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일 포르투갈의 대표적인 감독이자 세계 최고령 감독인 마누엘 드 올리베이라가 106세의 나이로 세상을 떠났다. 무성영화부터 다큐멘터리, 실험영화, 리얼리즘 계열과 초현실주의의 경계를 쉴 새 없이 넘나들었던 그의 죽음은 영화를 사랑하는 관객에게 어떤 한 시대의 종언과 마주하는 망연함을 안겨준다. 기네스북에 오른 수치상의 기록보다 더 큰 상실은 세상을 뜨기 1년 전까지도 그가 영화 제작을 쉬지 않았다는 점, 그리고 노인임에도 밝고 경쾌한 모습을 잃지 않았던 점이다. 그가 남긴 영화들이 지닌 우아함과 유머러스함, 삶에 대한 사색과 정념에 대한 솔직함, 기묘하게 비틀어진 인물마저 사랑스럽게 바라보는 그의 시선이 그립기도 하다.

올리베이라는 살라자르 독재 치하의 포르투갈에서 가업을 이으며 영화를 제작했고, 검열이 심해졌을 때는 영화 대신 자동차 레이싱에 몰두했다. 그가 다시 영화로 돌아온 것은 살라자르가 사망한 1970년대였다. 다른 사람은 은퇴할 나이인 70대부터 지난해에 이르기까지 거의 해마다 영화를 제작했고, 그 영화들은 하나의 경향으로 묶일 수 없는 다양함을 지녔다. 특히 2000년대 들어 만든 영화는 그의 나이와 무관하게 점점 젊어지고 경쾌해지는 경향을 지니고 있다.

나이가 들어감에 따라 편안해지거나 너그러운 미학을 지니는 감독도 있지만, 그의 영화는 초현실적인 상황에 처한 인간의 다양한 측면에 대해 익살스럽게 접근하거나 관능에 매료된 이들의 욕망을 찬미한다. '불확실성의 원리(2002)', '마법의 거울(2005)', '금발 소녀의 기벽(2009)', '안젤리카의 이상한 사례(2010)'는 삶의 근간을 이루는 사랑과 관능적인 정념의 넘실댐, 죽은 자와 사랑에 빠지는 판타지와 사진이라는 매체가 지닌 불멸성을 탐구한다. 또 문학을 비롯해 종합적인 하모니를 이루는 예술의 고결함을 자아낸다. 말하는 텍스트와 음악이 어우러지는 리듬과 회화적 아름다움의 조화는 특유의 귀족적인 우아함을 자아내는데, 고향에서 찍은 영화들이 가진 자연 풍광의 아름다움과 고고하게 흐르는 강물의 덧없음, 삶의 불확실성을 바라보는 비극적 시선, 사랑과 욕망을 관통하는 도덕과 두려움, 죄와 구원의 문제, 센티멘털과 멜랑콜리 사이에 있는 회한, 충족되지 못하는 사랑에 대한 갈구와 관능적인 아름다움에 대한 집착이라는 테마가 우아하고 세련된 카메라 움직임과 조화를 이룬 미장센에 녹아들어 있다.

또 쇠락해가는 문명과 죽음에 대한 사색은 시간에 속한 인간의 숙명과 영원불멸의 존재에 닿을 수 있는 삶의 환희와 생명력에 대한 예찬이 되기도 한다. 올리베이라는 1908년부터 2015년이라는 한정된 시간을 살았지만, 그가 남긴 영화들은 삶에서 매 순간 느낄 수 있는 무수한 감정의 층에 대해 가장 솔직하고 아름다우며, 생기를 지닌 예술이 될 것이다.

영화평론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