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나라를 태평성대로 이끈 당 태종 이세민의 역사 기록화

중모(中牟) 땅에 수령이 없었다. 진(晉)나라 평공(平公)이 조무(趙武)에게 물었다.

"중모는 우리 진나라의 아주 중요한 곳이고 한단으로 가는 주요한 길목이오. 과인은 훌륭한 수령을 그곳에 두고 싶은데, 누구를 시키면 좋겠소?"

조무가 대답했다.

"형백자(邢伯子)가 좋습니다."

"그대의 원수가 아니오?"

"사사로운 감정을 공적인 일에 개입시켜서는 안 됩니다."

평공이 또 물었다.

"재물 창고인 중부(中府)의 관리는 누구를 시키면 좋겠소?"

"신의 자식이 좋습니다."

그러므로 예부터 이렇게 말한다.

"남을 천거할 때는 원수라도 피하지 않고, 가까운 이를 천거할 때는 자식이라도 피하지 않는다."

조무가 천거한 자는 모두 마흔여섯 명이 되는데, 그가 죽자 모두 빈객의 자리에 나아가 조문했다. 그가 사사로이 은덕을 베풀지 않았으므로 이와 같았다. ― 한비자 '외저설 좌하'

■인재 추천으로 당 제국을 연 방현령

	뛰어난 인재 추천으로 명성이 자자했던 방현령. 출처 위키백과

윤리 도덕이나 충효 관념을 엄격히 적용하는 후대 성리학자들이 하나같이 비판하고 매도했으나, 냉정하게 그 역사적 의의를 평가한다면 탁월한 군주로서 새롭게 제국의 질서를 확립했던 인물로 일컬어질 만한 이가 당나라 태종(太宗) 이세민(李世民·599∼649)이다.

그가 '현무문(玄武門)의 변(變)'으로 형인 태자 건성과 아우 원길을 죽이는 골육상잔을 일으키며 무력으로 권력을 장악하여 제위를 이은 일에 대해서는 비난받아 마땅하지만, 이 정변으로 왕조의 창업에 필연적으로 따르는 불안과 분열을 종식하고 종묘사직을 안정시켜 천하를 평안하게 하였다는 사실은 높이 평가해야 한다. 후대에 그의 치세를 '정관(貞觀)의 치(治)'라고 일컫지 않는가!

이세민이 피비린내 나는 골육상잔 끝에 제위에 올라 '정관의 치'를 이룩하는 데에는 수많은 인재의 역할이 컸다.

그가 능연각(凌煙閣)을 지어 개국공신 24명의 초상을 건 데서도 확인된다. 그 가운데 손꼽히는 인물이 방현령(房玄齡·578∼648)이다. 방현령은 '현무문의 변'부터 '정관의 치'를 이룩하는 데까지 태종을 보좌하면서 천하를 안정시키는 데 크게 기여했다.

방현령은 본래 수나라에서 하급 관리로 있었다. 천하가 혼란에 빠졌을 때, 이세민이 병사를 이끌고 위수(渭水) 북쪽 일대를 순행할 때 그 말고삐를 잡고 만나기를 청했다.

이세민은 방현령을 한 번 만나보고는 이내 의기가 투합하였고, 곁에 두고 그를 썼다. 방현령도 지기(知己)를 만난 사실에 크게 기뻐하며 이세민을 위해 몸과 마음을 다했다.

사방의 도적이 평정되자 많은 사람이 앞을 다투어 금은보화를 손에 넣고자 했는데, 방현령만은 그렇지 않았다. 그는 먼저 어디를 가든 인재를 찾아내 태종의 진영으로 보냈다. 모신(謀臣)과 맹장(猛將)이 있으면 은밀히 결속하여 각기 사력을 다해 나라에 보답할 것을 다짐하게 했다. 이런 그를 두고 오긍(吳兢·670∼749)은 '정관정요(貞觀政要)'에서 이렇게 평가했다.

"남에게 뛰어난 점이 있다는 말을 들으면 자신이 그런 것처럼 기뻐했다. 그는 공무에 통달했을 뿐 아니라 문학에도 뛰어났다. 법령을 심의해 제정할 때 관대하고 공평한 데 신경 썼다. 사람을 쓸 때 완벽하기를 구하지 않고, 자신의 장점을 잣대로 남의 단점과 비교하지 않았다. 능력에 따라 그에 맞는 자리를 주고, 미천한 자와도 격의 없이 지냈다."

방현령은 인재를 보배로 여긴 현명한 신하였다. 난세를 평정할 때든 천하를 안정시킬 때든 인재를 얻는 일이 관건임을 잘 알고 있었다. 그런 방현령이 보좌하였으므로 당 태종은 제국의 기틀을 다질 수 있었다.

■국가·백성을 위해 인재 추천한 황희

	세종

당 제국에 태종이 있듯 조선에도 태종이 있다. 이방원(李芳遠·1367∼1422)이다. 두 태종은 그 시호에서 드러나듯 창업의 군주인데, 골육상잔의 비극을 연출한 주인공이라는 점에서도 닮았다. 다만 조선의 태종은 수성보다는 창업에 주력했고, 수성의 과업은 셋째 아들 충녕대군(忠寧大君)에게 넘겼다. 충녕대군이 곧 조선 최고의 군주로 일컬어지는 세종(世宗)이다.

