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카데미 시상식이 열렸던 날 할리우드 거리에서 한 단체가 동성애 반대 등의 퍼포먼스를 하는 모습.

- 사회적 반발이
- 누그러지진 않았지만
- 미국의 성 소수자들은 이미
- 골방에서 거리로 나왔다
- 우리에게도 곧 익숙해질 모습
- 우리는 어떤 태도로
- 그들을 맞을 것인가

이번에는 다소 민감한 내용을 다루려고 한다. 성 소수자(LGBT)에 대한 부분이다. LGBT는 레즈비언과 게이, 양성애자, 트렌스젠더의 첫 글자를 딴 것이다. 이런 용어를 입 밖으로 꺼낼 수 있게 된 지도 오래되지 않았을 만큼 그동안 금기어로 여겨졌다.

UCLA 캠퍼스의 성 소수자 서클. 무지개는 성 소수자를 상징한다.

여기서는 먼저 미국에서 겪었던 성 소수자의 모습을 소개하겠다. 지난달 22일 LA에서 아카데미 시상식이 열렸다. 세계적인 스크린 스타의 모습을 조금이라도 보려는 기대를 품고 팬이 몰렸다. 그러나 할리우드 거리의 시상식장 주변은 경찰이 철조망을 치고 차단한 탓에 접근할 수 없었다. 비까지 추적추적 내려 팬들의 마음이 무겁게 가라앉아 있는데 종교단체에서 나온 것으로 보이는 한 무리가 이상한 분장을 하고 퍼포먼스를 벌였다. 그 속에는 동성애를 반대하는 내용도 들어 있었다. 처음에는 호기심을 갖고 지켜보던 사람들이 곧 격렬하게 반발했다. 한 여성은 "신은 게이를 사랑한다"고 외치면서 퍼포먼스를 방해했고 일부는 욕설을 퍼부으면서 반대했다. 물론 침묵하거나 동조한 사람도 있었다. 아카데미 시상식 경비를 위해 출동한 경찰이 곁에 있어 물리적인 충돌은 일어나지 않았지만 분위기는 살벌했다. 이 무리는 장소를 옮겨 퍼포먼스를 이어갔는데 곳곳에서 충돌을 빚었다. 이날의 해프닝은 미국의 평범한 사람들이 성 소수자를 어떤 시선으로 보는지 단적으로 드러낸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미국도 성 소수자에 대한 혐오감이 상당했다. 1993년 개봉해 배우 톰 행크스에게 아카데미상을 안겨준 영화 '필라델피아'를 떠올려 보면 선뜻 이해가 될 것이다. 톰 행크스는 동성애자로 에이즈에 걸려 죽는 변호사역을 맡았는데 영화 속 곳곳에 동성애에 대한 미국 사회의 노골적인 반감이 묘사돼 있다.

하지만 최근 뉴스에 가장 많이 언급되는 소식이 동성 결혼일 정도로 미국은 변하고 있다. 미국의 경우 2004년 매사추세츠 주가 처음으로 동성 결혼을 인정한 이후 들불처럼 번져 현재 32개 주가 허용하고 있다. 여기에 얼마 전 애플 최고경영자(CEO) 팀 쿡이 커밍아웃을 하는 등 유명인들의 고백이 잇따르고 있다. 1960년대 이후 인종차별 문제가 혁명적인 전환을 이뤘다면 지금은 성차별이 그 과정을 밟고 있는 분위기다.

실제 생활에서도 느낄 수 있다. LA가 상당히 개방적인 도시라는 점을 고려해도 거리, 쇼핑몰, 극장 등 공공장소에서 성 소수자를 어렵지 않게 볼 수 있다. 처음 LA에 와서 즐겨 찾았던 대형마트의 경우 유독 남자 2명이 함께 쇼핑하는 모습을 자주 볼 수 있었는데 알고 보니 게이 커플이었다. 그들이 손가락에 끼고 있던 반지를 보고 알았다.

이 밖에 할리우드볼에서 다정하게 셀카를 찍어 페이스북에 올리던 중년의 게이 커플, LA카운티 미술관의 유명한 석양 감상 포인트에서 과감하게 애정행각을 벌였던(?) 게이 커플 등 곳곳에서 성 소수자를 만날 수 있었다.

처음에는 당황스러웠다. 그런데 점점 익숙해지면서 나중에는 아예 관심조차 없어졌다. 굳이 연인들의 성별을 따지는 것 자체가 이상하게 느껴졌다.

이처럼 미국의 풍경을 장황하게 설명한 것은 언젠가 국내에서도 접할 수 있기 때문이다. 아니 지금 비슷한 풍경이 벌어지고 있는지도 모른다. 우리 곁에서 그동안 성 정체성 때문에 고민하던 소수자들이 당당하게 공개한다면 어떻게 반응해야 할까. 이제는 고민할 때가 온 것 같다. 미국의 모습은 우리에게 그 시기가 다가왔음을 알려주고 있으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