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28일 시민 영화비평모임 '시네방향' 회원들이 한국영화전사를 공부하며 서로 의견을 이야기하고 있다. 전민철 기자

- 관객 이해 돕는 매개자 꿈꿔
- 영화의전당 해설자 데뷔 눈앞

영화를 진지하고 심각하게 보는 사람은 요즘 많지 않다. 영화를 통해 삶의 의미와 예술적 가치를 찾기보다 잠시 심각한 현실을 잊는 휴식처로 여기는 이가 더 많다는 얘기다. 영화 한 편을 놓고 밤새 토론을 즐기던 영화비평도 예전처럼 활발하지 못하다.

'시네방향'은 요즘 보기 드문 진지한 영화비평모임이다. 영화 전공자가 아닌 그냥 영화를 좋아하는 20대 대학생부터 50대 중년 교수까지 다양한 연령과 직업군의 15명이 모여 영화를 공부하고 비평을 논한다.

매주 수요일 오후 8시가 되면 부산시청자미디어센터 2층 세미나실에 불이 환하게 켜진다. '시네방향' 회원들이 각자의 생업을 정리하고 영화비평 공부를 위해 모여드는 시간이다. 이들은 요즘 '한국영화전사'를 공부한다. 지난달 28일 진행한 자리에서는 김지연(학생) 씨가 발제를 맡았다. 1941년 영화 '반도의 봄'의 가치와 의미에 대한 것이었다. 이상경(의사) 씨는 "올해부터 1933년 '청춘의 십자로'를 시작으로 시대별 주요 한국 영화를 보고 가치를 되새기는 '한국영화전사' 공부를 시작했다. 한국영상자료원 온라인 서비스를 통해 각자 영화를 보고 돌아가며 발제한 뒤 자유 토론하는 식이다. 자료가 많지 않아 어렵긴 하지만, 초창기 한국영화를 온전히 내 것으로 소화하는 것에 보람을 느낀다"며 분위기를 전했다.

'시네방향'의 출발은 2012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부산국제영화제(BIFF) 시민평론단에서 만난 몇몇이 '영화공부를 더 해보고 싶다'는 갈증을 토로했고, 이는 영화비평모임으로 이어졌다. 의사, 공무원, 대학생, 주부 등 다양한 직업의 사람들이 모였지만 영화에 대한 애정과 영화비평에 대한 열망은 비슷해 서로 죽이 잘 맞았다.

시네필(영화광)이 모였다고 하지만 이들의 공부는 영화 전공자 못지않다. 초창기에는 영화의전당 시네마테크 특별전을 통해 존 포드, 오즈 야스지로 등 감독에 대해 공부했고 이어 '영화이론' '사유 속의 영화' 등 어려운 영화이론서도 독학했다.

공부는 자연스레 비평 활동으로 이어졌다. 2013년 부산문화재단의 소그룹 자율연구모임에 선정돼 영화비평집 '시네방향'을 펴냈고, 부산영화평론가협회의 '영상문화'에도 비평을 게재하고 있다. BIFF에서 수여하는 '시민평론가상'의 심사에도 일부가 참여한다.

'시네방향'은 영화평론가와 관객의 중간자 입장에서 영화를 더 잘 이해하도록 이끄는 매개자 역할을 꿈꾸고 있다. 영화의전당의 제안을 받고 영화해설자로 나설 준비를 하는 것도 이런 꿈을 실현하기 위해서다. '시네방향' 김도연(주부) 대표는 "영화에 대한 애정으로 3년간 공부를 잘 이어왔고, 이제는 사람들에게 영화를 설명하고 공감을 얻는 역할을 준비하고 있다. 올해 영화비평집을 추가로 낼 계획"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