로 정치 영역에 국한된 시사 현상의 하나라고 여기게 한다. 그래서 많은 이가 뇌물을 때 되면 와서 한바탕 사회를 흔들어놓고 가는 행실 나쁜 손님 같은 존재로 여기기도 한다.

역사학자 임용한 김인호 노혜경 박사가 쓴 뇌물의 역사가 펼쳐 보이는 뇌물의 세계는 이런 상식을 철저히 깬다. 이 책에서 뇌물은 인류의 정치사, 사회사, 문화사를 새로운 시각에서 파악하게 해주는 당당한 인문적 주제로 자리매김한다. 뇌물의 역사를 폭넓게 꼼꼼하게 살펴보면, 사회와 인간을 훨씬 잘 이해할 수 있다고 말할 수도 있겠다.

이 책 집필을 주도한 것으로 보이는 임용한 박사(KJ인문경영연구원 대표)는 이름난 전쟁사 전문가이다. '전쟁과 역사 1~3권'(삼국·고려전기·고려후기) '세상의 모든 전략은 전쟁에서 탄생했다' 등의 책을 쓴 그의 강연은 전쟁사의 특정한 장면만 떼어내 과도한 의미를 부여하거나 흥분하는 식의 접근과는 거리가 멀다. 차분하고 치밀하며 폭넓게 전쟁사에 접근해 거기에서 실체가 있는 결론을 끌어내 왔다. 이런 역량은 '뇌물의 역사'에서도 고스란히 느낄 수 있다.

"태곳적부터 탄생한 뇌물죄는 모든 범죄 중에서 가장 독특한 양극성을 지니고 있다"고 저자들은 말한다. "뇌물죄는 거대 범죄이면서 소소한 일상의 범죄이기도 하다. 경계도 모호하다." 오늘날 한국 사례만 봐도 알 수 있다. 수억~수십억 원을 받고도 대가성이 없다는 이유로 멀쩡한 지배층이 있고, 엉겁결에 공무원에게 푼돈을 주려다 뇌물 공여로 잡힌 서민도 있다. 무엇이 뇌물이고, 무엇이 아닌가.

문제는 이렇듯 모호하고 강력한 뇌물이 국가나 사회의 운명을 결정해버릴 만큼 파괴력이 크다는 점이다. 그뿐 아니다. 뇌물은 한 사회의 역사를 해석하고 구조를 밝힐 단서를 가득 담은 인문적 주제이기도 하다.

   
예컨대 16세기 조선에서 노비를 뇌물로 주고받는 비리가 성행했다. 양인은 나라에 세금과 부역을 제공해야 하지만, 노비는 이 의무가 면제된다. 양인 스스로 자신들이 도망 노비라고 위장 신고해서 세금과 부역을 면제받는다. 고을 수령은 이들 위장 노비를 상급자인 정승에게 뇌물로 가도록 알선한다.

양인은 세금이 줄어 좋고, 고을 수령은 상급자인 정승에게 잘 보여서 좋고, 정승은 노비가 늘어서 좋은데 문제는 세금을 내지 않는 노비가 너무 많이 늘어나 국가 재정 수입이 건국 100년 만에 3분의 1로 떨어졌다는 점이다. 조선은 그렇게 임진왜란을 맞았고, 군대와 재정이 없어 멸망 직전까지 가야 했다. 이처럼 알듯 모를 듯 이어지는 뇌물과 부패 구조는 지극히 위험하다.

십자군 전쟁 때 전멸 위기에 처한 원정군이 대장 보에몽의 뇌물질 한 번에 안티오크를 점령한 이야기, 뇌물로 망한 명나라, 미국 금주법 시대의 뇌물 등 역사장면부터 부패 근절을 위한 김영란법에 이르기까지 생생하고 흥미로운 사례를 담았다. 어떤 면에서 뇌물은 인류사를 예리하게 비추는 신기한 거울 같다.
ⓒ국제신문(www.kookje.co.kr),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국제신문 뉴스레터
국제신문 네이버 뉴스스탠드 구독하기
국제신문 네이버 구독하기
뭐라노 뉴스

