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 중구 중앙동 모퉁이극장에서 열린 '관객 영화 감상회' 첫 워크숍에서 모퉁이극장 김현수(오른쪽 세 번째) 대표와 관객문화활동가 9명이 포즈를 취하고 있다. 홍영현 기자 hongyh@kookje.co.kr

'당신 같은 관객이 있어 우린 행복하다'.

부산 중구 중앙동 40계단 옆 다닥다닥 붙은 건물 사이에 '모퉁이극장' 간판이 파묻혀 있다. 계단을 올라 건물 맨 위 4층 쇠문을 열면 삭막했던 첫인상은 순식간에 미소로 바뀐다. 은은한 조명 아래 추억의 영화 포스터, 한쪽 벽면을 빼곡히 채운 영화·인문학 서적, 기발한 아이디어의 관객 응원 도구와 문구 등을 마주하면 어느새 마음이 편해진다. 하늘과 맞닿아 있지만 관객에겐 문턱이 낮은 곳이 모퉁이극장이다.

2012년 '관객 응원 단체'로 활동을 시작한 모퉁이극장은 '영화'를 보는 공간이나 주인공은 '관객'이다. 좋은 관객을 발굴하고 관객이 영화에 대한 애정을 이어가도록 그들을 지지하는 공간으로 문을 열었다. 모퉁이극장 김현수 대표가 사비를 털어 마련한 공간은 상업영화와 예술영화 사이에서 갈 곳을 잃은 관객을 끌어들여 지금은 영화애호가 영화감독 예술가 직장인 학생 등의 발길이 끊이질 않는다. 2012년 메이드인부산독립영화제와 지난해 부산국제단편영화제 관객 리뷰를 담은 잡지 '모퉁이극장' 1, 2호를 출간하며 이름도 알렸다.

올해 모퉁이극장이 더 많은 관객을 초대할 준비를 하고 있다. 다음 달부터 매주 월요일 오후 7시30분 '관객 영화 감상회'를 열고 다양한 시민을 맞는다. 김 대표는 "1년 중 4개월은 잡지 발간, 4개월은 관객살롱, 4개월은 공간 운영을 위한 아르바이트를 하다 보니 정작 많은 관객을 초대하고 격려하는 본연의 일에 소홀한 것 같아 관객 영화 감상회와 세미나를 기획했다"고 말했다.

	지난해 모퉁이극장에서 열린 '관객의 밤' 행사 모습. 모퉁이극장 제공

모퉁이극장의 '관객 영화 감상회'는 영화를 보고 강연을 듣는 자리와 거리를 둔다. 우선 관객에게 영화를 소개할 '관객문화활동가' 9명이 감상회를 주도한다. 몇 년간 모퉁이극장을 드나들면서 관객의 중요성을 체감한 시각예술작가, 음악인, 학생, 회사원 등 구성원이 다양하다. 이들은 한 달간 워크숍을 통해 영화 선정과 상영, 감상회 등을 준비한다. 영화 감상회에서 상영할 영화는 '이런 관객에게 필요한' 작품이다. '실연당한 사람에게' '일상이 지루한 사람에게' '무기력한 삶에서 탈출하고 싶은 사람에게' 등 상황에 맞춰 관객에게 필요한 영화를 상영하고 각자의 감상을 편안하게 이야기하는 방식이다.

관객문화활동가로 참여하는 성송이(학생) 씨는 "멀티플렉스에서 강요하는 영화는 보기 싫고 심오한 예술영화는 부담스러워하는 친구들을 보며 내가 좋아하는 영화, 관객에게 소개하고 싶은 영화를 볼 기회가 있었으면 했는데 모퉁이극장의 취지와 잘 맞아 참여하게 됐다"고 말했다. 또 다른 관객문화활동가 윤필남(시각예술작가) 씨는 "영화를 보고 남들은 어떻게 느꼈는지 이야기하면 영화를 깊이 있게 볼 수 있다. 단순히 영화를 보고 마는 소비 개념이 아니라 예술로서 향유하며 여운을 느낄 수 있는 영화 감상회를 만들고 싶다"는 바람을 내비쳤다.

관객 영화 감상회보다 조금 더 진지한 영화 세미나도 준비하고 있다. 관객과 영화, 영상 매체, 인문학, 미술 등에 대한 폭넓은 시야를 길러보자는 취지에서 시작하는 세미나는 영화·인문학 관련 책을 읽고 의견을 나누는 자리로 기대가 크다. 김 대표는 "일본에서 '나만의 극장 만들기' 운동이 유행이다. 자신이 선택한 영화를 상영하고 의견을 나누는 감상회 형태인데, 획일적인 영화 감상에서 탈피해 상상의 나래를 펼치고 느낌을 공유하는 방법이다. 요즘 관객은 '다른 영화 취향'에 관해 얘기하는 것을 두려워하는 것 같다. 관객 영화 감상회를 통해 많은 관객이 각자에게 필요한 영화를 보고 즐기는 방법을 깨치고 계속해서 영화에 애정을 쏟을 수 있도록 만들어주고 싶다"고 밝혔다.

관객 영화 감상회와 세미나 일정은 블로그(http://blog.naver.com/cornertheate)와 페이스북(www.facebook.com/thecornertheater)을 통해 확인할 수 있다. (051)468-189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