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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중국의 현대 화가 원붕비(袁鵬飛)가 그린 '공자논도도'(孔子論道圖). 공자와 맹자의 사상은 유럽에 활발히 번역·전파됐고 유럽 사상가에게 커다란 영향을 끼쳤다. 국제신문 DB |
- 기독교 선교 위해 논어 등 번역
- 獨 볼프, 예수 반열 올려 파문
- 볼테르·루소·라이프니츠에 영향
- 케네, 中모델로 근대경제학 창시
- 야경국가→복지국가의 길 열어
이 책 1쪽에 실린 간략한 요약문을 인용하는 것으로 시작해보자.
1967년 라이프니츠, 유럽에서 기독교 선교사를 중국에 파견할 게 아니라 중국에서 공자 선교사를 유럽에 파견할 것을 요청하다.('중국의 최신 소식 서문에서 언급'). 1721년 독일 최고의 철학자 볼프, 공자를 예수의 반열에 올리고 조국에서 추방당하다.('프로이센제국 할레 대학 중국인의 실천철학에 관한 연설 직후') 1748년 동양 비방의 대가 몽테스키외와 공자 예찬론자 볼테르의 치열한 논쟁, 프랑스를 달구다('법의 정신' vs '철학사전' 등을 통해) 유럽의 공자 케네, 중국을 모델로 근대경제학을 창시하다(경제학이라는 용어가 만들어진 기념비적 저작 '경제표')…
동국대 황태연(정치외교학과) 교수와 김종록 문화국가연구소장이 공동 저자로 된 공자 잠든 유럽을 깨우다는 공자의 사상이 18세기 유럽의 계몽사상의 형성에 결정적인 영향을 끼쳤음을 논증하고 해설하는 책이다.
공자 사상을 중심으로 한 중국 사상과 동양의 학문이 예수회 선교사 마테오 리치 신부를 시작으로 꾸준히 유럽에 번역되고 전파돼 유럽의 근대 사상 형성에 핵심적 구실을 한 사실은 학계에서는 꽤 알려진 내용이다. 최근에는 고전학자 신동준 씨의 '팍스 시니카' 등의 저술에서도 상당히 구체적으로 설명되는 등 일반 독자에게도 점점 널리 전파되고 있다.
동서양 철학과 철학교류사를 오랫동안 깊이 연구한 황태연 교수는 방대한 공자 3부작 '실증주역' '공자와 세계'(전 5권) '감정과 공감의 해석학'(전 2권)을 펴냈다. 황 교수 또한 공자 사상이 유럽의 계몽주의 형성에 지대한 영향을 끼친 과정을 세밀하게 추적하고 연구한 학자이다.
'공자 잠든 유럽을 깨우다'의 공동저자 김종록 작가는 머리말에서 이렇게 밝혔다. "이 책은 황태연 교수의 '공자와 세계'를 저본 삼아, 방대한 학술서적의 값진 내용을 한 권의 교양서적으로 꾸며 세상에 내놓게 되었다. 공저의 형식이지만 필자는 내용을 재구성하고 얼마간의 의견을 덧보탠 정리자 역할에 충실했을 뿐이다."
책 내용은 자못 흥미롭다. 경우에 따라서는 깜짝 놀라는 독자도 있을 것이다. 중국에 들어간 예수회 신부들은 '중국에서 기독교를 선교하려면 중국을 알아야 한다'고 판단했다. 이것이 적응주의 접근법이다. 영국의 명예혁명(1688년) 이전에 이들 손으로 '논어' '맹자' '대학' '중용' '주역' '효경' '소학' 등은 라틴어 등으로 번역이 끝났다.
독일 철학 선구자 볼프가 할레 대학 총장 이임 연설에서 공자를 예수 반열에 올렸다는 이유로 무신론자로 찍혀 파문당한 것이 신호탄이었던 셈이다. 볼테르는 자신의 '백과전서'에 중국을 '너무 많이' 언급했을 정도이고 동양을 비방한 몽테스키외와 사상적으로 대결투를 벌인다. 루소는 중국 사상에 올라탔고, 중농주의자 케네는 공맹사상을 깊이 받아들여 근대경제학을 창시한다. 라이프니츠도 뺄 수 없다.
계몽주의는 유럽의 구체제를 끊고 인류에게 새로운 미래를 선사한 프랑스대혁명으로 이어진다. 플라톤 이래 국가의 개입을 최소화하는 야경국가를 지지한 유럽은 프랑스대혁명 뒤에야 복지국가의 길을 연다. 공자와 맹자 사상 속 핵심개념에 이런 씨앗이 확실히 있었고, 유럽은 이를 받아안아 자기 혁신을 이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