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
| 부산 수영사적공원에 있는 수영민속예술관에서 수영들놀음(수영야류) 중 사자춤이 공연되고 있다. 국제신문 DB |
- 원로학자가 쓴 민속학 이야기
- "사람들이 일하고 빌고 노는 것
- 일상 생활 자체가 민속학 현장"
- 구수한 글 읽어내려가다 보면
- 미처 몰랐던 사실들 술술 풀려
동아대 정상박(80) 명예교수는 한국 민속학의 원로이다. 1958년 서울대 국어교육과를 졸업한 뒤로 50여 년 민속학 현장을 누볐다. 한국구비문학대계 집성에 참여했고 '전설의 사회사' '오광대 들놀음 연구' '수영야류' 등 저서와 논문을 썼다. 가면극을 연구한 논문으로 박사 학위를 받은 한국 최초의 학자이기도 하다.
정 명예교수가 새 책 정상박의 우리민속 되짚어보기를 펴냈다. 그는 책의 첫머리를 이렇게 시작했다.
'수저로 밥을 먹는 것도 민속이고 온돌에 잠을 자는 것도 민속이다. 이처럼 민속은 사람살이로 매일 행하고 접하는 생활의 문화다. 그러므로 연세가 지긋하게 드신 분들은 그동안 살아온 경험으로 민속을 잘 안다고 생각하고 있다. 그러나 우리가 제 스스로의 육신에 대하여 의사의 설명을 들어도 잘 모르는 것처럼 보통 사람들은 민속에 대한 이해가 부족한 경우가 많다'.
이 같은 인식은 책 전체를 꿰는 실이다. 그는 "사람들이 일하고 빌고 노는 사람살이가 민속학의 현장이다. 민속학 현장이란 일상의 생활 그 자체다"라고 밝히며 찬찬히 이야기를 풀어낸다. 그러니 책은 더없이 풍성해진다. 책 내용이 우리의 삶을 두루두루 품어주기 때문이다. 입에 돈을 물고 웃고 있는 돼지 머리에는 어떤 사연과 미학이 담겨 있나, 우리 도깨비에게는 뿔이 있었나 없었나, 수영야류라고 해야 할까 수영야유라고 해야 할까, 들놀음과 들놀이의 차이는, 잃어버린 큰 명절 정월대보름을 부산의 큰 명절로 삼을 만한 이유…. 꼬리에 꼬리를 문다.
읽다 보면 궁금했던 것, 미처 몰랐던 우리 삶의 사연이 스르르 풀리는 느낌을 받는다. 게다가 정상박 선생의 문장이 물 흐르듯 자연스럽고 간결하고 좋아 독서의 쾌감을 더한다.
우리 춤의 미학부터 세시풍속 이야기, 내 고장 이야기, 십이간지 이야기 등등으로 내용이 다양한데 일단 부산과 관련이 깊은 대목부터 살펴 보자. '동래야유'로 표기하는 게 좋을까 '동래야류'로 쓰는 게 적합할까. 野遊라는 한자를 발음대로 쓰자면 '야유'로 써야 할 것이다. 하지만 실제로는 둘을 다 쓰고 있다.
저자의 해석은 이렇다. 야외에 나가 노는 놀이를 가리키는 '들놀이'라는 단어가 이미 있었을 것인데, 부산 사람들은 정월대보름에 가면을 쓰고 노는 놀음을 이와 구분하기 위해 '들놀음'으로 썼다. 한자도 마찬가지로 들놀이를 뜻하는 '야유'가 먼저 있었는데, 이와 들놀음을 구분하고자 같은 한자를 쓰면서도 '야류'라고 어휘를 분화했을 것이다. 이런 의도를 살려 '동래야류'로 써야 할 것이다. 물론 순우리말을 가져와 '동래들놀음'으로 쓰는 게 제일 낫다.
'말뚝이 그는 누구인가'라는 글도 한 번 보자. '우리나라 탈놀음에는 전국적으로 말뚝이가 등장하지만, 경남의 오광대와 부산의 들놀음에서 나오는 놈이 가장 극적 역할이 크다.…말뚝이탈이 호색한을 형상화한 것인가? 우리들의 민중영웅을 형상화한 것인가?' 저자는 말뚝이탈은 민중영웅의 형상이며 부산의 표상으로 삼을 만하다고 설명한다.
구수하고 재미난 이야기가 좋은 문장에 실려 물처럼 흐르는 민속학 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