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5일 부산시청 대회의실에서 열린 부산국제영화제(BIFF) 정기총회에서 이용관(오른쪽) 집행위원장이 보고사항을 발표하고 있다. 전민철 기자 jmc@kookje.co.kr

- BIFF 추천 후보 서 시장이 임명
- 市 산업발전·일자리 창출 방점
- 영화계 '영화제와 소통' 시각차
- 부집행위원장직도 갈등 가능성

- 작품 선정과정 보고 절차 강화
- 자율성 훼손…수작 놓칠 수도

올해 20주년을 맞는 부산국제영화제(BIFF)가 행사를 시작하기도 전에 혹독한 홍역을 치렀다. 지난해 세월호 참사를 다룬 다큐멘터리 '다이빙벨' 상영 논란에 이어 19년 만에 처음으로 부산시로부터 예산, 운영, 인사에 관한 지도점검을 받았고, 이 결과를 근거로 BIFF 이용관 집행위원장의 '사퇴 종용'까지 빚어졌다. 일련의 사태를 통해 베일에 가려졌던 조직의 방만한 운영이 도마에 올랐고, 이상적인 협력관계로 포장됐던 시와 BIFF의 해묵은 갈등까지 드러나며 BIFF는 큰 상처를 입었다.

25일 오후 열린 2015년 BIFF 정기총회에서 올해 사업계획과 예산안이 통과돼 BIFF는 그간의 논란을 뒤로하고 20회 영화제 준비에 나설 수 있게 됐다. 하지만 오는 10월 1일 영화제가 열리기 전까지 과정도 순탄치만은 않다. BIFF의 당면 과제를 두 차례에 걸쳐 짚어본다.

■ 공동 집행위원장 선임 시급

BIFF가 해결해야 할 가장 시급한 과제는 '공동 집행위원장' 영입이다. 이 집행위원장은 지난 17일 서병수 부산시장을 만나 조직 쇄신안의 방법으로 공동 집행위원장과 부집행위원장을 영입해 새 피를 수혈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BIFF는 이른 시일 안에 적임자를 찾아 서 시장에게 추천하고, 임시총회를 열어 공동 집행위원장을 위촉하겠다는 계획이다. 올해 영화제부터 공동 집행위원장 체제로 가겠다고 공언한 만큼 상반기 중 이 과정을 끝내야 한다. 이미 영화감독과 영화제작자 등 몇 명이 후보로 거론된다.

하지만 공동 집행위원장 영입과 관련해 복잡한 셈법이 깔려 있다. 공동 집행위원장 영입은 BIFF가 후보를 추천하면 서 시장이 이를 승인하고 임명하는 절차를 거친다. 그동안 서 시장은 BIFF가 지역 산업 발전과 일자리 창출에 이바지해야 한다는 입장을 고수했고, 새로 영입할 집행위원장도 이 역할을 해야 한다는 생각을 하고 있다. 이와 반대로 국내외 영화계는 영화제 고유의 성격을 지키면서 영화인과 소통할 수 있는 인물을 원하고 있다. 시와 영화계의 입맛에 맞는 인물을 찾기가 쉽지 않을 것이란 얘기다.

부집행위원장 자리는 더욱 복잡하다. 지난해 안병률 전 부집행위원장이 사의를 표명한 뒤 공석이었던 부집행위원장 자리는 애초 김지석 수석 프로그래머가 유력했으나, 이번 사태가 터지면서 지역사회와 소통할 시민·사회단체에서 영입하는 것으로 방향을 바꿔 비영화인이 내정될 가능성이 높다. 시와 BIFF가 적합하다고 생각하는 인물이 다를 수 있고, 그로 인한 기 싸움이 벌어질 가능성도 있다.

이 집행위원장은 "영화계와 지역의 여론을 수렴해 적합한 인물을 모시려고 노력하고 있고 조만간 안이 나올 것"이라고 말했다.

■ 상영작 선정 자율성 확보는

영화계가 최근 불거진 시와 BIFF의 갈등에 대해 가장 우려하는 부분은 상영작 선정의 독립성 확보다. 시의 지도점검 지적에 따라 올해부터 BIFF는 상영작이 결정되면 이를 상임집행위원회에 보고해야 한다. 20년 만에 처음 있는 일이다. 그동안 프로그래머의 권한에 의해 결정했던 상영작을 상임집행위원회에 보고하는, 사실상 검사를 받아야 한다는 얘기다. 이 과정에서 상영작에 대한 논란이 벌어질 수도, 작품 선정의 자율성이 침해당할 가능성도 있다.

영화계 관계자는 "세계적인 작품을 초청하기 위해 영화제는 행사 직전까지 상영작 리스트를 고쳐야 한다. 이런 특성을 고려하지 않고 상위기구에 상영작 리스트를 허락받는 절차를 밟다가 좋은 영화를 놓치게 된다면 오히려 영화제의 위상이 하락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에 대해 조원달 시 영상콘텐츠산업과장은 "영화제의 영화 선정 자율성은 지켜져야 한다. 다만 작품 선정 과정에서 선정위원회, 상임집행위원회에 보고하는 절차를 지키지 않는 점을 개선하라고 지적한 것"이라고 말했다. 이 집행위원장 역시 "영화제의 자율성과 독립성이 지켜진다는 전제 아래 공동 집행위원장 영입 등 조직 쇄신을 하겠다는 입장이다. 이 부분은 지켜질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