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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읽어주는 여자] 국가 VS 국가 /최은순

공통도시 - 조정환 지음/갈무리

  • 디지털콘텐츠팀 inews@kookje.co.kr
  •  |   입력 : 2015-02-06 19:44:40
  •  |   본지 1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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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장본의 붉은색 표지는 강렬했다. 세로로 뻗은 검은 상자 안에 궁서체로 박힌 제목은 너무도 단호하게 느껴졌다. 거기다 소제목의 '광주민중항쟁'에 눈이 갔을 때는 마치 불온서적을 본 듯했다. 그럼에도 책을 펼칠 수 있었던 것은 한강의 장편소설 '소년이 온다'를 읽고 난 이후였기 때문이었다.

1980년대를 '민주화라는 열망이 군부독재 정권에 짓밟혔던 시대'쯤으로 알고 있는 내 무지를 해소하고 싶기도 했고 처음으로 '80년대의 광주'를 제대로 이해하고 싶기도 했다.

표지를 들추고 책머리를 읽어 내려가자 금기어나 다름없었던 '공산주의', 이제는 화석이 되어 잊힌 '혁명'이라는 글자들이 나타났다. 이후로 책은 순식간에 읽혔다. 150여 페이지의 적은 분량 때문만은 아니었다.

공통도시에서 조정환은 80년대의 유물처럼 여겨지고 있는 광주민주항쟁과 그 정신이 2008년 비롯된 촛불봉기에서, 2009년 쌍용자동차 점거파업에서 여전히 재현되고 있음을 말하고 있다. 신자유주의가 전 지구적인 자본주의로 재편되고 있는 현재에 이르러서도 한진중공업의 희망버스와 대학거부선언 등에서도 저항의 징표들은 속출하고 있음을 말하고 있었다.

그렇다면 30년도 더 된 오늘날에도 '80년대의 광주'와 그 정신이 여전히 유효할 수 있는 근간은 무엇인가. 조정환은 오로지 단 하나의 국가만을 사유하도록 강요하는 것에 맞서 싸웠던 혁명세력들과 그들이 원하고 꿈꾸었던 새로운 국가에 주목한다. 조정환에 따르면 항거의 주축이 되었던 사람들은 '막노동군들, 운전사들, 식당종업원들, 실업자들, 건달들, 가정주부들' 등으로 조직된 공동체, '다중' 혹은 '잡색부대'라고 불리는 사람들이었다. 그리고 1987년 개헌주의적 흐름에 쉽게 동화되었던 지역공동체가 아니라 그것에 배제되거나 소외되었던 이와 같은 낮은 지위의 사람들은 스스로 협력하여 혁명에 필요한 다양한 문제들을 논의했고, 심지어 폭력과 테러를 일삼는 국가를 강력하게 거부했다는 것이다.

이 지점에 이르러서야 나와 마찬가지로 한강의 '소년이 온다'의 화자인 '너'가 품었던 의문이 해소되었다. 약식으로 치러지는 짧은 추도식에서 유족들이 함께 부르는 애국가와 군인들이 죽인 사람들을 감싸던 태극기는 새로운 국가의 탄생을 염원하는 자들의 의지였던 것이다.

더 나아가 자유가 경제적 차원에 귀속되고 민주주의가 위로부터의 권력행사의 다른 이름임을 목도한 자들의 계급적 조건과 세대와 성별을 뛰어넘는 자율적인 협력과 연대의 힘을 의미하는 것이었다.

특정한 삶의 방식으로만 살도록 강요하는 신자유주의적 경제체제의 권력, 그것이 아니면 죽도록 내버려두는 죽임의 권력 앞에서 '소년이 온다'의 인물들은 그것에 거침없이 의혹을 품고, 반문을 제기했다. 그들은 희생자의 위치에 서는 것을 거부하며 새로운 질문을 던진다.

바로 '인간이란 무엇인가'이다. 정치와 이념과 같은 국가적 사유의 틀 안에서 사고하는 것을 벗어나게 하는 이 질문은 낮은 지위 사람들의 저항과 운동이 여전히 진행 중인 또 다른 이유일지도 모르겠다.

억압적인 국가에 대항하는 강력한 투쟁으로서만이 아니라 국경과 지역, 인종과 계급을 뛰어넘어 인간의 존엄을 목적으로 하는 공통화된 협력과 자율적 연대가 투쟁의 중심에 있었기에 가능한 것이었다는 생각이 든다.

소설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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