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우환 작가가 8일 부산시립미술관 내 '이우환 공간' 앞에서 공간 설립 배경과 작품 세계 등을 설명하고 있다. 강덕철 선임기자

- 해운대 '이우환공간' 내일 개관
- 설계·디자인·배치 등 직접 참여
- 1960년대부터 입체·평면 23점

- 자연·산업화 매개체 돌·철 활용
- 난해한 추상미술에 '울림' 전달

"공간과 작품이 어우러져 울림을 주는 장소를 만들고 싶었습니다."

세계적인 현대미술의 거장 이우환(79) 작가가 8일 오후 부산 해운대구 부산시립미술관 내 '이우환 공간'(Space Lee Ufan)에 대해 이런 소회를 털어놓았다.이 작가는 개관식(10일 오후 3시)에 앞서 이날 기자회견을 열고 이우환 공간 설립 배경과 작품 세계 등을 설명했다.

이 작가는 사업비 47억 원을 들여 지하 1층 지상 2층 연면적 1400㎡ 규모로 지어진 이우환 공간에 대해 "한국에서 이 정도면 합격점을 줄 수 있다"며 "완벽하지는 않으나 조금만 더 손을 보면 세계에서 손색없는 공간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 작가는 이우환 공간의 설계부터 내부 디자인, 전시 배치, 작품 설치까지 전 과정을 꼼꼼하게 챙겼다. 가가건축사무소(소장 안용대 건축사)가 건축 디자인 협력 및 실시설계로 힘을 보탰다. 이 공간에는 이 작가의 1960년대부터 현재까지 입체 및 평면 작품 23점이 전시된다.

이 작가는 2010년 개관한 일본 나오시마의 이우환미술관과 견줘 "이우환미술관이 건축 위주라면 이우환 공간은 전시 부문을 강조했다"며 "전시 작품도 이우환 공간이 이우환미술관보다 많다"고 강조했다. 다음은 일문일답.

-이 작가의 입체 작품은 돌과 철로 이뤄진다. 이 두 소재는 무엇을 의미하나.

▶태초의 재료인 돌은 시간의 덩어리라고 한다. 철은 산업사회의 대표적인 상징이다. 자연과 산업사회를 연결하는 매개체가 바로 돌과 철이다. 평면 작업에선 점과 선을 사용한다. 점은 이우환 미술의 출발점이다.

-추상미술은 제대로 이해하기 쉽지 않다. 이우환 미술을 이해하는 단서를 주신다면.

▶이우환 공간을 처음 보면 '이게 뭐야' '볼거리가 없네요'라는 말이 나올 수도 있다. 나는 작품 자체가 아니라 느낌을 전하고 싶다. 작품의 뜻을 몰라도 좋다. 작품 자체가 아니라 작품을 통해 전해지는 울림이 바로 작품의 본질이다. 그 느낌을 살리기 위해 노력했다. (이 작가는 이 대목에서 일본 요코하마에서 열렸던 전시회 때 일화를 소개했다. 철판과 돌덩어리, 여백이 많은 단색화를 선보인 이 전시회를 보러왔던 노인들이 그림이 어딨느냐, 조각이 어딨느냐고 따지듯 안내원에서 묻는 모습을 보고 얼른 자리를 피했다고 한다. 그만큼 그림은, 조각은 이래야 한다는 고정관념을 깨기가 힘들다고 덧붙였다.)

-젊은 작가에게 당부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일본에서 대학교수로 있을 때 일이다. 신입생 환영회에서 미술 하지 말고 빨리 다른 일 찾으라고 했다가 학교 측으로부터 항의를 받았다. 제대로 평가 받고 오래 작품 활동 하기가 그만큼 어렵다는 말이다. 그래도 작가를 하고 싶다면 이런 중국 이야기를 들려주고 싶다. '붓을 들기 전에 만 권의 책을 읽고, 만가지 생각을 품고, 만리를 가야 한다. 그 다음에 작품을 하라'.

이 작가에게서 음악과 와인은 작품만큼 중요한 일상이다. 그는 "혼을 달래주는 것이 음악이라면 몸을 달래는 것이 와인"이라고 강조했다.

지난해 프랑스 파리 베르사유 궁전에서 생애를 집대성하는 전시회를 한 이 작가는 올해도 세계적인 거장에 걸맞은 일정을 소화한다. 최근 런던 개인전에 이어 다음 달에는 베니스비엔날레에서 단색화 그룹전과 함께 개인전을 열고 뉴욕 개인전, 밀라노 전시회 등이 이어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