 많이 본 뉴스RSS

  1. 1부산 돼지국밥 톱3 ‘민락동 수변최고·신평동 영진·용호동 합천’…미식 열기 펄펄
  2. 2“통합 진에어, 처음 취지대로 부산 이전해야”
  3. 3김태형 유임이냐, 이동욱 전 NC 다이노스 감독·조성환 해설위원 등 새 얼굴이냐
  4. 4고향사랑기부금 왜 받았나…한 푼도 활용 않는 기초단체들
  5. 5금감원 공공기관 재지정되나…쇄신안 수위 부산이전 분수령
  6. 6동남권 최초 외국교육기관, 19일 명지서 착공
  7. 7경남도, 추가 교육지원청 신설 대신 제2청사로
  8. 8시민공원 인근 또 오염토 나왔다…이번엔 중학교 이전 부지
  9. 9“‘재정빨대’ 사과 바라시니 사과” 秋 순직 소방관 빈소 발언 파장(종합)
  10. 10지역사회 ‘국제신문 회생인가’ 법원에 탄원
  1. 1“통합 진에어, 처음 취지대로 부산 이전해야”
  2. 2“‘재정빨대’ 사과 바라시니 사과” 秋 순직 소방관 빈소 발언 파장(종합)
  3. 3퐁피두 중단에 국힘 박수영 1인 시위…시민사회 “토건 논리 부활 시도” 반발
  4. 4李 “부마와 5·18정신, 헌법에 담아야” 국회 논의 촉구
  5. 5김민석 ‘조희대 탄핵’ 밀어붙이나…국힘 “강행 땐 李 마지막 날”
  6. 6국감 후반 ETF·부동산 사찰 의혹 쟁점…김현지 증인 채택 두고는 여야 신경전
  7. 7김민석 “임기 동안 부산 직할 각오…뿌리 안착 숙제”
  8. 8추미애 “사과 바라니 사과한다” 발언에 국힘 “사퇴 바라시니 사퇴하라”
  9. 9[속보]김민석, 지역축제 중 무대인사 관련 사과…"불편 끼쳐 죄송”
  10. 10울주군의원 의정비 8.3% 인상
  1. 1부산 돼지국밥 톱3 ‘민락동 수변최고·신평동 영진·용호동 합천’…미식 열기 펄펄
  2. 2금감원 공공기관 재지정되나…쇄신안 수위 부산이전 분수령
  3. 3돌아온 ‘캪틴큐’, 한정판 위스키…편의점 취향저격 ‘酒목’
  4. 4국제선 유류할증료 또 인상
  5. 5북항환승센터 ‘3.3m 단차’ 갈등, 법원 조정안 확정으로 봉합 수순(종합)
  6. 6리밸런싱 유예 ‘부메랑’…국민연금 100일새 182조 증발
  7. 7우리 아이 가을 옷 고민 끝…신세계센텀, 키즈웨어 팝업
  8. 8‘AI 드론’으로 참치떼 찾는다…수산업 AX 대전환 본격화
  9. 9기후부 지원금 다른 잣대…변전소 되고 발전소 안 되고
  10. 10“HBM(AI 반도체) 패키지 경쟁은 얼마나 많이, 덜 손상시켜 붙이느냐의 싸움”
  1. 1고향사랑기부금 왜 받았나…한 푼도 활용 않는 기초단체들
  2. 2동남권 최초 외국교육기관, 19일 명지서 착공
  3. 3경남도, 추가 교육지원청 신설 대신 제2청사로
  4. 4시민공원 인근 또 오염토 나왔다…이번엔 중학교 이전 부지
  5. 5지역사회 ‘국제신문 회생인가’ 법원에 탄원
  6. 6부산 서구 산복도로 노후 주택가 주차난 환경개선 3곳 추진
  7. 7[한 손 뉴스] 12·12 때 숨진 김오랑 중령, 고향 김해에 추모공원 조성
  8. 8“돔? 재건축? 미래가치 따져야” “전문가 주도적 역할 부여를”
  9. 9오늘의 날씨- 2026년 10월 19일
  10. 10‘법조 파트너’ 격상돼 로펌행…수사정보 유출 ‘카르텔’ 우려
  1. 1김태형 유임이냐, 이동욱 전 NC 다이노스 감독·조성환 해설위원 등 새 얼굴이냐
  2. 2돈으로 우승은 못 샀다…MLB 월드시리즈 연봉 하위팀 반란
  3. 3부산시청 고은, 전국체전 金…女사격 비공인 세계신기록
  4. 4김도영의 KIA냐, 오스틴의 LG냐
  5. 5득점은 킹, 리바운드는 롱…KCC 살릴 ‘믿을맨’ 찾았다
  6. 6자금 숨통 틔웠다…LIV골프 살아날까
  7. 7[뭐라노] 롯데, 이젠 성찰할 때
  8. 8프로야구 역대급 흥행에도 쪼그라든 ‘거인 팬심’
  9. 9인종차별 당한 엄지성…英 경찰 수사
  10. 10거인 3년 연속 7위…레이예스·한동희는 날았다
우리은행
얼굴에 담긴 이야기
물극필반(物極必反)
미리보는 제31회 BIFF
스타 만나려면 첫 3일·여유롭게 영화 즐기려면 둘째주 공략
궁리와 시도 [전체보기]
노동 운동부터 계엄까지…예술로 사회문제 비추다
비바람 견뎌낸 그의 회화…마침내 ‘고정관념 감옥’서 해방
김민우의 인서트 [전체보기]
응원하고 함께하는 마음
사랑이 불가능한 시대의 가능한 사랑
문화레시피 [전체보기]
‘부산 발레’ 낙동강 타고 새 물길 열다
붉은 빛 조명, 배우·합창단의 호연…눈앞에 다가온 부산오페라하우스
박현주의 신간돋보기 [전체보기]
일상 언어에서 찾은 삶의 방향 外
쉽게 따라 배우는 걷기명상 外
박현주의 책 이야기 [전체보기]
노력과 성공은 비례하는가…현대사회 씁쓸한 이면
히말라야 빙하 붕괴로 대참사…더 심각해진 기후 재난
아침의 갤러리 [전체보기]
강동윤-Pixelated Oasis
윤상건-Creature
이 한편의 시조 [전체보기]
경비원 /박필상
자화상 /최은지
주말 영화 박스오피스 [전체보기]
팬덤의 힘 ‘극장판 치이카와’ 1위로…암살자(들) 근소한 차 2위
역사 왜곡 논란에도 ‘암살자(들)’ 정상…애니 ‘극장판 치이카와’ 예매 1위
오늘의 운세- [전체보기]
오늘의 운세- 2026년 10월 19일 (음 9월 9일)
오늘의 운세- 2026년 10월 15일 (음 9월 5일)
오늘의 BIFF [전체보기]
오늘의 BIFF- 2026년 10월 14일
오늘의 BIFF- 2026년 10월 13일
조해훈의 고전 속 이 문장 [전체보기]
유배객 자암 김구의 눈에 비친 남해의 가을 바다
신라 말 고운 최치원이 비 오는 가을밤에 읊은 시
  • 국제신문 골프대회
  • 맘편한 부산
  • 부산국제마라톤
  • BNK생명나눔챌린지
  • 유콘서트
걷고 싶은 부산 그린워킹 홈페이지
국제신문 대관안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