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
부산메디클럽

[조봉권의 문화현장] 이규정 방식 vs 김성종 방식

청춘 빚는 일흔 청년작가들

  • 글자 크기 
  • 글씨 크게
  • 글씨 작게
이규정(왼쪽), 김성종
"청춘이란 인생의 어떤 기간이 아니라 마음 상태를 말하는 것이라네…." 새뮤얼 울만이 78세에 쓴 시 '청춘'의 첫머리이다. 울만의 시를 따르면, 소설가 이규정(78) 김성종(74) 선생은 부산 소설계의 빛나는 청춘 작가이다.

1937년생으로 팔순을 바라보는 이규정 작가가 최근 펴낸 역사인물소설 '소설 대암-이태준 번개와 천둥'(산지니)은 전개가 매우 활달하고 생생했다. 이태준(1883~1921)은 경남 함안 출신으로 세브란스의학교 2기 졸업생이며 독립운동가였다. 천신만고 끝에 1910년대 몽골에 들어가 그 나라를 망친 성병을 몰아내 신의(神醫)로 추앙받지만, 허무하게 살해당한다.

역사인물소설은 인물 재현에 그치거나 인물에 끌려다니다 생기를 잃고 실패하기 십상이다. '번개와 천둥'은 펄떡대는 생선처럼 살아있는 느낌이다. 이 책 내용을 소개하는 기사를 써서 이미 신문에 내놓은 뒤에도 이 소설의 비결이 여전히 궁금했다. 그래서 이규정 작가를 만났다.

그는 2001년 몽골과 바이칼호로 문학기행 갔을 때 이 소설을 구상했다. 2010년에는 대암이태준선생기념사업회를 따라 몽골 울란바토르의 이태준기념공원 방문 및 교류 행사에도 참가했다. 그간 이태준 관련 논문과 자료를 몽땅 모아 공부했다. 한창 작품을 쓰던 2011년 4월 작가는 큰 교통사고를 당했다. "의사의 만류를 뿌리치고 퇴원해서 소설을 계속 썼다. 그 바람에 지금도 후유증에 시달려 솔직히 후회스럽긴 하다." 2012년에는 아내가 위중한 병에 걸려 집필은 또 한 번 벽에 부딪혔지만, 극복했다.

'번개와 천둥'에 얽힌 이야기를 나누다 이규정 작가가 1996년 펴낸 대하소설 '먼 땅 가까운 하늘'(전3권·동천사)이 화제가 됐다. 아마 한국 문단에서 사할린 동포의 기구한 삶과 민족의 아픔을 가장 먼저 그리고 가장 절실하게 그린 대하소설일 것이다. 내친김에 기자는 절판된 '먼 땅 가까운 하늘' 1~3권을 구해 며칠 만에 다 읽었다. 1991년 집필에 들어가 5년 만에 탈고한 이 대하소설이 왜 한국 문단에서 크게 주목받지 못했는지 도저히 이해할 수 없었다. 반드시 재조명해 가치를 재평가해야 할 빼어난 대하소설이다.

이 대하소설은 권정생의 '한티재 하늘'처럼 기구한 사연을 가진 사할린 동포 한 사람 한 사람이 모두 주인공이다. 그중에서도 함안, 서울, 진주, 평양, 부산, 일본, 사할린으로 이어지는 주인공 이문근의 인생은 민족사의 아픔 자체다. '먼 땅 가까운 하늘'에서 보여준 작가의 치열한 취재, 이야기에 생기를 불어넣는 힘, 역사의식과 리얼리즘 정신이 '번개와 천둥'으로 이어진다는 점에서 '청년 작가 이규정'을 생생히 느꼈다.

'청년 작가'를 이렇게 꼽다 보니, 김성종 작가가 최근 펴낸 연작소설 '달맞이언덕의 안개'(새움)가 떠올랐다. 베테랑 추리소설가 노준기가 시칠리아산 와인 '도망간 여자'를 마시며 노련하고도 정열적인 활약을 펼치는 이 소설은 사실 면모가 매우 다양하다.

범죄의 고리를 절묘하게 풀어나가는 전형적인 추리소설도 있다. 부산 근교 원전 사고를 소재로 문명의 반성을 촉구한 문제작 '죽음의 땅에 흐르는 안개, 그리고 개들의 축제', 테러사건 현장을 찾아다니는 '런던의 안개' 등 독특하고 새로운 작품도 있다.
연작소설 '달맞이언덕의 안개'에 등장하는 주인공 노준기는 허무주의에 빠진 노인 같지만, 여전히 엄청난 정열로 활약을 펼친다. 그 점에서 자신의 대하소설 '여명의 눈동자'에서 숱한 인물을 창조한 김성종 작가가 빚어낸 또 하나의 캐릭터이다.

