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전국아마최강 시니어부 양덕주 씨

- "기량 점검차 출전…후배 성장 돕겠다"

"부산시장배 시민바둑대회는 처음인데 첫 출전에서 우승하니 기분이 참 좋네요."

전국아마최강 시니어부 우승자 양덕주(53·사진·서울) 씨는 "내가 속한 경남 함양 내셔널리그 소속 팀원들이 함께 와서 응원해 준 게 우승 비결"이라고 말했다.

아마 6단인 양 씨는 "서울에서 '준이사랑'을 3년째 운영하고 있는데 많이 사랑해주시기 바란다"는 말로 우승 소감을 대신하고 싶다고 했다. 준이사랑은 한국기원 연구생 출신 등이 함께하는 바둑모임으로 신진 바둑인 육성을 위해 노력한다.

"대회가 많지 않은 시기라 기량을 점검한다는 마음으로 왔다. 중반에 힘든 상대를 이긴 게 분수령이었다"며 "개인 목표는 딱히 없고 후배들이 잘 성장하도록 돕겠다"고 그는 말했다.


■ 전국아마최강 주니어부 박종욱 씨

- "올해 내셔널리그 전승 목표"

"오랜 경기 탓에 정신력이 잠시 흐트러지긴 했지만, 평정심을 갖고 끝까지 임했더니 좋은 결과가 있네요."

올해 부산시장배 시민바둑대회 전국아마주니어 최강부 경기는 가장 늦게 끝났다. 참가자들의 실력이 워낙 출중했고, 그만큼 승부가 박빙이었다. 이날 우승을 차지한 박종욱(23·사진·명지대 바둑학과) 씨는 6연승으로 전국 각지에서 몰려든 실력자들을 제압했다. 전북 일룩스팀(내셔널리그) 소속 아마추어 기사로 활동하고 있는 박 씨는 부산시장배 바둑대회 2차례 출전 만에 우승을 거머 쥔 실력파이다.

그는 "6살 때부터 바둑을 시작했는데 바둑의 수읽기가 연결되는 과정에서 느끼는 재미를 놓칠 수 없다"며 "올해 내셔널리그 전승을 목표로 하고 있다"고 말했다.


■ 일반부 신홍섭 씨

- "내년엔 아마최강부서 도전"

"내년부터는 아마최강부 쪽으로 나가 보라는 권유를 받았습니다. 한 번 도전장을 내보겠습니다."

일반부 우승자 신홍섭(39·사진) 씨가 이렇게 말한 이유가 있다. 이번 우승으로 신 씨는 이 대회의 일반부에서 3년 내리 우승을 차지했기 때문이다. 일반부보다 단계가 높은 전국아마 최강부로 갈 실력임을 인정받은 셈이다.

"사직실내체육관에 바둑을 두러 오면 이상하리만치 편하다. 부산시장배 시민바둑대회가 저랑 궁합이 잘 맞는 것 같다." 신 씨는 "실은 요즘 컨디션이 좋지 않았는데, 덤비지 않고 차분하게 둔다는 마음으로 임했던 게 좋은 결과로 이어진 것 같다"고 비결을 분석했다. 그는 "특히 16강전에서 어려웠는데 상대의 실수가 있었다. 운이 좋았다"며 겸손하게 말했다.


■ 노년부 박중현 씨

- 3연속 우승…"바둑은 참 좋은 친구"

"올해로 시민바둑대회 노년부 3년 연속 우승이네요. 그렇지만 한 판 한 판 모두 강자를 만나 쉽지 않았습니다."

노년부에서 우승한 박중현(70·사진·부산 금정구 부곡동) 씨는 흔치 않은 '동일 부문 3년 연속 우승'을 기록했다.

박 씨는 "온라인 바둑 전문 사이트 타이젬에 있는 동호회에서 사범으로 활동하면서 바둑을 공부하는데 여기서 다양한 경험을 할 수 있어 좋다"며 "바둑의 매력은 여러 좋은 사람을 만나 생활의 즐거움을 누리는 것"이라고 바둑 예찬론을 펼쳤다.

아마 6단인 박 씨는 "젊을 때 프로에 입문하고자 시간을 많이 투자했다. 나이가 들어서도 이렇게 우승의 기쁨을 잇달아 느끼니 바둑은 참 좋은 친구다"라고 말했다.


■ 전국여성단체전 부산 C팀

- "방과후학교 제자에 맛있는 것 쏠 것"

왼쪽부터 이말분 정용순 안수룡 송영옥 씨.

