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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태호 작가의 '물-결' 연작. 온통 시커먼 화면에서 작가의 집념이 느껴진다. 이태호 제공 |
- 먹그림 10여 년 성과 공유
- "사색의 시대 표현 최고 재료"
시커먼 먹으로 표현한 바다. 150호짜리 화면은 집요하게 묘사된 먹색 음영들로 일렁거린다.
이태호 작가의 '물-결' 연작에선 관람객을 압도하는 에너지가 느껴진다. 바로 화면과 맞서는 치열한 작가 정신이다. 그는 먹그림에서 사람이 곧 자연인 이유를 찾는다. 그래서 이 묵직한 연작은 관람객에게 요구한다. 무수한 물결 사이사이에 깃든 풍경 바깥의 이야기를 음미하기를.
"이태호의 '물-결'은 주름이며 주름의 형상화로서 파도이며 파도로서 바다이다. 그것은 물이라는 물질이거나 바다라는 자연현상이 아니라 주름으로서 생성되는 파도이며 물이라는 물질이면서 생성이라는 비물질의 드러남이다. '물-결'은 거기 있는 풍경이 아니라 잠재된 것과 현재화의 이중성을 그 내부에서 일어나는 자체적 운동이자 리듬으로 담아내는 것이다." 미술평론가 강선학은 이를 이렇게 표현했다.
이 작가의 10여 년 먹그림 작업을 점검하는 기획전 '풍경, 그 형상의 바깥에서-이태호의 사람, 억새, 물-결'이 오는 19일까지 부산 부산진구 소민아트센터(051-991-2200)에서 열린다.
2004년 먹그림의 출발이었던 '사람'부터 2007~2009년 '억새'를 거쳐 2010년 이후 '물-결'로 이어지는 그의 작품 20여 점(150호짜리 10점 포함)을 감상할 수 있다. '사람'은 여럿이 어울려 있는 장면이지만 배경이 없어 어떤 성격의 모임인지 알 수 없다. 가족사적 인상이 강한 유화 작업에서 먹 작업으로 옮겨가면서 나타난 특징 중 하나이다. '억새'는 사회현상을 담던 우회적 인물 대신 억새라는 자연을 묘사하는 극적인 변화이다. 그 억새는 단순한 사실적 묘사가 아니라 자연의 힘을 엿보게 한다.
이 작가는 "27세 때 그림을 시작해 1981년 첫 개인전을 연 이후 열다섯 번째 개인전이다. 그동안 작업실에서 27년을 보냈다. 오로지 먹그림에 집중한 10년의 성과를 공유하고 싶었다"고 말했다. 올해 65세로 백발이 성성하지만, 그의 눈빛은 강렬하다.
그렇다면 왜 먹일까. 이 작가는 "유화의 번들거림이 싫었다. 먹을 만지며 내게 맞는다는 생각이 들었다. 지금은 사색의 시대 아닌가. 이를 표현하기에 먹만큼 적절한 재료가 있을까. 먹은 깊이가 있다. 보이지 않는 것을 느끼게 하는 작업, 내부에서 일어나는 기운을 제대로 표현하는 작업이 먹으로 가능하다"고 설명했다.
사람과 자연이라는 쉽지 않은 화두에 매달리는 이유는 또 무엇일까.
"물 1ℓ의 가격이 기름 1ℓ의 가격과 같을 때가 있었다. 환경 문제의 심각성을 드러내는 예였다. 환경 문제의 본질은 제도나 기술이 아니라 인간중심 가치관 아닐까. 자연과 상생 연민 배려는 바로 우리 인간의 상생 연민 배려라고 생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