최근 몇 년 새에도 세 권짜리 장편 '봄은 오지 않을 것이다'(2006)부터 '후쿠오카 살인' '안개의 사나이'에 이어 '달맞이언덕의 안개'까지 도무지 쉴 줄 모르는 70대 중반 김성종 또한 부산 소설계의 대표 청춘 작가다.


[국제신문 공식 페이스북] [국제신문 인스타그램]
우리은행

 많이 본 뉴스RSS

  1. 1BTS 부산공연 이틀간 5만여 명 열광, ‘입장 거부·성희롱 피해’ 항의 소동도
  2. 2헝가리 오케스트라, 부산서 ‘다뉴브강 참사’ 추모곡 울린다
  3. 3올스타 선발 가능성 높은 류현진, 다저스 감독 등판일정 조정 고민
  4. 4이강인, 메시 이후 14년 만에 ‘18세 골든볼’
  5. 5영화에 음식을 더하다…‘부산푸드필름페스타’ 20일 개막
  6. 6같은 학교 추정 학생들이 석달째 집단 스토킹
  7. 7유조선 피격 유가 상승 부채질…중동발 악재에 정유업계 울상
  8. 8‘어린이집 종일반 의무운영’ 약속해 놓고…말바꾼 부산시
  9. 9[국제칼럼] 또 다른 한류 ‘임을 위한 행진곡’ /정순백
  10. 10[부동산 깊게보기] 수도권 3기 신도시 정책, 부산 집값 상승 발목 잡을 수도
  1. 1 U20 월드컵-대한민국 우크라이나, 文대통령 “멋지게 놀고 나온 선수들 자랑스럽다”
  2. 2오신환 "국회정상화 협상 사실상 결렬…중재역할도 끝"
  3. 3文대통령, 북유럽 3국 순방 마치고 귀국…故이희호 여사 유족 위로
  4. 4여야3당 원내대표 담판 무산…한국당 제외 6월국회 소집 추진
  5. 5문 대통령 “나라의 큰 어른 잃었다”…고 이희호 여사 유족 위로
  6. 6홍문종 한국당 탈당선언…친박 ‘신공화당’ 추진
  7. 7김세연 “장수는 나를 따르라 할 때 리더십 생겨”
  8. 8‘데드라인’ 넘긴 국회 정상화…목소리 커지는 단독 소집
  9. 9평화 띄워 남북·북미 대화 재개 ‘예열’…김정은에 공 넘겨
  10. 10김정은이 보내온 조화 반영구 상태로 보존할 듯
  1. 1유조선 피격 유가 상승 부채질…중동발 악재에 정유업계 울상
  2. 2 수도권 3기 신도시 정책, 부산 집값 상승 발목 잡을 수도
  3. 3‘부산저축은행 6000억 회수’ 캄보디아 재판 2주 미뤄져
  4. 4이제는 원전해체산업이다 <1> 왜 원전해체산업인가
  5. 5작년 1순위 청약자, 비조정대상지역 몰렸다
  6. 6‘공동시공 아파트’ 소비자는 품질·안정성 신뢰, 사업자는 위험 분산
  7. 7대선 더 내린 16.7도…2차 저도주 전쟁
  8. 8벡스코 ‘자회사 설립 갈등’ 장기화 부작용
  9. 9원전 40년·탈원전 2년…이제는 해체산업이다
  10. 10일하고픈 노인층…65세 이상 경제활동 역대 최고
  1. 1“고유정 집안이 재력가라…” 유족·현 남편, 고유정 관련 잇단 우려
  2. 2신라대 무용학과 탈의실 침입 대학생 체포…경찰 “여죄 수사 중”
  3. 3하나씩 맞춰지는 고유정 범행 동기 미스터리
  4. 4양현석 사퇴 “치욕적인 말 힘들어”… YG 비아이 마약 의혹 이틀만
  5. 5BTS 부산공연 이틀간 5만여 명 열광, ‘입장 거부·성희롱 피해’ 항의 소동도
  6. 6걷고 싶은 부산…도로명에 있는 재미있는 이야기
  7. 7 전국 대부분 맑고 미세먼지 ‘좋음∼보통’, 부산 18~23도·서울 17~27도
  8. 8文정부 두번째 검찰총장 누구…최종 후보자 주초 지명할 듯
  9. 9일하고 싶은 노인들…"65세 이상 경제활동참가율 역대 최고"
  10. 10통영 공설화장장 무기계약직 극단적 선택, 진상규명 청원
