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기가 끝나면 캄보디아 전역에서 결혼식이 이뤄진다. 신랑과 친지, 지인이 예물을 마련해 신부 집을 찾아가는 캄보디아 결혼 모습. 솔과학 제공

부산외국어대 동남아지역원이 동남아시아의 문화와 삶을 생생하게 담은 교양서 '동남아 문화 이야기'(솔과학 펴냄)를 내놓았다.

동남아지역원(www.iseas.kr)은 동남아시아에 관해 정보와 지식을 활발하게 전하고 연구하는 학술 기관이다. 중남미지역원(www.lakis.or.kr), 지중해지역원(www.ims.or.kr)과 함께 부산외국어대가 갖춘 독특하고 꼭 필요한 연구기관이며 부산 지역문화의 자산이기도 하다.

동남아지역원은 2009년 한국연구재단이 시행하는 인문한국(HK) 지원사업에 뽑혀 학술 차원에서 동남아를 이해하고 연구하는 간행물을 펴내고 있다. 2012년 '줌인 동남아시아'를 냈고, 뒤이어 '동남아 문화 이야기'를 최근 발간했다.

박장식 동남아지역원장은 "한국은 동남아와 '전략적 동반자 관계'를 맺고 있다. 동남아 개별 국가와 관계도 무척 활발해지고 있다. 올해 말에는 10개 동남아 나라가 아세안 커뮤니티를 출범할 예정이다. 동남아 시대는 활짝 열렸다"고 책 서문에서 밝혔다. 박 원장은 이어 "하지만 우리 관심은 주로 정치 경제 부문에 집중되고 있는 것이 무척 아쉽다"고 했다. 이것이 동남아의 문화와 예술, 생활에 초점을 맞춘 이 책을 펴낸 동기이다.

필진은 전공과 연구 경력이 매우 다채롭다. 고정은 (사)한국미술사연구소 수석연구원은 '앙코르와트 제1회랑에 나타난 32지옥도의 도상 특징과 의미'와 같은 동남아 미술에 관한 논문을 다수 쓴 연구자이다. 김동엽 HK연구교수는 필리핀대에서 정치학 석·박사 학위를 땄다.

김예겸 HK연구교수는 영국 헐대학에서 동남아시아학으로 박사학위를 받았으며 김인규 씨는 현재 문화재청 산하 국외소재문화재재단 일본사무소 소장으로 일하는 문화재 전문가이다. 미얀마의 종족 문제와 식민지 시대사를 연구하는 김인아 HK연구교수, 미얀마 전문가 박장식 원장, 동양미술사학자로 중국·동남아·인도·한국 문화 교류사 전문가 주경미 HK연구교수가 이 책에 필자로 참가했다.

미국 유럽 중국 일본에 치우친 국내의 학술 풍토에서 동남아 예술과 문화, 교류사를 깊이 연구한 학자들이 모여 최근 자료를 중심으로 생생한 동남아 이야기를 풀어놓은 점이 이 책의 매력이다. 책은 '축제와 의례' '공예와 일상생활' '기억의 수집과 보존' 세 단원으로 구성했다.

'축제와 의례'를 보면 미얀마의 신년 축제 띤장, 캄보디아의 명절 쁘쭘번, 필리핀 마라나오 무슬림의 결혼 풍습, 지상 최후의 낙원 발리섬의 께짝 공연, 인도네시아 술라웨시 또라자의 장례문화 등 쉽게 접하기 힘든 지식을 학술적 바탕 위에서 정리했다. 사진 자료도 생생하다. 1930년대, 1963년, 2011년의 발리 께짝 댄스 공연 장면을 실었는가 하면 인도네시아 술라웨시 섬의 독특하고 유서 깊은 장례 문화유산인 따우따우 인형과 동굴 묘지 등 이채로운 내용도 많다.

'문화 편식' '문화 편중'이 여전히 심한 한국 풍토에서 문화와 교양의 다양성을 높여줄 책이다. 그리고 다문화에 관한 이해를 끌어올려줄 반가운 교양서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