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 영도구 와치종합사회복지관에서 큰소리봉사단 단원들이 신나게 북을 치며 난타 공연을 연습하고 있다. 백한기 선임기자 baekhk@kookje.co.kr

- 봉사·문화활동 하나로 융합
- 정서적 만족감 제고 등 효과

- 외국인 생활전반 일대일 조언
- 수제품 온라인 판매 등 융화

"빨리 월요일이 와야 북을 치러 갈 텐데 하고 기다리죠. 동료 회원들 표정을 봐도 그런 신명이 보입니다. '중년을 넘어선 주부한테 왜 우울증이 온다고 하는 걸까? 이렇게 신나는데'하는 대화를 우리끼리 해요."

허미숙(여·61) 씨는 큰소리봉사단 회장이다. '소규모 난타공연 동아리 큰 소리로 봉사하는 사람들'이 이 단체 정식 이름이다. 회원 8명은 모두 부산 영도구 와치종합사회복지관에서 자원봉사활동을 하는 여성들이다. 3년째 큰소리봉사단에서 활동하는 허 회장은 "노인분들 식사 도와드리는 봉사나 설거지, 몸 불편한 분들을 위한 도시락 배달 활동을 한다. 난타는 와치복지관에서 자원봉사자들의 심신이 즐거워야 한다는 취지로 만들었다"고 설명했다.

	남광종합사회복지관의 다문화여성 지원 프로그램 '정성 한 땀, 사랑 한 땀 한국 자수교실'의 수업 모습.

회원 하정열(여·59) 씨는 "경로잔치나 복지관·관공서 행사에 초청돼 공연할 기회가 꽤 있는데 객석에서 호응하면 그렇게 신이 난다"고 말했다. 한창 연습할 때는 설거지 물 떨어지는 소리도 가락으로 들리고 숟가락만 들어도 장단을 친다는 회원들에게는 봉사활동과 문화활동은 별개가 아니라 하나로 융합됐다.

최근 여성이 참여하는 돌봄 일자리나 시간제 일자리가 늘면서 사회복지관 등의 자원봉사자 증가세는 예전 같지 않다. 이런 상황이 되자 복지관은 자원봉사 활동의 성격에 대해 더 진지하게 고민하게 됐다. 와치복지관은 생계 지원 중심으로 몸으로 뛰는 활동만이 아니라 문화프로그램을 결합했다. 예술문화 활동 특유의 정서적 만족감과 자존감 증강 효과가 보태지면서, 자원봉사 활동의 지평이 넓어졌다.

다문화 가정을 위한 프로그램에서도 '문화 융합'은 효과를 발휘한다.

부산 금정구 남광종합사회복지관은 다문화가정의 여성을 위한 문화매개 프로그램을 꾸준히 운영해 왔다. 금정구, 서동도서관과 연계한 것으로 올해는 '다문화여성 지원 프로그램-정성 한 땀, 사랑 한 땀 한국 자수교실'을 하고 있다. 하반기에는 인형극 공연도 한다.

지난 13일 현장을 찾았을 때, 캄보디아 베트남 일본 중국 라오스 파키스탄 방글라데시 등이 고향인 다문화 가정 여성들이 강사의 지도로 한 땀 한 땀 자수를 놓고 있었다. 수강생은 12명. 다문화 여성 한 사람마다 한국인 주부 한 명이 멘토로 함께 참여하는 점이 흥미로웠다.

부산대 박사과정에 유학 중인 남편과 함께 부산에 온 수강생 나빌라(31·파키스탄) 씨는 "멘토인 송정민(여·49) 씨가 강의 때만이 아니라 생활 전반에 조언을 해주니 좋다. 지난해 손뜨개 교실에서 배운 솜씨로 필요한 걸 만들어 온라인에서 팔기도 했다"고 웃으며 말했다. 나빌라 씨는 "인형극 공연에도 참가했고 한국말 동화구연대회에 나가 상도 받았다"고 덧붙였다.

복지관에 문화가 스며들자, 복지가 조금씩 풍성해지고 있다.


# "문화생활, 보편적 복지 이루는 도구이자 목적"

■ 서보경 와치복지관장

"우리나라 사회복지는 취약한 계층을 선별해서 돕는 단계에서 2000년대 이후 국민기초생활보장법 시행과 함께 지역사회 중심의 복지와 자활을 강조했다. 지금은 더 폭이 넓어져 보편적 복지를 말하는데, 이때 문화의 결합은 더욱 중요해진다."

부산 영도구 와치종합사회복지관 서보경(45·사진) 관장은 "문화적인 생활은 모든 사회 구성원이 보편적으로 누려야 할 권리이고 향유자에게 질적으로 높은 만족감을 준다는 점에서 복지의 내용을 풍성하게 하는 도구이자 그 자체로 목적이기도 하다"고 말했다.

와치종합사회복지관은 남광·절영복지관, 남광아동복지원 등과 함께 남광사회복지회 소속이다. 서 관장은 남광사회복지회 소속 시설에 문화적인 복지 프로그램이 자리 잡게 하는 데 적극적인 역할을 하고 있다.

"매슬로우의 '욕구의 5단계' 개념은 사회복지에서 중요하다. 생존-안전-소속과 사랑-자아존중-자아실현의 욕구로 요약할 수 있다. 대체로 사회복지를 생존의 욕구와 안전의 욕구를 채워주는 것으로 보는 시민이 아직 많다."

서 관장은 "보편적 복지를 생각한다면, 자아존중과 자아실현 욕구의 만족을 중시해야 하며 이때 문화와 융합할 필요성이 커진다"고 말했다.

"예술문화는 자아존중감을 높이고 자아실현을 돕는 검증된 자산"이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