  1. 1이강인 선수 아버지는 태권도 관장, 과거 제자가 쓴 글 보니…
  2. 2기록의 사나이 이강인…메시 이후 14년 만에 18세 골든볼
  3. 3김현우에게 주심이 ‘아빠 미소’ 지을 수 밖에 없었던 이유는?
  4. 4FIFA U-20 대한민국-우크라이나 결승전 1분 쿨링브레이크 진행... 쿨링브레이크란?
  5. 5‘2019 FIFA U-20 남자 월드컵 결승 생방송 - Again 날아라 슛돌이’ 특집 중계방송…‘디지털 라이브’
  6. 6U-20 이강인 골든볼 수상…메시, 포그바 등 역대 수상자는?
  7. 7한국 U-20 아쉬운 역전패, 그래도 준우승 '역사' 썼다
  8. 8U-20 김정민에게 누가 돌을 던지나… 경기력 부진 네티즌 악플에 “최선다한 선수에 박수” 반박
  9. 9 이강인 골인 순간 새벽시간에도 전국 시청률 34.4% 대 기록 세워
  10. 10FIFA U-20 대한민국-우크라이나 전반 종료... 1-1 동점
남영희가 만난 무대 위의 사람들
소프라노 서정아
동북아 바다…인문학으로 항해하다
바다를 건너 일본으로 간 우리말
국제시단 [전체보기]
제 몸을 태우는 그늘 /이기록
동네책방 통신 [전체보기]
공공도서관과 협업해 ‘풀뿌리 독서생태계’ 키운다
따끈한 문예지 ‘舊南(구남)’ 나오고, ‘인디무브’ 이사했어요
방송가 [전체보기]
새 삶을 얻은 반려견의 ‘견생 2막’
어른 싸움으로 번진 거제 학교폭력의 진실
부산 웹툰 작가들의 방구석 STORY [전체보기]
I Love 부산...마인드C
고진호
새 책 [전체보기]
급식 시간(서형오 지음) 外
부드러움과 해변의 신(여성민 지음) 外
신간 돋보기 [전체보기]
칼 융의 분석 심리학 개척 과정
상실감 치유하는 맛있는 소설
아침의 갤러리 [전체보기]
화기 - 김미희 作
끝없는 힘 Ⅷ - 강민석 作
어린이책동산 [전체보기]
세상은 온통 수상한 것 천지야 外
미디어, 어린이 눈높이에 맞춰 설명 外
이 한편의 시조 [전체보기]
빈집 /이성호
휴전선 바람소리 - DMZ 을지전망대에서 /김덕남
이기섭 8단의 토요바둑이야기 [전체보기]
제22회 LG배 기왕전 결승 3번기 2국
제2회 몽백합배 세계바둑오픈전 본선 8강전
이원 기자의 Ent 프리즘 [전체보기]
재미·의미 둘 다 잡은 ‘봉테일’…20년 전부터 지겹도록 “컷! 한 번 더”
굿바이 어벤져스…11년 간 사랑받은 그들의 기록
조재휘의 시네필 [전체보기]
천국과 지옥
1977년과 2018년의 ‘서스페리아’
책 읽어주는 남자 [전체보기]
이민족 귀화 많았던 고려사에 난민문제 혜안 있다 /정광모
책 읽어주는 여자 [전체보기]
긴 겨울밤도 체호프의 유쾌한 단편이면 짧아져요 /강이라
현장 톡·톡 [전체보기]
조선시대 기장 풍경 예찬 ‘차성가’…지역 예술인들 숨결로 되살려
영화 만난 국악 판타지 ‘꼭두’ 부산 온다
묘수풀이 - [전체보기]
묘수풀이 - 2019년 6월 17일
묘수풀이 - 2019년 6월 14일
이기섭 8단의 바둑칼럼 [전체보기]
2018 부산·서울 프로기사 초청교류전 2차전
2018 부산·서울 프로기사 초청교류전 2차전
정천구의 도덕경…민주주의의 길 [전체보기]
律曆相治
自業自得
  • 부산관광영상전국공모전
  • 시민초청강연
  • 번더플로우 조이 오브 댄싱
  • 낙동강수필공모전
  • 유콘서트
  • 어린이경제아카데미
  • 어린이극지해양아카데미
걷고 싶은 부산 그린워킹 홈페이지
국제신문 대관안내
스토리 박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