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6회 부산청년미술상 시상식이 열린 지난 6일 부산 해운대구 부산공간화랑 앞에서 관계자들이 이 상의 폐지를 아쉬워하며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부산공간화랑 제공

- 화랑 주도 미술상 모두 사라져

"졸업을 축하합니다. 아쉽지만 이제 놓아줄 때가 됐습니다."

원로 미술평론가 옥영식 씨가 마무리 발언을 마치자 짧은 박수 소리와 함께 탄식이 터져 나왔다.

6일 오후 부산 해운대구 부산공간화랑에서 열린 제26회 부산청년미술상 시상식은 전도유망한 젊은 미술인 두 명(이윤주, 은주)을 배출하는 뜻깊은 자리였다. 하지만 그 기쁨보다 진한 아쉬움이 가득했다. 이 시상식을 끝으로 이 상이 폐지되기 때문이다.

앞서 지금까지 이 상을 주관해온 부산공간화랑 신옥진 대표는 "이제 제대로 길이 닦였는데 그만두려니 안타깝다. 여기서 상을 접어야겠다"고 밝혔다.

부산청년미술상은 1989년 신 대표의 발의로 시작됐다. 부산 화단에서 제대로 신인 등용문 역할을 하자는 취지였다. 고 이시우 평론가에 이어 옥 평론가, 김만석 평론가가 심사위원장을 맡아 투명하고 공정한 수상자 선정으로 부산 미술계에 활력을 불어넣었다는 평가를 받았다. 그동안 1회 예유근을 시작으로 김응기 최석운 주명우 박은국 박재현 양인진 유명균 박미화 박은생 김성연 곽순곤 박경애 방정아 이진이 김진정 감민경 정혜련 정윤선 전혜원 변대용 김성철 송성진 변재규 박윤희 김해진 서평주 이윤주 은주 등 모두 29명의 수상자를 배출했다.

신 대표는 담담한 표정으로 부산청년미술상 폐지 배경을 설명했다.

"시작할 당시엔 젊은 작가들을 지원할 유일한 창구였지요. 그동안 상황이 많이 달라졌습니다. 자기 역량만 갖추면 얼마든지 뻗어 나갈 수 있습니다. 화랑의 경제적 상황 등을 고려해 마중물 역할은 이 정도에서 마칠 때가 됐다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외부의 지원을 전혀 받지 않고 수상자 선정에서 심사위원의 권위를 존중하며 투명성을 유지하고 배출된 작가들이 활발하게 활동하는 것을 보람으로 여기겠습니다."

부산 미술계에선 이에 큰 아쉬움을 나타내고 있다.

부산청년미술상이 폐지됨에 따라 우리나라에서 순수 화랑 주도 미술상이 모두 사라졌다. 부산청년미술상에 이어 동서미술상(마산 동서화랑), 선미술상(서울 선화랑)이 차례로 등장했으나 2012년 선미술상, 2013년 동서미술상에 이어 부산청년미술상까지 종지부를 찍었다. 김만석 평론가는 "화랑 차원의 민간 역할 모델이 사라졌다는 점에서 큰 아쉬움을 느낀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