해마다 치열한 대국이 펼쳐지는 전국여성단체전에서 1위에 오른 부산 C팀은 한국여성바둑연맹 부산지부 회원들로 이뤄졌다. 안수룡(63) 송영옥(59) 정용순(56) 이말분(57) 이수경(53) 씨 5명이다. 팀원들의 바둑 솜씨를 평균하면 아마 5단 정도 된다는 설명이다.

안수룡 씨와 팀원들은 "실력 좋은 서울남산팀과 2 대 2까지 갔다가 힘겹게 이겼다. 살얼음판 대국 끝에 우승해 정말 좋다"고 입을 모았다. 이말분 씨는 "팀원 다수가 방과후학교에 바둑강사로 나간다. 나는 아이들한테 우승하면 맛있는 것 사준다고 약속했는데 지켰다"고 기뻐했다. 팀원들은 "바둑인이 치매 걸렸다는 소식은 아직 못 들었다. 바둑은 소통을 돕고 건강에 좋은 평생친구"라고 자랑했다.


■ 대학단체전 동아대 A팀

- "대학시절 좋은 추억 남긴 것 같다"

왼쪽부터 김지훈 김옥동 이종현 씨.

"올해 '대학단체전'이 신설됐는데 첫 회 우승자가 되어 더욱 기쁩니다." 제17회 부산시장배 시민바둑대회에서 유난히 눈에 띈 '대학단체전' 우승은 김지훈(25·동아대 기계공학과), 김옥동(27·동아대 기계공학과), 이종현(21·동아대 고고미술사학과) 씨로 구성된 동아대 A팀에게 돌아갔다.

동아대 바둑동아리 '바둑사랑' 소속인 이들은 초등학교 시절부터 바둑을 익혀온 애호가들이다. 시험을 코앞에 두고도 바둑대회에 참가한 것은 올해 4학년이 된 김지훈 씨와 김옥동 씨와 함께 대학 시절 추억을 남기고 싶었기 때문이다. 이들은 "바둑을 취미로 하고 있지만, 열정과 관심은 프로기사 못지 않다"며 "평소 알고 지냈던 친구들과 대회에서 만나 좋은 추억을 남긴 것 같다"고 입을 모았다.


■ 장애인부 신영길 씨

- "간암 투병…건강해져 내년 대회 참가"

"내년 부산시장배 시민바둑대회에 나올 수 있도록 꼭 건강해지겠습니다." 올해 장애인부 우승을 차지한 신영길(60·사진·부산 기장군 기장읍) 씨는 우승 소감을 말하던 도중 왈칵 눈물을 쏟았다. 지체장애 1급인 그는 간암 투병으로 건강이 좋지 못한 상태다. 하지만 장애인도 할 수 있다는 것을 보란 듯이 보여주기 위해 실력을 갈고닦아 대회에 출전했고, 결국 우승까지 차지했다.

부산광역시장애인협회 회장을 맡고 있는 신 씨는 주변 동료들이 정신을 가다듬고 답답함을 해소할 수 있도록 바둑을 가르쳐주는 '바둑 전도사'다. 그는 "몇 년 전에는 동료들과 직장인단체 부문에 참가해 여러 차례 우승했다. 장애인 중에도 실력이 뛰어난 이들이 꽤 되므로 대회에 계속 도전하겠다"고 말했다.


■ 어린이최강부 이해원 군

- "프로기사 꿈…이길 때마다 희열 느껴"

"제가 아주 어릴 때 어린이집 대신 바둑교실을 보내달라고 부모님을 졸랐다네요. 그때부터 바둑을 향한 사랑이 시작됐어요."

어린이 최강부 우승을 차지한 이해원(12·사진·전포초 5) 군은 어릴 적 바둑과 사랑에 빠졌다.

그는 6살 때 바둑을 배우던 누나를 따라 바둑교실을 드나들었고, 이듬해 부산시장배 시민바둑대회 유치부 우승을 차지하며 두각을 나타내기 시작했다. 이어 학년부 우승을 거머쥐었고, 고학년이 되어 옮긴 최강부에서도 우승했다.

이 군은 "어린이집 대신 기원을 택한 고집 덕분에 좋은 결과를 얻은 것 같다"며 "바둑경기에서 이길 때마다 희열을 느낀다"고 말했다. 그는 또 "부모님께서 프로기사 데뷔를 응원해주셔서 겁 없이 도전해보고 싶다"며 다부진 포부도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