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용석(왼쪽) 감독이 부산 중구 중앙동 복병산 창작여관에서 '다른 밤 다른 목소리' 촬영을 하고 있다. 홍영현 기자 hongyh@kookje.co.kr

- "지역서 영화찍기 힘들다" 토로

두 번째 영화까지 3년이 걸렸다. 이번에도 떠난 사람과 그의 흔적을 찾는 사람이 화면을 맴돈다. 만남과 이별, 기억에 관해 이야기해 온 최용석(37) 감독의 '다른 밤 다른 목소리' 얘기다.

우선 최 감독에 관해 설명할 필요가 있을 것 같다. 그는 부산 독립영화계의 허리다. 부산독립영화협회(이하 부독협) 공동대표를 맡고 있으며, 특유의 친화력으로 40대 중견 감독과 30대 젊은 감독의 가교 역할을 하고 있다. 또 그는 부산 독립영화계가 주목하는 작가주의 감독이다. 경성대 연극영화과를 졸업한 뒤 2009년 부산국제영화제 와이드앵글 섹션 초청작 '모든 곳에서'와 첫 장편 '이방인들(2011년)' 등을 통해 자신만의 영화 스타일을 드러내며 주목받았다.

최 감독이 3년 만에 두 번째 중장편 '다른 밤 다른 목소리' 촬영을 이번 달 끝냈다.

"특별히 공백기를 가졌던 것은 아니에요. '이방인들' 극장 개봉과 뒷마무리까지 하고 나니 1년이 훌쩍 지났고, 부독협 사무국 일을 하다 보니 또 훌쩍 1년이 흘렀더군요. 그제야 '내 영화를 찍어야겠다'는 생각이 번뜩 들어 지난해부터 시나리오 작업을 시작했고 올해야 찍게 됐네요."

이번 영화의 주인공은 화교 3세다. 한국인 어머니와 대만인 아버지를 둔 화교 3세 '수장'이 사라진 아내 '은임'을 찾아 부산으로 오게 되면서 겪는 이야기를 담았다. 부산대 한국민족문화연구소의 지원이 제작의 밑거름이 됐다.

"부산대 측에서 부산의 공간을 소재로 했으면 좋겠다고 하더군요. 자료를 뒤적이다 화교들의 애환을 담은 기록을 접하게 됐는데 이상하게 끌렸어요. 요즘 요우커가 워낙 많아 부산 곳곳에서 중국인을 발견할 수 있는데, 정작 화교 2·3세들은 중국과 한국 사이에서 정체성의 혼란을 겪으며 어렵게 살고 있어요. 그래서 영화에 담아보고자 했죠."

하지만 영화는 화교의 애환을 다루기보다는 떠난 여자와 그녀의 흔적을 찾는 남자의 사랑에 초점을 맞췄다. 주인공은 한국 독립영화계의 샛별 김새벽과 뮤지컬 배우 강필석이 맡았다.

"기획 단계에서 이방인의 불안한 감정과 위치에 관한 이야기를 하자고 했는데 촬영하면서 자연스럽게 남녀의 사랑에 초점이 맞춰졌어요. 잃어버린 사랑을 찾아다니는 남자의 얘기랄까. 하지만 그는 태어났을 때부터 자신의 정체성에 혼란을 느끼며 겉돌았고, 잃어버린 사랑을 찾기 위해 다시 떠돌아요. 이주민의 불안한 감정과 아픔이 연결되는 지점이죠."

인터뷰 말미에 "부산에서 영화 찍기 참 힘들다"고 넌지시 그간의 마음고생을 내비친 최 감독은 후반 작업을 거쳐 올 하반기 영화를 선보일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