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랄랄라 진관사'
- '공지영의 수도원 기행 2' 등
- 이야기의 힘 빌어
- 경건하고 엄숙한 공간에
- 친숙함과 정겨움 보태

'랄랄라 진관사'라고?

대개 절 같은 종교시설을 소개하는 책자나 자료는 이렇다. '신라 OO왕 때 원효대사(아니면 의상대사일 때가 많다)가 창건했으며…건물은 정면 3칸에…팔작지붕이며 주심포 양식에 공포가…'. 엄정한 설명이 필요하므로 어쩔 수 없는 일이긴 하지만, 건조하다.

절과 산에 관한 이야기를 스토리텔링하는 일을 하는 황찬익 씨와 어린이 책 '제주의 빛 김만덕'을 쓴 수경 씨가 함께 지은 '랄랄라 진관사'는 많이 다르다. 일본의 음식 만화에 나오는 과장된 표현을 잠깐 빌리면 이렇다. "오옷! 이것은 절을 소개한다면서 창건 역사 안내에 그치고 마는 자료집 수준의 책자가 아니라 최근 끝낸 예쁜 불사, 절을 찾는 사람들의 표정, 사찰음식, 절에 얽힌 사연을 모두 버무린 살아있는 스토리텔링."

진관사 스님들이 새벽예불에서 절하고 있다. 클리어마인드 제공

진관사는 '서울 삼각산 북서쪽 첩첩한 산도 굽이진 계곡도 한데 모여드는 합수합곡의 명당'에 자리한 오래된 절이고, 비구니 사찰이다.

'랄랄라 진관사'는 이렇게 시작한다. "최근 진관사는 불사를 마쳤다. 요즘 같으면 전국의 어느 절이나 흔히 불사하는 모습을 볼 수 있는데 진관사 불사는 입에서 입으로 소문을 타고 전국의 불사를 앞둔 사찰에서 앞다투어 한 번 보고 갈 정도로 소박하고 예쁘게 아주 잘 꾸몄다."

그리고 사진을 곁들였다. 우락부락하고 크기만 한 많은 절의 불사와 다르다. 한국의 자연미와 소박함이 숨 쉬는 간결하고 조화로운 절집을 지었다. 이어 진관사 새벽예불 이야기로 넘어간다. 사람들 마음 속에 '절에 새벽예불이라도 가면 마음이 좀 잡히려나'하는 막연한 바람이 있다. 다른 불교 관련 책과 달리, 그 순간을 아름답게 잘 잡아내 이야기를 들려준다.

"2시50분, 대웅전 마당 한 켠에 서 있던 검은 그림자가 어둠 속에서 낮은 목탁 소리를 굴린다. '똑똑 또르르' 도량석 소리다. 주변의 잠들어 있는 동물과 산천초목이 놀라지 말라고 처음엔 작은 소리로 시작해서 점점 커지지만 주변에 깔린 어둠과 자욱하게 내려앉은 고요를 거스를 만큼은 아니다." '랄랄라 진관사'는 크지 않은 절 진관사를 콧노래 소리를 붙여 누구나 찾을 수 있는 공간으로 비추는 데 스토리텔링의 힘을 활용한 점이 새롭고 돋보인다. 포교에 관심이 높은 절이 많은 부산에서도 관심을 기울일 법하다.

스토리텔링이 멀리 있는 것 같은 종교시설을 친숙하게 끌어당긴 사례는 곳곳에서 생기고 있다. 부산 가톨릭센터는 최근 공지영 작가를 초청해 '수도원 기행 2'라는 책을 놓고 문학콘서트를 했다. 수도원이라는 경건하고 엄숙한 공간을 작가는 이야기의 힘으로 가까이 당겨왔고, 가톨릭센터는 이를 시민 그리고 교인과 나누는 계기로 활용했다.

기독교 장로였던 고 김광일 변호사(초대 국민고충처리위원장)의 일대기 '김광일 신념의 길을 가다'에는 부산 책방골목에 있는 중부교회 이야기가 많이 나온다. 1970~1980년대 부산 민주화운동의 산실이었던 중부교회에 고인의 인생 이야기와 당시 민주투사들의 활동 이야기가 담기자, 중부교회는 훨씬 가깝게 시민 곁으로 다가왔다.

종교의 사회적 활동에서도 스토리텔링이 할 일은 많아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