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엇을 갈구하는 마음은 아이나 어른이나 같다.

불교에서는 '不止八風 謂世間' 즉 '여덟 가지 바람이 멈추지 않으므로 이를 이르되 세간(世間)'이라 한다. 여덟 가지 바람이란 무엇인가. 곧 나를 이롭게 함(利)과 쇠하게 함(衰), 높여 줌(譽)과 해치고 상하게 함(毁), 일컬어 줌(稱)과 꺼림(譏), 즐겁게 해 줌(樂)과 고통스럽게 함(苦)이 그것이다. 내가 인정하는 어떤 사람에게 칭찬을 들으면 마음이 얼마나 좋은가 혹은 내가 싫어하는 사람이 내 명예를 흐리면 얼마나 속이 상하는가. 이 여덟 가지는 좋음과 싫음으로 몰아가서 우리 마음이 바른 정신을 차릴 수 없도록 계속 흔들게 되므로 '모든 중생을 흔든다'는 뜻에서 '바람'이라고 한다.

이 여덟 바람은 모두 '나'를 어떻게 하는가에 따라 생기므로 불교에서는 이런 여덟 가지 바람이 부는 곳, 즉 세간을 떠나는 것을 일러 '출가(出家)'라고 한다. 세간에 산다는 것은 주변 인연들이 끊임없이 이 바람을 가지고 온다는 것이다. 사람이 사람과 관계를 맺고 산다는 것은 내가 다른 사람에게 혹은 다른 사람들이 나에게 바람을 쉼 없이 불린다는 말이다. 그러니 팔풍이 멈추지 않는 곳 즉 세간인 것이다. 그런데 중생은 저 바람이 와서 나를 괴롭힌다고 하지만, 사실 우리는 아무 일 없다면 곧 지루함과 견딜 수 없는 고독을 느끼며 오히려 그 바람을 찾아 나선다. 그래서 날 기쁘게 할 어떤 것을 찾고 날 추켜세워 줄 누군가를 찾고 나의 감정을 흔들어줄 어떤 것들을 찾아 잠시도 그냥 있지 못하게 된다.

지나고 보면 그다지 중요하지도 않은, 큰 문제도 아닌 것에 정신을 빼앗기고 거기에 대한 간단한 기호부터 시작해 상당한 취미로 깊은 애정으로 끊을 수 없는 유혹이나 가치로 발전시키면서 우리는 맑고 맑은 우리의 정신을 다 소모하고 흩어버린다.

태어난 모든 아이는 본능적인 자기 성장의 욕구를 따라 감각, 즉 손에 잡히는 대로 입에 넣기에 의지해 외부 사물에 대한 경험을 축적하고 이런 경험이 많아지면 이제 입이 아니라 시각적 감각만으로도 사물에 대한 분류를 할 수 있게 된다. 이런 감각이 익숙해지고 통일적 정체성을 만들어 가면 일정한 선호도가 생기는데 이를 따라 감정이 일어난다. 물론 선천적인 배고픔과 통증 등 기본적인 감각으로 인한 감정은 제외하고 말이다.

경험이 많아지면서 감각적 선택이 점차 감정적 선택으로 발전하게 되고 감정적 선택은 점차 이성적이고 원리적인 것만으로도 정체성을 만들어내거나 파악해 갈 수 있게 된다.

하지만 이런 감각적 경험들을 어릴 적의 사탕이나 레고, 스티커 같은 장난감에 모든 가치를 쏟아 부으며 흥분하는 것과 원숙한 인격이 우아하고 고상한 가치를 추구하며 어떤 형이상학적 가치를 일으켜 낸다고 한들 결국, 무엇이 다른가. 인간의 마음이 무엇인가를 갈애(갈구)한다는 것은 같다. 갈애하는 마음은 반드시 흔드는 바람을 맞이할 뿐.

이 갈애가 바로 여덟 가지 바람이 위력적이게 하고 우리를 웃기고 울리도록 하는 힘을 실어주는 것이다. 따라서 이렇게 형성된 우리의 갈애, 시비(是非)와 호오(好惡)를 버리는 것을 우리는 '출세간'이라 하고 몸이 산으로 가는 것이 아니라 마음이 세간의 여덟 바람에 초연할 때 우리는 이를 진정한 '출가'라 한다. 여기에 마음이 비면 여덟 바람이 힘이 절로 잦아드니 세속에 사는 우리인들 못 할 일이 무엇인가.

원불교 정관교당 교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