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용관·김지석 등 20년 내공

- 앞만 보고 달려 지역인재 못키워 

- 인맥위주 사무국 운영 개선 지적

- 지나친 상업성 추구 역효과

- 영화의전당과 협력 수익 창출

올해로 20년이 된 (사)부산국제영화제(BIFF)는 사실상 타의에 의해 조직을 쇄신해야 한다. 20회를 기점으로 스스로 변화를 꾀했다면 가장 이상적이었겠지만, 시의 과욕과 BIFF의 안일함 탓으로 여론에 떠밀리듯 조직의 쇄신을 논하게 됐다. BIFF는 다음 달 10일 서울에서 'BIFF 미래비전과 쇄신안 마련을 위한' 공청회를 연 뒤 종합적으로 의견을 수렴해 쇄신안을 내놓는다.

■ 세대교체 이뤄질까

부산시와 BIFF 간 갈등의 결과는 결국, BIFF 이용관 집행위원장의 퇴진으로 정리됐다. 이 집행위원장은 지난 17일 서병수 부산시장에게 공동 집행위원장을 영입하고 체제가 안정되면 자신은 물러나겠다는 의사를 밝혔다. 김동호 명예집행위원장이 집행위원장 자리에서 물러나겠다고 선언한 2007년 이후 3년간 이 집행위원장과 공동 집행위원장 체제를 유지했던 것을 고려하면, 이 집행위원장도 새로 영입한 공동 집행위원장과 몇 년간 함께 활동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에 대해 이 집행위원장은 "영화제의 정체성과 독립성을 지키는 전제로 제가 퇴진하는 것이 낫다고 생각했다. 시기는 구체적으로 밝힐 수 없지만 자연스럽게 준비하겠다"고 말했다.

이 집행위원장이 퇴진 의사를 밝히면서 BIFF 1세대들도 자연스레 후임자를 물색해야 할 시점에 이르렀다. BIFF 1세대로는 영화제 탄생의 주역인 이 집행위원장을 비롯해 1회부터 아시아 영화를 맡은 김지석 수석 프로그래머, 아시아필름마켓 운영위원장을 맡은 전양준 부집행위원장 등이 거론된다. 이들은 지난 20년간 BIFF가 아시아 최고 영화제로 거듭나기까지 청춘을 바친 인물이지만, 일각에서는 이들의 인맥 위주로 영화제 사무국이 운영되면서 조직이 폐쇄적이라고 비판하고 있다.

하지만 영화계는 한국을 대표하는 영화제를 만든 이들의 공을 인정하는 분위기부터 조성해야 한다고 지적한다. 영화계 관계자는 "지금의 BIFF를 만든 이들이 하루아침에 물러난다고 조직이 쇄신되지 않는다. 오히려 지난 20년간 겪은 시행착오와 경험을 바탕으로 쌓아온 것이 한 번에 무너질 수 있으므로 이 부분에는 심사숙고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김지석 수석 프로그래머는 "그동안 앞만 보고 달리다 보니 영화제 내부 세대교체나 지역 인재를 키우지 못한 측면이 있다. 이 부분에 대해 고민 중"이라고 털어놨다.

■ 자립성 키울 논의 필요

제1회 BIFF 예산은 22억 원으로 이 중 시비는 3억 원에 불과했다. 20년이 지난 올해 BIFF 예산은 123억 원으로 이 가운데 절반을 시비(60억5000만 원)로 충당한다. 지역 예술계가 문화예술 축제 예산을 BIFF가 끌어간다고 볼멘소리를 하는 것도, 부산시가 BIFF에 지역사회 기여를 요구하는 것도 엄청난 시비가 투입되기 때문이다.

이러한 여론 탓에 BIFF는 몇 년 전부터 시비를 포함한 공공자금 지원을 줄일 방법을 모색해왔다. 지난해 '다이빙벨' 논란이 벌어졌을 당시 이 부분에 대한 고민은 더 커졌다. 공공자금으로 열리는 영화제가 정치적 논란을 일으킬 영화를 상영하는 게 맞느냐는 이유로 시의 압박을 받았기 때문이다.

하지만 뚜렷한 방법이 있는 것은 아니다. BIFF는 수익 창출을 위해 3년 전 자회사 씨에이씨엔터테인먼트를 설립하고 영화 배급과 제작, IPTV 진출 등의 사업을 진행해 왔으나 초창기이다 보니 아직 두드러진 성과를 내지 못했다.

또 영화제가 지나치게 상업성을 추구할 경우 시민이 즐기는 영화 축제의 의미가 퇴색되는 역효과도 우려된다. BIFF 관계자는 "영화제가 예산을 확보하는 방법은 공공자금 지원과 스폰서 유치다. 스폰서 유치는 더 늘리기 어려운 부분이 있고 또 특정 기업에 치우치면 영화제의 공공성이 훼손될 수 있어 금액대를 일정 부분 안배하는 편"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또 "BIFF 전체 예산 중 자체자금 비율은 40% 수준으로 국내 문화예술축제 중 자립도가 높은 편이다"고 덧붙였다.

이 집행위원장은 지난 25일 정기총회에서 "영화의전당과 협력해 공동 마케팅 등으로 수익을 창출할 방법을 찾고 있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