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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동백의 부산 독립영화인 이야기 <1> 김영조 영화감독

촬영 땐 감독 아닌 가족…그의 다큐엔 속깊은 얘기가 있다

  • 디지털콘텐츠팀 inews@kookje.co.kr
  •  |   입력 : 2015-04-13 19:59:35
  •  |   본지 2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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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영조 감독이 막바지 촬영 중인 다큐멘터리 '그럼에도 불구하고…'. 영도의 공간과 사람을 담는 다큐멘터리로, 영도 해녀촌 촬영 모습이다. 월요일 아침 제공
부산의 독립영화는 살아 있다. 많은 자본과 사람이 서울로 몰리지만 꿋꿋하게 자신의 영화 스타일을 지키며 시대정신을 울부짖고 소외된 사람을 돌아보는 독립영화인들의 활동이 활발하고, 전국에서도 이들을 주목한다. 부산 영화계 '마당발' 김동백 감독이 그들을 응원하는 마음으로 부산의 독립영화인 이야기를 5차례에 걸쳐 싣는다.

- 극영화 전공 뒤 다큐 배우겠다며
- 홀연히 프랑스 유학 떠난 건
- 부산서 창작 위한 현실적 선택

- 사적 영역부터 사회 문제까지
- 탁월한 친화력으로 진솔함 담아
- 올해부터 교수로 후학 양성도

   
부산의 다큐멘터리 명맥을 잇고 있는 김영조 감독. 백한기 선임기자
다큐멘터리는 한때 민주화, 사회 변혁의 선전 도구로 활용되었다. 그래서 이른바 운동권 다큐멘터리가 주를 이루었다. 하지만 최근의 경향은 소재나 주제의 선택이 넓어지고 다양한 다큐멘터리가 쏟아져 나오면서 한국에 다큐멘터리 르네상스가 왔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래서 독립영화인을 소개하는 코너의 첫 인물로 부산의 대표적인 다큐멘터리 감독 '김영조'를 선택했다.

S#1. 극영화에서 다큐멘터리로

김영조 감독은 경성대에서 극영화를 전공했다. 졸업 후 전수일 감독의 '나는 나를 파괴할 권리가 있다' 연출부 등에도 참여했다. 그랬던 그가 어느 날 다큐멘터리를 공부하러 프랑스 유학을 떠난다고 했을 때, 솔직히 말리고 싶었다. 이미 영화를 공부할 때부터 만학도였으므로 유학을 떠날 시점에 나이가 적지 않았다. 거기다 다큐멘터리를 공부한다고 했을 때 고개를 갸우뚱했다.

당시 그의 결정에 의문을 가졌는데 최근에 이야기를 나눠 보니 나름의 선택이었다는 생각이 든다. 지속적인 창작 활동을 하고 싶어 했던 그는 현실적으로 부산에서 혼자 기획하고 제작이 가능한 것을 찾다가 다큐멘터리를 선택하게 되었다고 했다. 무엇보다 우연히 본 아르타바즈 펠레시안 감독의 시(詩)적 다큐멘터리에 감동을 받고 유학을 결심했다고 한다.

당시 국내에선 인간극장 같은 방송용 다큐멘터리 외에 사회운동의 일환으로 제작되는 다큐멘터리가 대부분이었다. 그의 선택이 조금 뜬금없게 느껴졌지만, 다른 한편으로 보면 그의 장점을 살린 적절한 선택이지 않았나 싶다. 다큐멘터리는 본질적으로 대상에 관한 내용을 다루는 매체다. 여기서 대상을 바라보는 시선에 따라 내용이 달라지고 대상과의 친밀감에 따라 그 깊이가 다르다. 그렇게 본다면 그가 가진 탁월한 친화력은 다큐멘터리 작업의 큰 자산이다.

