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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봉권의 문화현장] 30년 전 그날 기념만 잘해도 부산 예술문화 돌파구 열린다

화국반점 거사 재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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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성효 기자
지난 7일(5월 7일) 부산 중구 동광동 화국반점에서 '화국반점 거사'를 30년 만에 기념하고 재연하는 뜻깊은 행사(사진)가 조촐하게 열렸다. 30년 전 화국반점에서 무슨 일이 있었던 걸까.

1985년 5월 7일 화국반점 2층에 '열 명이 조금 넘는' 부산의 문학인이 모였다. 저항과 참여의 상징 요산 김정한 선생이 좌장이었다. 윤정규 이상개 조갑상 오정환 김문홍 류명선 강영환 구모룡 최영철…. 군사독재의 서슬이 시퍼렇던 그 시절, 이들은 경찰과 기관원의 감시를 피해 그날 이 자리에서 '5·7문학협의회' 결성을 선포했다.

5·7문학협의회(이하 5·7)는 쟁쟁하거나 패기 넘치는 부산의 문학인들이 뜻을 모아 폭력과 압제투성이의 전두환 군부독재정권에 맞서 저항활동을 펼친 단체다. 돌이켜 보면, 독재에 저항한 예술인 모임 5·7문학협의회가 없었다면 부산 문화는 부끄러워 어쩔 뻔했나 하는 생각이 든다.

반독재 민주화 운동에 참여하던 전국 단위 문인 모임인 자유실천문인협의회(1974년)가 1987년 9월 민족문학작가회의로 확대 개편한다. 그해 11월 5·7도 '부산민족문학인협의회'로 확대 개편한다. 이 단체가 결국 지금의 부산작가회의로 이어지면서 부산 예술의 중요한 축을 이룬다.

지난 7일 화국반점에서 열린 '5·7문학협의회 30주년 기념모임'은 최영철 시인과 구모룡 문학평론가가 주도했다. 30년 전 이 자리에서 5·7의 출범식에 직접 참가했던 문인들이 함께 자리했고, '오늘의 문예비평' 편집진과 소설가 시인 등 후배 문인도 왔다. 참가자는 모두 20명이었다. 구모룡 평론가는 '진보적 문학 전통의 복원과 계승-1980년대 문학운동과 57문학협의회'라는 뜻깊은 글을 발표했다.

이 행사가 무척이나 반갑고 뜻깊었다. 제대로 기념만 잘해도 예술문화의 돌파구는 열 수 있다. 한국 예술가들이 입만 열면 했던 말이 "파리에 갔더니 사르트르가 앉았던 카페의 테이블을 그대로 보존해놨더라. 한국은 아직 멀었다" "대영박물관과 루브르박물관 갔더니 대단하더라. 한국은 아직 멀었다"였다. '사르트르 카페'든 대영박물관이든 결국 출발은 기념과 보존이고, 이것만 잘 해도 예술문화의 돌파구는 연다.
현대 부산 예술사와 사회운동사에서 의미가 큰 5·7은 30년 전 결성 장소인 화국반점이 고스란히 남아 있다. '범죄와의 전쟁' '신세계' 같은 영화를 찍을 만큼 옛 모습을 잘 간직했다. 그때를 생생히 기억하는 문학인들도 있다. 후배들은 부산작가회의에서 활동하고 있다. 이렇게 모든 게 갖춰져 있는데도, 그간 화국반점에서 요산문학제 뒤풀이는커녕 5·7을 기념하고 재조명하려는 시도 자체가 없었다는 점은 서글프고 아프다.

구 평론가가 이날 발표한 글에 따르면, 5·7과 관련해 바로잡아야 할 기록과 사실관계도 적지 않다. 문단 선후배들이 모여 자신들의 소중한 전통을 더욱 잘 가꾸고 나누는 모습을 기다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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