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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립운동 펼친 '몽골의 슈바이처' 이태준

번개와 천둥-소설 대암 이태준- 이규정 지음 /산지니 /1만3000원

  • 조봉권 기자 bgjoe@kookje.co.kr
  •  |   입력 : 2015-03-13 19:13:32
  •  |   본지 1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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몽골 울란바토르에 있는 이태준 기념관. 산지니 제공
- 안창호와 인연 중국 거쳐 정착
- 치사율 높은 성병 치료로 추앙
- 김원봉·김규식 등 항일투사 지원

"그때 좀 더 눈여겨보고 공부했어야 했다. 왜 그때 건성으로 대했을까.…" 책장을 넘기는 동안 별의별 후회가 밀려왔다.

2010년 8월 몽골에 문학기행을 갔다. 여행안내자 비지야 씨와 바트을지 씨는 우리 일행을 데리고 수도 울란바토르의 한적한 공원으로 갔다. 공원 이름이 '이태준 기념공원'이었다. 공원 안에 '이태준 기념관'도 있었다. "우와! 이렇게 멀고 먼 몽골에 한국인을 기리는 공원과 기념관이 있네. 신기하다"하고 생각했다. 사진도 찍었다.

지금 와서 고백하면, 그걸로 끝이었다. 이태준이라는 인물에 관한 지식 자체가 아예 없었던 데다, 몽골에 여행 왔다는 설렘 탓에 주마간산하고 말았다. 부산의 원로 예술인이며 소설가인 이규정(78) 선생이 펴낸 장편 번개와 천둥의 작은 제목은 '소설 대암 이태준'이다. 울란바토르에서 있었던 짧은 첫 만남 뒤 5년 만에 소설로 대암 이태준(1883~1921) 선생을 다시 만나고 보니, 후회막급이다.

이 담대하고 고결한 독립운동가의 생애를 진작 알아보았어야 했다, 마땅히 예우했어야 한다는 아쉬움 때문이다.

대암 이태준은 경남 함안군 군북면 명관리 평광 마을에서 태어났다. 10대조인 인원군 이휴복은 임진왜란 때 의병을 일으켰고, 이괄의 난을 평정해 인원군에 봉해질 정도로 충의와 의기가 넘쳤다. 이름 높은 선조를 여럿 모신 뼈대 있는 가문이었지만, 이태준의 살림은 가난했다.

부지런하고 정직하고 가난한 농사꾼 집에 장남으로 태어난 이태준은 거대하고 담대한 삶을 일군다. 이태준은 인의를 중시하는 집안 내력, 군북 삼일만세운동 때 주민이 5000여 명 넘게 참여했을 만큼 기상이 당당했던 함안 지역사회 분위기에 힘입어 정의감이 강했고, 일찌감치 개신교인이 돼 예수의 가르침도 실천한다.

대암 이태준 선생.
평범한 농촌 청년일 뿐이던 그는 자기 운명을 개척해 간다. 이태준은 경성으로 올라가 갖은 고생 끝에 세브란스 의학교 2기생으로 졸업해 의사가 된다. 그러다 도산 안창호 선생을 치료한 것이 인연이 돼 민족의식을 가다듬고 중국의 남경으로, 거기서 다시 온갖 고난 끝에 몽골 울란바토르로 간다.

울란바토르에서 그는 몽골 민중의 목숨을 마구 앗아가던 가장 무서운 전염병인 성병을 치료하고 환자를 돌보면서 몽골인의 추앙을 받는다. 병원이 궤도에 오르자 그는 독립운동을 지원하는 데 발 벗고 나선다. 약산 김원봉, 파리강화회의에 파견된 김규식 등 이태준의 도움을 받은 독립운동가와 단체는 숱하게 많다.

하지만 나라 없는 백성의 운명은 위태롭기 그지없는 것이어서 이태준은 몽골로 쳐들어온 백계 러시아 군대 탓에 크나큰 위험에 처한다.

이규정 작가는 고향을 매우 애틋하게 생각한다. 이규정 작가의 고향도 함안이다. 작가 이규정과 독립운동가 이태준은 꼭 만날 사이였던 셈이다. 원숙하고 막힘 없는 문장이 역사소설의 매력을 한결 끌어올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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