S#2. 카메라보다 먼저 사람에게 다가간다

그가 유학시절 졸업작품을 준비하면서 촬영을 시작한 '가족 초상화'는 본인의 가족사를 다룬 작품이다. 그리고 이후에 강원도 태백의 탄광촌 이야기 '태백, 잉걸의 땅', 멧돼지 사냥을 다룬 '사냥', 그리고 지금 막바지 촬영 중인 '그럼에도 불구하고…'는 영도의 공간과 그 속에서 삶의 터전을 형성한 사람들을 다룬다.

보통의 감독은 사회적 이슈나 정치문제 등 본인이 관심 있는 분야에 집착해 그것을 자신만의 스타일로 완성해 나간다. 하지만 김 감독은 사(私)적 다큐멘터리부터 사회적인 문제까지 다루는 폭이 넓다. 그리고 작업의 속도가 그리 빠르지 않다. 그것은 앞서 이야기했듯 대상과 친밀감을 형성하는 기간이 필요해서이기도 하다. 한때 그는 '태백, 잉걸의 땅'에서 객관적인 시선을 유지하기 위해 대상과 일종의 거리 두기를 통해 사실적인 영상을 담고자 했다. 대상과 친해지는 순간 카메라가 객관성을 잃고 그 사람의 입장이 돼 버린다고 생각했단다. 하지만 지금은 처지가 바뀌어 최대한 대상(사람)과 친밀감을 형성해 속 깊은 상황을 이끌어 내고자 한다.

한번은 김 감독의 '사냥' 촬영을 도와주러 간 적이 있다. 현장에서 바라본 그는 이미 사냥꾼의 가족이었다. 너무도 자연스럽게 주인공 부부와 식사하고 '형님', '형수님' 부르던 모습이 도회지에 나가 다큐멘터리 찍는 삼촌 모습 같았다. 무뚝뚝하고 거친 사냥꾼과 가족이 되기 위해 얼마나 많은 노력이 있었을까?

사람 냄새나는 그의 영화 밑바닥에는 대상과 최대한 친밀감을 형성하려는 노력이 배어 있다고 할 수 있다.

S#3. 다큐멘터리의 저변 확대

김 감독은 본인의 작업을 하면서 부산의 다큐멘터리 저변 확대에 노력해왔다. 다큐멘터리 영화사 '월요일 아침'을 차리고 후배들의 작품 제작에 앞장섰으며, 강의를 통해 후진들을 양성하고 있다. 올해부터 동의대 디지털문화콘텐츠학과 교수로 임용되어 좀 더 적극적으로 후배들의 작품 제작에 참여할 수 있게 됐다. 본인의 창작에 대한 갈증을 제자들을 통해 풀지 않을까.

김 감독은 조성봉 감독('레드헌트'), 계운경 감독('팬지와 담쟁이') 이후 부산에서 사라질 뻔한 다큐멘터리 감독의 계보를 잇고 있다. 아이디어 뱅크라고 부를 정도로 다양한 창작 아이템을 가지고 있는 그는 언젠가 극영화를 제작하고자 하는 욕망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계속해서 다큐멘터리를 제작할 것이라는 데 의심의 여지는 없다. 언젠가 그가 더 나이가 들면 부부가 함께 다큐멘터리를 만들면서 늙어가고 싶다고 한 적이 있다. 그의 바람이 이루어지길 바란다.


김영조 감독=1970년 부산 출생. 경성대 연극영화과 졸업, 프랑스 파리8대학 영화연출과 석사. 다큐멘터리 '가족의 초상' '태백, 잉걸의 땅' '사냥' 등으로 부산국제영화제 등 국내외 영화제에 초청받았다. 동의대 디지털문화콘텐츠학과 교수로 재직하며 다큐멘터리 '그럼에도 불구하고…'를 작업 중이다.

영화감독

   
▶김동백 영화감독

경성대 연극영화과를 졸업하고 다큐멘터리 '회상' '맘바깃 사람들' '설탕의 섬, 축제를 열다' 등을 연출했다. 영화 연출뿐만 아니라 부산국제단편영화제 기획국장 등 다양한 일을 하며 영화계 마당발로 불린다. 부산의 영화 이야기를 풀어놓는 팟캐스트 '영화과 사무실' 운영자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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