세종의 치세 또한 '정관의 치' 못지않았는데, 그런 세종을 보좌한 인물이 황희(黃喜)다. 황희는 조선 왕조에서 청백리의 표상으로 일컬어지는 인물로, 1452년 그가 죽자 실록에서는 그의 졸기를 적으며 이렇게 평가하였다.

"황희는 관대하고 후덕하며 침착하고 신중하여 재상의 식견과 도량이 있었으며, 풍후한 자질이 크고 훌륭하며 총명이 남보다 뛰어났다. 집안을 다스릴 때는 검소하고, 기쁨과 노여움을 안색에 나타내지 않으며, 일을 의논할 적에는 공명정대하여 큰 줄기를 보존하는 데 힘쓰고 번거롭게 변경하는 것을 좋아하지 않았다. … 재상이 된 지 24년 동안에 중앙과 지방에서 우러러 바라보면서 모두 '어진 재상(宰相)'이라 일컬었다." ― '문종실록' 2년 2월 8일

	황희

황희가 처음부터 이렇게 좋은 평가를 받았던 것은 아니다. '세종실록' 10년 6월 25일 기록을 보면, 심술이 바르지 못해 반대하는 자를 중상하고 뇌물 받기를 좋아하는 '황금 대사헌'이며, 난신인 박포(朴苞)의 아내를 자기 집 북쪽 토굴에 숨겨놓고 간통했으며, 정권을 받은 여러 해 동안 매관매직을 하고 형옥(刑獄)을 팔아 뇌물을 받았다고 하는 등등 부정적이고 비판적인 평가가 있다.

그럼에도 그가 '어진 재상'으로 일컬어진 까닭은 무엇일까? 그것은 그가 인재를 추천하는 데 누구보다 뛰어났기 때문이다.

대쪽 같은 원칙과 풍부한 식견으로 세종의 정치를 보필하는 데 가장 큰 역할을 한 허조(許租), 북방에 4군을 설치하고 조선 전기 국방 체계를 강화한 최윤덕, 왕명을 정확하게 전달하고 민심을 잘 보고한 안숭선(安崇善), 미천한 신분이라고 버림받을 뻔한 장영실(蔣英實) 등은 황희가 추천한 이들이다. 이들을 추천할 때 반대가 없었던 것은 아니다. 오히려 격렬한 반대에 곧잘 부딪혔으나, 그는 자신의 감식안을 믿고 흔들림 없이 그들을 적극 추천했다. 그리고 그들은 세종의 치세를 누구보다도 빛냈다.

황희가 인재를 추천하는 기준은 방현령과 참으로 흡사했다. 완벽하기를 구하지 않고, 능력에 따라 그에 맞는 자리를 주는 것이었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그의 추천을 받은 허조로부터도 비난받기도 했으나, '국가에 필요한 인물인가'를 따져보면 결국 황희의 추천은 적합했음이 입증되곤 했다. 황희는 한비가 말한 그런 현명한 자였다.

"현자는 신하가 되면 북면(北面)하여 폐백을 바친 뒤 결코 두 마음을 품지 않는다. 조정에서는 낮은 자리일지라도 사양하지 않고, 군대에서는 아무리 어려운 일이라도 피하지 않는다. 군주가 하는 일을 좇고 군주의 법을 따르며 사심이 없이 명령을 기다리고 함부로 시비하지 않는다. 그러므로 입이 있어도 사사로이 말하지 않고 눈이 있어도 사사로이 보지 않으면서 군주의 명(국법)을 오롯이 따른다." ― '유도'

■인재가 인재를 알아보는 법인데

인재는 세상 모든 나라의 가장 중요한 보배다. 따라서 어떤 인재를 발탁하여 어떻게 쓰느냐가 그 나라의 치란과 흥망을 좌우한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런데 이전의 총리들도 그러하고 지금 황교안 총리후보자도 그렇고, 그 자격에 대한 논란이 끊이지 않고 있다. 대체 누가 어떤 기준으로 그를 후보에 올렸는가?

'외저설 좌하'를 보면, 해호(解狐)는 자신의 원수를 추천하여 재상으로 삼게 했다. 그 원수는 그가 원한을 풀고 자신을 용서한 줄 알고 사례하려고 찾아갔다. 그러자 해호는 활을 당겨 그를 향해 쏘면서 이렇게 말했다.

"너를 천거한 것은 공적인 일이고 네가 그 일을 감당할 수 있다고 여겼기 때문이다. 너를 원수로 여기는 것은 나의 사사로운 원한이다. 너에 대한 사사로운 원한 때문에 군주에게 너를 감출 수가 없었다. 사사로운 원한을 공적인 일에 개입시켜서는 안 된다."

※이 기사는 부산시 지역신문발전기금을 지원받아 싣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